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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더불어민주당의 오만방자한 모습을 보면 도무지 대선에서 패배한 정당 같지가 않다.
실제로 당 안팎에선 대선 패배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민주당은 마치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처럼 행동한다,
그 단적인 사례가 무리수라는 당 안팎의 지적에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통한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 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당론을 확정한 것이다. 이러니 172석의 거대한 의석수만 믿고 오만한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물론 범여권 성향의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과 정의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전 의원은 13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는 거 아닌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갑자기 불과 3~4개월 뒤에 엄청난 권한을 이양받게 되는데 3개월 만에 새로운 수사준비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수사의 무정부 상태 우려가 있다"라고 전했다.
정의당도 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관련 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한 데 대해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심상치 않은 물가 인상과 코로나 재난으로 힘들었던 자영업자를 포함한 시민의 삶을 정권 이양기 국면에서도 잘 살펴야 할 국회가 극단의 대결로 인해 동물 국회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된다”라고 했다.
정의당은 앞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에 대해 “시기도 방식도 내용도 동의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전날 열린 민주당 의총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지현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은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기도 힘들지만 통과된다고 해도 지방선거에 지고 실리를 잃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생도 아닌 검수완박에 목숨 거는 게 말이 되냐”라며 “선거를 제대로 치러보기도 전에 말아먹겠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웅래·김민석·김병욱·김영진·조응천·권인숙·김영배·오기형·허영 의원 등도 신중론의 입장에 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당은 강경파의 입김 속에 결국 ‘검수완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말았다.
정말 염치없는 짓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들은 입으로는 검찰개혁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검찰 특수부를 역사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키우지 않았는가. 그러다가 조국 사태 이후 검찰이 말을 듣지 않으니까 응징적 차원에서 수사권을 박탈하겠다고 하니 ‘내로남불’ 소리를 듣는 것이다.
이로 인해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검찰은 개혁해야 한다. 하지만 수사 공백기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감정적으로 처리할 문제는 아니다. 내용은 물론 그 처리 방식이나 시기에도 문제가 있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그런 걸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이렇듯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뭘까?
당내에 팽배해 있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황당한 분위기 탓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윤석열 당선인에게 불과 0.73%p 차이로 졌다. 그러다 보니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송영길 전 대표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겠다며 대표직을 내려놓은 지 한 달도 안 돼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그런 분위기가 작용했을 것이다.
그로 인해 민심이 떠나고 있다는 걸 민주당 지도부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태라면 민주당은 6.1 지방선거에서 호남 지역을 제외한 전국 어디에서도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나마 민주당이 기대했던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경기도마저 ‘다크호스’로 떠오른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의 출마 선언으로 어렵게 됐다.
결과적으로 대선에서의 미미한 표차의 패배가 민주당에는 독약(毒藥)이 된 셈이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졌잘싸’라며 자위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대선 패배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반성’이다. 그게 없으면 6.1 지방선거는 민주당의 참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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