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윤리위, 원칙대로 하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7-07 11:4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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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성 상납 및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중앙윤리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당내 갈등을 키워왔다.


자신의 성 비위 등에 대한 당연한 징계절차를 마치 세대갈등이나 당권갈등이 원인인 것처럼 교묘한 말장난으로 전선을 확대하는 여론몰이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2013년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로부터 두 차례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본인의 측근인 김철근 국민의힘 당 대표 정무실장에게 ‘성 상납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제보자인 장모 씨에게 7억 원을 주려고 시도한 의혹도 받는다.


단순히 소문 차원의 의혹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일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여러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물론 2013년에 있었다는 성 상납 의혹을 경찰 조사 없이 진상을 규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의 핵심 측근인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이 지난해 12월 성상납 의혹이 폭로된 후 제보자를 만나 7억 원 투자 각서를 써준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리고 김철근을 제보자에게 내려보낸 사람이 이준석이라도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성 상납 주체로 지목된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는 김소연 변호사를 통해 이 대표 측이 “성 상납을 모른다고 서신을 써달라”고 회유·압박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이에 대해 단 한 번도 구체적인 해명을 한 적이 없다. 대신 ‘꼰대들이 젊은 대표를 몰아내려 한다’는 세대갈등 프레임을 만들고, 실체가 불분명한 ‘윤핵관’이라는 가상의 적을 만들어 당권갈등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것으로도 양이 차지 않은 듯 이준석은 '간장(간철수+장제원)'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피해자코스프레를 하기도 했다.


아주 영특하고 사악하다. 본질은 그게 아니라 자신의 추악한 행위에 대한 당연한 징계절차일 뿐이다.


오죽하면 이철규 의원이 "길이 아니면 가지 말고(非路不走), 말 같지 않으면 듣지 말라(非話不聽)"라며 "세상 사람들은 스스로 파멸의 길로 들어서며 남 탓을 해대는 사람을 후안무치(厚顔無恥, 얼굴이 두껍고 부끄러움이 없는)한 자라고 한다"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겼겠는가.


어쨌거나 이준석이 만들어 낸 프레임으로 인해 윤리위원들의 마음은 복잡해졌을 것이다.


이 대표의 추악한 행위를 보아선 당장 ‘제명’을 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행여나 자신들의 결정이 집권당을 혼란에 빠뜨리거나. 이준석을 지지하는 이른바 ‘이대남’이라는 극소수의 강경 세력으로부터 자신들이 공격을 받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윤리위는 그런 정무적 판단을 하는 기관이 아니다. 성 비위에는 엄중히 대응한다는 원칙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 민심 역시 성 비위 의혹을 안고 있는 이준석 대표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국민 10명 중 무려 6명가량이 이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거나 윤리위 징계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응답한 여론조사 결과가 7일 나오기도 했다.


데일리안 의뢰로 여론조사공정이 지난 4~5일, 전국 남녀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응답이 33.8%였다. ‘당 윤리위원회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응답도 20.7%였다. 윤리위 결정을 따르거나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54.5%에 달한 것이다.


반면 ‘임기인 내년 6월까지 대표직을 수행해야 한다’는 응답은 23.3%였고, 특이 이준석 대표가 요구하는 ‘경찰 수사를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은 17.8%에 불과했다. ‘잘 모르겠다’라는 응답은 4.5%였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런데도 윤리위가 현재까지 드러난 이준석의 의혹들을 모른 체한다면 그건 당의 자정 기능을 포기하는 것으로 윤리위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윤리위는 혐의가 상당 부분 확인된 만큼 원칙대로 당원권 정지 이상의 중징계로 당 대표도 예외가 없음을 단호하게 보여줘야 한다.


다시 말하거니와 이번에 이준석 대표가 윤리위에 회부 된 것은 세대갈등이나 당권갈등이 원인이 아니라 단지 자신의 추악한 과거 행적에 대한 심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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