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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퇴서에 채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조급하게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들었다가 당내에서 “송탐대실”, “후안무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만신창이가 됐다.
정계 은퇴를 선언한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7일 C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송영길 대표가 (서울시장을) 탐하다가 더 큰 것을 잃는다. 송탐대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서울시민들이 대선 때 안 나오겠다고 해놓고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또 나오는 분에게 표를 주겠느냐”라며 “정치적으로도 이런 사례를 찾기 어렵고 과거에도 통용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송 전 대표는 (86용퇴론을) 발화시키고, 지금은 또 다른 명분과 논리로 서울시장 출마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라고 꼬집었다.
송 전 대표는 당내 ‘친문’ 진영으로부터 공개적으로 경고장을 받기도 했다.
민주당 친문 의원들 모임인 '민주주의 4.0 연구원' 이사를 맡은 현역 의원 13명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입장문에는 이사장을 맡은 도종환 의원을 비롯해 강병원·고영인·김영배·김종민·맹성규·신동근·이광재·정태호·최인호·최종윤·한병도·홍영표 의원 등 13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송 전 대표의 명분도 가치도 없는 내로남불식 서울시장 출마에 반대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대선 패배를 '졌지만 잘 싸웠다(졌잘싸)'로 포장하고 '인물 부재론'이라는 아전인수격 논리로 서울시장 출마를 강행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동"이라고 질책했다.
그런데도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의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을 비롯해 이수진(서울 동작을)·이용빈·전용기·김남국 의원 등 이른바 ‘친명’ 의원들은 인물 부재론을 거론하며 공개적으로 송 전 대표의 출마를 요청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이재명 고문의 조기 등판을 위한 사전작업의 일환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여의도 정가에선 이재명 고문이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공직선거법상 현역 국회의원들은 지방선거 30일 전인 다음달 2일까지 사퇴해야 하지만, 그보다 앞서 이달 30일 이전에 사퇴하면 해당 지역구 보궐선거가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최근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하면 인천 계양구의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이재명 상임고문이 여기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들어오려고 하는 것 아닌가”라고 의구심을 드러낸 바 있다. 송 전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은 민주당 텃밭으로 이 고문이 거기 나오면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조정식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시흥시에 이 고문 출마를 권유하기도 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 상임고문에게 김병욱 의원 지역구 `성남시분당을`에 나오라는 목소리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재명계 7인회 일원인 김병욱 의원은 성남시장에 출마해 이 상임고문을 지키라는 요구를 강하게 받고 있으며, 김 의원이 성남시장에 출마했을 때 치러지게 될 `성남시분당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이 상임고문이 출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 조기 등판론 역시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와 같은 당내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조응천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고문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설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옳지 않다”라고 일축했다.
같은 당 이상민 의원은 "지금은 이재명 상임고문이 나설 때가 아니라 뒤로 물러나 쉬면서 자신을 성찰할 때"라며 “조급증을 내면 낭패를 볼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재명 지사는 이미 보궐선거 출마 쪽으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고문이 지난 2일 회원수 18만여명에 달하는 자신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대표 격인 '이장'직을 수락한 것을 활동 재개의 시작점으로 보고 있다. 조급증이 문제다.
만일 이재명 고문이 송영길 전 대표처럼 무리하게 보궐선거에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면 그 역시 송 전 대표처럼 만신창이가 될 수밖에 없다.
만일 이 고문이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대선에서 ‘대장동 저격수’ 역할을 했던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 기획위원장이 그의 상대로 나서면 민주당은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특히 경찰이 이 고문의 부인 김혜경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는 이른바 '사법 리스크'가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후보 리스크로 인해 대선에서 패배한 이 고문은 당을 위해서라도 자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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