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했던 ‘안보’ 핑계 역겹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3-22 11: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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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그동안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느닷없이 ‘안보’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제13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모두발언을 통해 "국정에는 작은 공백도 있을 수 없다"라며 "우리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가원수이자 행정 수반,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을 마지막 사명으로 여기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국가안보와 국민경제, 국민안전은 한순간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 정부 교체기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신냉정구도와 한반도 정세 긴장 등으로 엄중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우리 군이 최고의 안보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국가원수이자 군 통수권자로서 지극히 당연한 발언이다.


그런데 이 당연한 발언이 역겹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에 제동을 걸기 위한 핑계에 불과한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께 묻는다.


‘안보’가 우려된다면, 그 우려의 대상은 누구인가.


북한인가. 아니면 다른 나라인가.


만일 북한이라면 문 대통령은 왜 “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일"이라며 그토록 ‘종전선언’에 매달려 왔는가.


북한의 도발에 따른 ‘안보’를 우려하는 대통령이 왜 전에는 북한과 ‘평화협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가.


그리고 그동안 북한이 수십 차례의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일삼아 왔지만, 문재인 정부는 단 한 번도 북한의 도발을 ‘도발’이라 말하지 않았다. 그런 도발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아서인가.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 이에 대한 답변을 회피한다면 국민은 ‘안보’를 핑계로 윤석열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계획을 방해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물론 안보 공백이 있다면 그동안 안보에 무심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정신 차려서 ‘안보’를 우려한다면 그건 윤석열 당선인 측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윤 당선인 측은 ‘안보 공백’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실제 '윤석열 인수위' 청와대 이전 TF팀장인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안보 공백은 분명히 없다"라며 "새 정부의 정상적인 출범을 방해하고 있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라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안보 공백이 있다면 분명하게 어떤 안보 공백이 있는지를 얘기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 전 팀장의 이런 지적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분명한 답변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막무가내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했지만, 윤 당선인이 청와대 이전 계획을 위해 신청한 예비비 496억원에 대한 지출안은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비록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나 자신의 임기 중에는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하지 못하도록 발목 잡고 늘어지겠다는 ‘몽니’로 보인다.


그래서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얻는 게 무엇일까?


국민의 반감만 살 뿐이다.


청와대가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놓고 윤석열 당선인과 정면충돌한 데 대해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6월 지방선거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총장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와대 신구 권력 간 충돌로 비치는 게 오히려 (민심에는) 감점이 될 수 있다"라며 "전략적으로 더불어민주당에 그렇게 도움은 안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니 문 대통령은 ‘안보’를 핑계로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하겠다“라는 윤 당선인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지 말고 윤 당선인이 공약을 실천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할 것이다.


사실 자신이 공약해 놓고도 실천하지 못한 것을 윤석열 당선인이 대신 이루겠다는데 박수를 보내지는 못할망정 그동안 무관심했던 ‘안보’를 핑계로 발목잡기나 하니 국민이 보기에 얼마나 역겨운 노릇인가. 그런 모습이 이번 대선의 패배요인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집권당은 6.1 지방선거에서도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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