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달아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재명 책임론’이 분출하면서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을 장악하려는 이재명 의원 측의 구상에 먹구름이 끼었다.
중립성향의 의원들은 물론 특히 친문계 의원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이재명 의원의 명분 없는 인천 계양을 출마가 지방선거 패배의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에 맞서 친명계 의원들은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선거 패배의 요인으로 지목하면서 이재명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게 책임지는 자세라고 옹호하고 나섰다.
사실 문재인 정권의 '갈라치기'에 대한 국민의 염증으로 대선을 앞두고 정권교체 여론이 60%대에 육박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었다. 민주당에서 어떤 후보가 나와도 이기기 어려운 선거였다.
그런데도 그 격차를 0.73%p까지 좁힌 것은 그나마 이재명 후보가 나섰기 때문이라는 게 친명계 의원들의 주장이다.
반면 친문계 의원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율이 막판까지 40%를 유지했는데도 못 이긴 건 이재명 탓이라고 맞선다. 이처럼 선거 패배의 책임을 놓고 “이재명 탓”이라거나 “문재인 탓”이라는 양측의 싸움이 가관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친문과 친명 둘 다 책임이다.
친문은 5년 집권 동안 무엇을 했는가. 오만, 독선, 무능, 내로남불 완전히 민주당의 아이콘이 돼 버렸다. 대선 기간 내내 정권교체론이 우위를 점했다는 건 친문 탓이다.
친명계의 책임 또한 적지 않다.
대선 패배 후 친명계 의원들이 다수인 ‘처럼회’ 의원들이 주도한 ‘검수완박’ 법안으로 국민이 완전히 등을 돌리고 말았다. 게다가 송영길 전 대표를 차출하고 또 이재명 후보 자신이 계양을에 출마한 것이 지방선거의 결정적 패인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재명 의원은 자숙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도리다.
그런데도 그는 그럴 기색이 전혀 없어 보인다.
민주당 내 중립성향의 이상민 의원이 7일 이재명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이재명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의 명분 없는 출마’, ‘박완주 의원 성비위 사건’, ‘공천 잡음’,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독주’ 등을 지목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이재명 의원에 대해선 “(이 의원이)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책임을 인정 안 하는 건 매우 볼썽사납다”라며 “책임의 경중에 따라서 질 사람은 지고 깨끗이 또 물러날 사람은 물러나고 해야 할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재명 의원이 같은 날 국회에 첫 출근을 하며 기자들과 나눈 짧은 질의응답을 보면 황당하다.
그는 '지방선거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선거 패배에 대한 견해'를 묻자 "국민과 당원, 지지자 여러분들의 의견을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열심히 듣고 있다"라고 엉뚱한 답변을 했다.
자신의 책임을 인정한다는 말은 없었다. 단지 자신을 향한 책임론을 듣고 있다고만 했을 뿐이다.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서도 ”아직 전당대회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라며 즉답을 회피했다.
“출마할 생각이 없다”라는 말 한마디면 당내 분란이 잦아질 수 있는데도, 그런 말을 하지 않는 걸 보면, 그는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이는 이재명 의원이 자신을 향한 책임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되레 문재인 정권을 향한 심판론 탓에 자신이 대선에서 패배했다며 억울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라면 친문계나 친명계 어느 쪽이 당권을 잡아도 당이 쪼개질 수밖에 없다.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게 민주당의 변화를 끌어내는 동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어느 쪽도 반성하지 않는 당이라면 무슨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런 정당이 차기 총선에서 어떻게 표를 얻을 수 있겠는가.
집권 5년 동안의 ‘갈라치기’와 오만, 독선, 내로남불‘을 반성할 줄 모르는 친문이나. 대장동 몸통을 지키기 위해 ’검수완박’을 밀어붙이고, 당권 장악을 위해 명분 없이 지방선거에 뛰어든 이재명 의원과 그 일당들이나 무슨 낯짝으로 서로 “네 탓”을 하는지 참으로 가관이다. 친문이나 친명은 도긴개긴이다. 특히 양쪽 모두 쪽박 차는 ‘팬덤 정치’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