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보다 박지현이 백번 낫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5-26 11: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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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26일 트위터를 중심으로 ‘#박지현을 지키자’라는 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무려 1만3000개 넘게 올라오는 등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응원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실시간 검색어 기능과 유사한 트위터의 ‘나를 위한 트렌드’의 상위 목록에도 ‘박지현을 지키자’가 올라왔다.


당내에선 그를 옹호하는 노웅래 박용진 등 정의파 의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체 그동안 민주당 내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6·1 지방선거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를 공동으로 이끄는 박지현·윤호중 위원장이 정면충돌했다. 최근 박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를 비롯해 최강욱 의원 징계,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 용퇴론을 포함한 당 쇄신안 등 갖가지 현안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 탓이다.


박 위원장이 지난 24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연 것이 발단이다.


박 위원장은 당시 반성하다며 지지를 호소했고, 586 용퇴론과 특히 최강욱 의원에 대한 징계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자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 사안과 관련해서 사전에 상의는 없었다”라는 말로 박 위원장 개인의 ‘돌출행동’쯤으로 치부해버렸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박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쏟아지기도 했다. 당원들은 “박지현 제발 나가라”, “지선 망치려고 (국민의힘에서) 보낸 트로이 목마냐”, “왜 선거를 앞두고 자꾸 내부의 문제를 키우나”라며 박 위원장을 비판했다.


이른바 ‘개딸’이 모인 이재명 인천 계양을 후보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서는 “박지현 당장 끌어 내리자”라는 등 더욱 거친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그는 전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첫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아무 말도 못 하는 정치는 죽은 정치다. 어떤 어려움 있더라도 극렬 지지층 문자폭탄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며 "비대위 비상징계 권한을 발동해서라도 최강욱 의원의 징계 절차를 마무리하겠다. 온정주의와 결별해야만 쇄신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의 예상치 못한 발언에 선대위 지도부 회의는 살얼음판이 됐다. 비공개회의에선 밖에서 들릴 정도로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 과정에서 윤 위원장은 박 위원장에게 "지도부로서 자격이 없다"라며 책상을 내려친 뒤 회의장 밖으로 뛰쳐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국민이 박 위원장을 응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내에서도 그와 함께하겠다는 정의파 의원들이 나타났다.


노웅래 의원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위원장의 사과에 "우리가 내로남불했던 거랑 다르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다가가려는 몸부림"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특히 윤호중 위원장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노 의원은 "무책임한 얘기"라며 "국민이 보기에 공동비대위원장이 엇박자를 내고 소통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이면 국민 마음을 살 수 있겠느냐"고 지적하는 것으로 사실상 박 위원장을 옹호했다.


박용진 의원도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박지현 비대위원장의 옆에 함께 서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는 것으로 박 위원장을 응원했다. 국민의 목소리에 민주당 의원들도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그를 깎아내렸다.


실제로 이준석 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586세대가) 용퇴하면 김남국, 김용민, 고민정 세상이란 것인데 그게 대안이라면 명확하게 말해줘야 한다"라고 비아냥거린 바 있다.


아마도 박지현 위원장이 최강욱 의원의 성 비위 의혹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지 말고 신속하게 처리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데 대한 불만이 작용했을 것이다.


민주당이 최 의원에 대한 징계를 신속하게 처리하면, 국민의힘 윤리위가 자신의 성 상납 의혹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지방선거 이후로 미룬 것과 확연하게 대비될 것이기 때문이다. 젊은 여야 당 대표를 굳이 비교하자면 이준석보다는 박지현이 백배 낫다.


다만 민주당이 박지현 위원장을 얼굴마담쯤으로 치부하면서 그가 바른말을 못 하도록 책상을 ‘쾅’ 내리치며 윽박지르는 탓에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의힘은 참 야당 복도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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