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송영길 ‘탐욕의 대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5-19 12: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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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와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지역에 명분 없이 선거에 뛰어들었다가 ‘탐욕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리얼미터가 MBN 의뢰로 지난 16일과 17일 양일간 인천 계양을 선거구에서 만 18세 이상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민주당 후보 50.8%,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 40.9%로 집계됐다. 두 후보 간 격차는 오차범위(±3.5%p) 밖이지만 격차는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계양을이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지역이라는 점, 윤 후보의 인지도가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외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실제 이재명 후보는 두 번이나 대선에 출마한 인물로 전국적인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반면 윤형선 후보는 아직 한 번도 금배지를 달아본 적인 없는 무명의 후보다. 그런데도 현재 격차가 10% 미만이라면, 시간이 흐르면서 윤 후보의 인지도가 상승함에 따라 역전하거나 박빙의 승부수가 펼쳐질 수도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당에서는 윤형선 후보로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자신감을 보인 것은 이런 연유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성남 분당갑에서도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진행되는데 그 지역을 버리고 민주당 텃밭에서 손쉽게 금배지를 달아보겠다는 욕심이 부른 참상이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겠다면 대표직에서 물러났다가 사직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무연고지인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든 송영길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헤럴드경제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16일~17일까지 이틀간 서울시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802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53.3%를 기록, 송 후보(36.9%)를 오차 범위(± 3.5%p) 밖에서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16.4%p로 이는 지난주 조사(9일~10일) 때의 지지율 격차(10.9%p)보다 더 벌어진 것이다. 지난주엔 오 후보 49.2%, 송 후보 38.3%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었다.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직전 대비 더 벌어진 원인은 중도층이 오 후보에게 쏠린 탓이다.


실제 자신의 정치 성향을 “중도”라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 오 후보 지지율은 58.6%로 송 후보 지지율 29.1%보다 두 배 이상 앞섰다.


특히 서울을 강북동·강북서·강남동·강남서 등 4대 권역으로 구분해 집계한 결과. 4권역 모든 지역에서 오 후보 지지율이 송 후보 지지율을 넘어섰다.


심지어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찍었던 응답자 10명 가운데 1명 정도인 9.3%가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고, 심상정 후보에게 투표했던 응답자들은 송영길(25.0%) 후보보다 오세훈(29.8%) 후보를 더 지지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이 외면하고, 심지어 진보성향의 유권자들마저 이탈하는 것은 인천시장까지 지낸 송영길 후보가 아무런 연고 없는 서울에 명분 없이 뛰어든 것에 대한 심판이다. (본문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대해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페이스북에서 “송영길 후보의 ‘오만함’과 이재명 후보의 ‘무례함’에, 민주당을 향한 민심이 끝 모르는 추락을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21대 총선 당시 계양구 주민들은 송영길 후보에게 20%p 가까운 격차의 승리를 안겨주셨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와 윤형선 후보의 격차는 10%p 미만으로 좁혀졌다”라며 “계양구에는 민주당 누굴 보내도 뽑아줄 것이라는 송영길 후보의 오만함, 그리고 계양구 주민들을 방탄조끼 취급한 이재명 후보의 무례함이 계양 주민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던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해석했다.


게다가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접전을 벌이던 인천시장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와 민주당 박남춘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이재명 후보 출마 이후 오차범위 밖으로 크게 벌어지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효과’가 이제 명을 다해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이재명 후보와 송영길 후보의 탐욕이 자신들만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놓는 게 아니라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 나아가 민주당 간판을 달고 6.1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을 모두 어렵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가 민주당 참패로 막을 내린다면 두 사람 모두 당내에서 제기되는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고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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