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 7년 만에 0.9명 대 회복, 고용·주거 포함 추세 가속화 여건 조성을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6-08-04 13:5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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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한국의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 │ 15~49세 가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이 3년째 반등 중인 가운데 올해 합계출산율이 2019년 0.92명 이후 7년 만에 0.9명대를 다시 회복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청신호가 켜졌다. 올해 1~5월 출생아 수도 12만 2,694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15.2% 늘어나며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출산율 반등의 불씨가 되살아난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이 여전히 1.0명을 밑도는 데다 저출생이 장기간 누적된 만큼 유소년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아이를 낳겠다는 선택이 늘어나는 사이, 정작 분만병원과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줄고 있어 우려가 크다.

지난 7월 2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과 인구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은 0.95명, 4월과 5월은 각각 0.93명, 0.85명으로 집계됐다. 통상 합계출산율은 1~2분기에 높고 3~4분기에 낮은 상고하저 흐름을 보인다. 지난 5월까지의 추세로 미뤄볼 때 연간 합계출산율이 0.9명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정부 안팎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명으로 처음 1.0명 아래로 떨어졌다. 2023년에는 역대 최저인 0.72명까지 내려갔다가 2024년 0.75명, 2025년 0.80명으로 2년 연속 반등했다. 올해 0.9명 대를 회복하면 출산율 반등세가 3년째 이어지는 셈이다. 그러나 출산율 반등이 곧바로 인구구조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결단코 아니다. 유소년 인구는 이미 줄고 고령 인구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전 세계적으로 출산율 0.80명을 기록하고 5,000만 명 인구에서 출생아가 25만 명만 태어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저출산은 이제 경제 성장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존속할 수 있느냐의 생존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대로 가면 2025 노벨 경제학 수상자 ‘조엘 모키어(Joel Mokyr)’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제학과 교수가 이야기한 것처럼 ‘한국은 인구학적 자살(Demographic Suicide)’로 가게 된다. 우리가 이룬 ‘한강의 기적’이 ‘한강의 소멸’이 된다.

한편 출생률이 바닥을 쳤다는 긍정적 신호도 다수 감지된다. 둘째 아이 출생률이 높아진 점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28.6%까지 떨어졌던 둘째 출생 비중이 지난 4월 32.2%까지 올랐다. 첫째 출생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둘째 비중 상승이라 의미가 더 크다. 30대 중·후반이나 40대 여성이 출산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는 방증(傍證)이기도 하다. ‘자녀가 있어야 한다’라는 응답이 높아지는 등 미혼 남녀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다행스럽다. 일단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지만, 아직 갈 길은 아득히 멀다.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43명을 한참 밑돈다. 상승세 지속 여부도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의 자녀인 1990년대생 여성이 30대로 진입한 데 따른 일시적 반등이라는 견해가 적잖다. 코로나19 사태로 지연된 혼인이 요 몇 년 새 늘어난 점도 출생률 반등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편 지난해 우리나라 분만 의료기관은 436곳으로 2015년 620곳보다 184곳(29.68%) 줄었다. 올해 1분기 제주 출생아 10명 가운데 약 3명의 분만을 맡아온 산부인과가 문을 닫으면서 섬 지역 분만 의료체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제주 출생아 3,285명 중 870명(26.49%)을 받은 서해산부인과가 의료진 부족으로 폐원을 예고했고 전북 진안군 의료원 산부인과 진료 중단에 이어 전북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도 핵심 전문의 이탈로 운영 중단 우려가 불거졌다. 아이를 낳을 곳뿐 아니라 위급한 신생아를 살릴 의료망마저 급속히 흔들리고 있다. 소아청소년과의 붕괴는 이미 일상이 된 ‘소아과 오픈 런(Open run)’이 극명하게 보여 준다.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59곳이 문을 열 때 무려 89곳이나 문을 닫았음도 이를 방증(傍證)한다. 진료 전부터 줄을 서고 예약 창이 열리자마자 접수가 끝나 다른 지역에 있는 병원을 찾는 일마저도 낯설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의료진의 세대교체마저 끊기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레지던트 1년 차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 충원율은 20.6%에 그쳤고 산부인과도 61.4%에 머물렀다. 비수도권의 50대 이상 전문의 비중은 소아청소년과 61.9%, 산부인과 78.5%에 이른다. 젊은 의사 유입 없이 남은 의료진마저 고령화하면서 지역 분만과 소아 진료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출산지원금보다 급한 것은 아이를 안전하게 낳고 치료받을 의료 기반을 되살리는 일이다. 정부는 분만·신생아·소아 진료를 국가가 책임지는 필수 의료망으로 묶어야만 한다. 24시간 인력과 적자 운영비, 의료사고 부담을 덜고 취약지역의 이송 체계를 갖추어야만 한다. 아이를 낳겠다는 결심이 병원을 찾아 헤매는 고통으로 돌아온다면 출산율 반등도 당연히 오래갈 수 없음은 불을 보듯 명약관화하다. 적정 인구는 노동력 확보를 넘어 국가와 미래 세대의 삶을 지탱하기 위한 필수조건이 아닐 수 없다. 저출생 상황에서는 복지제도를 유지할 수도, 지방 소멸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도 없다. 모든 상황을 정부가 다 예측하기는 불가능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이 바로 인구 추락 저지를 위한 골든타임(Golden time)이라는 점이다. 출생률 회복을 주도하고 있는 1990년대 출생자는 연평균 70만 명대지만 이후 인구는 역피라미드형이다. 2000년대생은 40만 명대, 2010년대생은 30만 명대, 2020년대생은 20만 명대에 불과하다. 유소년(0~14세) 인구도 최근 10년 새 4분의 1(24.9%)이나 감소했다는 점도 문제다.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0~14세 유소년 인구는 522만 5,000명으로 10년 전보다 24.9% 감소했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같은 기간 661만 7,000명에서 1,072만 3,000명으로 62.0% 늘었다. 전체 인구에서 유소년이 차지하는 비중은 10.1%에 그쳤지만, 고령층은 20.7%까지 높아졌다. 특히 85세 이상 초고령 인구는 최근 10년간 52만 5,723명에서 114만 8,525명으로 두 배 넘게 늘어났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7월 2일 한국경제보고서에서 2023년 이후 나타난 출산율 반등을 아직 추세 전환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출산율을 지속해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장시간 노동과 경직된 근무 방식, 성별 임금 격차 등 출산과 양육을 어렵게 하는 구조적 요인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화로 복지 지출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중기적으로 재정건전성도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한 데 주목해야만 한다.

