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유승민, ‘경선 문턱’에서 무너지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4-11 1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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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연고도 없는 서울시장 선거에 명분 없이 뛰어든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처지가 딱하게 됐다. 사면초가다.


자신의 서울시장 출마를 “당에 책임지는 자세”, “독배(毒杯)를 드는 각오”라는 표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했으나 당내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서울시장 공천 신청이 마감됐음에도 당내에서 새로운 후보를 찾아야 한다며 전략공천 가능성이 거론되자 "당헌·당규에 따라 공식 공모 절차를 거쳐 마감됐으니 그에 따라 경선하면 된다"라고 항변하며 경선 참여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으나 이마저도 외면받는 분위기다.


지난 7일까지 민주당이 공천 신청을 받은 결과 서울시장 선거에는 송영길 전 대표 외에도 박주민 의원, 김진애·정봉주 전 의원 등 총 6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이런 인물들의 출마가 탐탁지 않은 모양이다.


실제로 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서울은 새로운 후보를 더 찾아야 한다. 비대위가 더 적극적으로 경쟁력 있는 의원들의 출마를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 위원장은 지난 8일 비대위 회의에서도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한 데 대해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전 당 대표도 후보 등록을 했다”라며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도 "필승카드가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이 되면 지도부의 다른 결정도 있을 수 있다. 전략공천도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사실상의 ‘송영길 반대’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송영길 전 대표는 막무가내다.


그는 전날 국회에서 서울시장 출마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가 당 대표였기 때문에 제일 많이 책임져야 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분이 있느냐. 다들 공동선대위원장 아니었느냐”라고 반문하는 것으로 ‘공동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출마자가 없는 상황에서 제가 자발적으로 가는 게, 당을 위해 싸워달라는 것에 부응해서 나가는 것이 오히려 당에 책임지는 자세”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서울시 지역위원장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민주당 서울시당 49개 지역위원장 전원이 ‘새 얼굴’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 것이다.


이들은 이날 공동 입장문을 통해 "서울시당은 비상대책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에 요청한다"라며 "참신하고 파격적인 새 얼굴 발굴 등 민주당의 모든 자산과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마디로 송영길 후보로는 어려우니 전략공천으로 새 얼굴을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다 송 전 대표가 경선 문턱에도 다가가지 못한 채 전략공천으로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연고 없는 지역에 명분 없이 뛰어든 대가다.


경기도에선 국민의힘 후보로 뛰어든 유승민 전 의원이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유 전 의원 역시 경기도와는 아무런 연고도 없고 명분도 없다.


그도 송영길 전 대표처럼 ‘독배’ 운운하며 경쟁력 있는 자신이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11일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렇지 않다. 그는 전혀 경쟁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모노리서치가 경인일보의뢰로 지난 8~9일 이틀간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 여론조사를 한 결과. 김은혜 의원이 17.6%의 지지를 얻어 14.6%인 유승민 전 의원, 13.7%의 김동연 전 부총리에 각각 3.0%p, 3.9%p 앞섰다.


이어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6.7%, 염태영 전 수원시장 6.5%, 강용석 전 의원 3.8%, 조정식 민주당 의원 1.5%, 진보당 송영주 전 경기도의회 의원 0.5%, 국민의힘 심재철 전 의원 0.4%, 함진규 전 의원 0.2% 순이다.


특히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응답자 중 40.8%가 김은혜 의원을 지지했고 23.5%가 유승민 전 의원을, 7.9%가 강용석 전 의원을 지지했다. 유 전 의원은 경선 문턱조차 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 수준이며, 응답률은 10.1%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결과적으로 지방선거가 송영길-유승민 두 정치인의 정계 은퇴를 앞당기는 촉매 역할을 한 셈이다. 하지만 누구를 원망하랴. 권력욕에 눈이 멀어 명분도 없이 선거전에 뛰어든 탐욕의 대가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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