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수 기자인가 아닌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1-17 11:5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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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누나, 나 거기 가면 얼마 줄 거야.”


이명수 씨가 김건희 씨와 통화 도중 ‘불쑥’ 이런 말을 했다.


이게 취재인가. 정상적인 기자라면 취재원에게 인터뷰 도중 느닷없이 이런 말을 건네지 않는다. 이건 누가 보아도 공식적인 취재가 아니라 단지 사적 대화에 불과하다.


정상적인 기자라면 지극히 개인적인 이런 사적 대화를 보도하지 않는다.


그래서 묻는다. 이명수 씨는 기자인가 아닌가.


만일 기자라면 이렇듯 취재의 기본적인 윤리마저 지키지 않아 모든 언론인에게 망신을 준 데 대해 마땅히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필자는 물론 자신의 명예가 훼손당했다고 생각하는 언론인들을 모아 공동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일반 국민은 모든 기자가 이런 식으로 취재하는 줄로 오해할 것이고, 그로 인해 30여 년간 언론인이라는 직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왔던 자부심이 한순간에 무너진 탓이다.


그리고 기사의 생명은 신선도다. 만일 당시 김 씨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기자는 즉시 그 사실을 보도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6개월 동안이나 몰래 녹음하고 그걸 보도하지 않고 있다가 소속 언론사도 아닌 친여 매체인 MBC에 넘겨 방송하게 했다.


사이비 기자가 아닌 한 대한민국에서 그렇게 하는 기자는 없다.


이건 누가 봐도 나중에 꼬투리 잡아서 제3자에게 공개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접근한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 역시 기자들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리는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에 대해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인 단체가 나서서 따끔하게 질책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서울의소리는 이명수 씨를 기자가 아니라 ‘촬영기사’로 소개하는 모양이다. 아마도 이 씨의 행태가 정상적인 ‘기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기에 부담을 느낀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건 더 큰 문제다.


이명수 씨는 김건희 씨와 첫 통화에서 자신을 ‘기자’라고 소개했다. 촬영기사인데도 기자라고 했다면, 그건 기자 사칭에 해당한다.


이 씨뿐만 아니라 그걸 다른 언론사에 넘긴 서울의소리 역시 문제다.


통상 정상적인 언론사라면 소속 기자가 취재해 온 것에 대해 언론사 스스로 보도하거나 버리거나 취사선택하지 그걸 다른 언론사에 넘기는 짓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는 “MBC가 보도해야 많은 국민이 볼 수도 있고 신뢰성이 높아질 거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결국, 스스로 서울의소리는 신뢰성이 없다는 점을 시인한 셈인데 그렇다면 그런 언론을 왜 운영하는가. 언론인으로서의 긍지조차 없다면 스스로 폐간절차를 밟는 게 맞지 않겠는가.


언론인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독자의 다소(多少)가 아니라 얼마나 바른 소리를 전달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누나, 나 거기 가면 얼마 줄 거야”라는 말이 나오게 동기가 무엇인가.


김은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공보단장은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 기자가) 서울의 소리로부터 제대로 된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어 상황이 굉장히 어렵다고 하니 김 씨가 안쓰러워 한 말”이라고 전했다.


이에 진행자가 ‘이 기자가 월급이 잘 안 나온다고 한 거냐?’라고 물었고 김 단장은 “그렇다”라고 답했다.


만에 하나라도 서울의소리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면 이는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 특히 급여를 책정해 놓고 제때 지급하지 않는다면, 그건 기자들에게 ‘사이비 노릇’을 사실상 강요하는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 문제에 대해선 서울의소리 스스로 이 씨의 급여 액수와 제때 지급 여부를 공개해야 할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 문제를 관심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필자를 비롯한 모든 언론인이 ‘나는 언론인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바르게 처신하고 있는지’, ‘권력이나 금력에 스스로 위축되지는 않는지’ 되돌아보고 자성하는 시간을 가지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제2, 제3의 이명수, 제2의 서울의소리가 나와 언론을 혼탁하게 만드는 일을 방지할 수 있지 않겠는가.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부끄럽고 죄송할 따름이다.

 

정말 면목이 없다. 30년간 긍지로 여겼던 언론인의 자긍심이 무너지는 것 같아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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