한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1월 공개한 계봉오 국민대 교수팀의 ‘최근 출산율 반등 흐름의 주요 특징과 원인 분석’을 보면 2024년 이후 출산율 반등을 주도한 것은 ‘이미 결혼한,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30대’였다. 이들 30대 집단의 2024년 출산율은 2023년보다 0.04명 늘어나 전체 상승 폭 0.03명을 웃돌았다. 20대가 새로 부모 대열에 진입하거나, 동거 등 비혼 관계에서 출산하는 비중이 여전히 낮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20대 등 다른 집단에서는 오히려 출산율이 하락했다. 상승 폭은 소득에 따라서도 갈렸다. 건강보험 행정자료를 분석한 해당 보고서에선 소득 상위 30%의 합계출산율이 2023년 0.84명에서 2025년 0.95명으로 오른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하위 30%에서는 뚜렷한 반등 없이 하락 폭만 다소 둔화한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 결과를 들여다보면, 출산율 반등 이면에는 한국 사회의 핵심 이슈인 ‘불평등’과 ‘격차’가 뿌리 깊게 도사리고 있음을 자연스레 짐작하게 된다. 부모가 되고 싶어도 경제적 여건이나 법적 혼인 여부 등으로 인해 부모가 될 수 없는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저출생 시대가 아니더라도, 부모가 되어 자녀를 낳아 기르는 기쁨은 모든 국민이 다 누릴 수 있어야만 한다. 신생아 특례대출과 난임 시술 지원 등 기존 출산 지원책은 의미 있고 성과도 거뒀지만, 기혼자·정규직 노동자 등에게 초점이 맞춰진 것도 또한 사실이다. 청년층과 저소득층, 비혼 커플 등을 위한 지원책을 서둘러 적극적으로 강구해야만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우선 일자리·주거 등 구조적 장애물을 해소해 청년들이 독립·결혼·출산으로 이어지는 생애 경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정부의 지혜와 정책 역량을 모아야만 한다.

일·가정 양립을 어렵게 만드는 장시간 노동 관행도 서둘러 타개하고, 육아휴직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의 노동 여건도 조속히 개선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남성 육아휴직의 활성화는 출산율 상승에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 잡았지만 정작 직장 내에서는 이중적인 사고가 존재하고 있다. 직장인의 81.4%가 남성의 육아휴직을 찬성하고 있지만 동료의 육아휴직을 권장한다는 응답은 46.4%에 그쳤다는 것이 이를 방증(傍證)한다. 육아휴직자가 발생하면 그만큼 업무를 대신 떠안아야만 하기에 동료의 육아휴직을 마냥 권장하지 못하는 것이다. 육아휴직은 당연한 권리라고 애써 이해하려고 해도 당장 내 일이 늘어나기 때문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 보상으로 업무 분담 수당을 지급하고 있지만 늘어난 업무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직장인들의 토로다. 출생률 제고야말로 과학이 필요한 분야라 아니할 수 없다. 가족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문화적 접근이나 양육 부담 완화 등의 단순 정책만으로는 풀어나가기 힘든 난제임도 분명하다. ‘출산에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라는 응답이 92.7%에 달한다고 한다. 업무 분담금의 현실화는 물론 대체 인력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적극 시행돼야 할 것이다. 고용과 주거가 안정돼야만 출산 의욕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청년 고용·주거 정책까지 포함한 총체적 대응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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