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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했다.
광역단체장 기준으로 12 대 5로 졌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14곳에서 당선된 것과 비교하면 완전히 뒤바뀐 형국이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완패했다. 226개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단체장 중 국민의힘 145곳을 가져갔으나 민주당 고작 63곳을 가져갔을 뿐이다.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은 5대 2로 무참히 깨졌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이전에 보유했던 지역구를 모두 지켰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 지역구 1곳을 빼앗았다. 그로 인해 민주당은 국회 의석 1석이 줄어들었다.
이 선거를 지휘한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번에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재명 의원이다.
당 안팎에서 그를 향해 책임론을 제기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특히 대선에서 패배했음에도 자숙하기는커녕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며 보궐선거에 뛰어든 것이 패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마당이다.
자신이 살기 위해 당을 사지로 몰아넣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2일 "대통령선거를 지고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선을 치르다 또 패배했다"라며 이 의원을 겨냥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은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에 '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자찬하며 패인 평가를 밀쳐두었다. 그런 과정을 정략적으로 호도하고 왜곡했다"라며 "그런 방식으로 책임자가 책임지지 않고 남을 탓하며 국민 일반의 상식을 행동으로 거부했다. 출발부터 그랬으니 그다음 일이 제대로 뒤따를 리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에서 전략공천위원장을 맡았던 이원욱 의원의 비판은 더욱 거세다.
그는 1일 밤 이 위원장의 당선이 유력시되자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 축하합니다”라고 저격 글을 올린 데 이어 2일 새벽에도 이 위원장을 성토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전략공천위원장이었던 나는, 이재명 후보에게 당당한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과거 손학규 대표의 분당을 (험지)출마 등 선당후사를 보여주었던 민주당 정치지도자의 모습을 이야기했다”라며 “열린 선택을 강조했지만,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항간에서 얘기하듯 이재명 후보는 본인의 당선을 최선의 가치로 여기고 계양으로 ‘도망’갔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같은 당 홍영표 의원도 “대선 이후 ‘졌지만 잘 싸웠다’는 해괴한 평가 속에 오만과 착각이 당에 유령처럼 떠돌았다”라며 “사욕과 선동으로 당을 사당화시킨 정치의 참담한 패배”라고 가세했다.
조응천 비상대책위원도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위원장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당선을 겨냥해 “상처뿐인 영광”이라며 “굉장한 내상이 왔다”라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보궐에 나온 이유 중 하나가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대참패의 원인이 된 이 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재명 의원은 이번에도 ‘졌잘싸’를 명분으로 전대에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선 자신은 당선됐는데, 민주당이 선거에 패배한 것을 보면 문제는 자신이 아니라 당에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실제로 선거를 앞두고 당내 성비위 문제가 터진 것은 사실이다. 특히 경기도에서 김동연 지사가 승리한 것을 ‘졌잘싸’의 명분으로 삼을 것이 불 보듯 반하다.
민주당은 애초 7~8곳 승리라는 목표치를 낮춰 ‘4+α’를 목표로 했는데. 경기도에서 신승함에 따라 그 목표가 달성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누가 봐도 이런 논리는 상식적이지 않지만, 이재명이기에 가능한 논리이고 시나리오다.
설마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건 이재명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이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2일 6.1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는데 새 지도부를 꾸리는 일을 맡은 사람이 바로 친이재명계 박홍근 원내대표다.
당내 ‘투톱’ 지도부인 원내대표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새 지도부를 꾸리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게 된 셈이다. 그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재명을 지키겠다”라는 구호 하나로 승리한 사람이다. 그가 어떤 지도부를 꾸릴지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대선 패배에도 정신을 못 차리고 ‘졌잘싸’라는 뽕에 취해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는데, 이번에 또 ‘졌잘싸’를 명분으로 이재명이 전대에 출마한다면, 민주당은 희망이 없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번 민주당의 참패는 국민의힘이 잘해서가 아니라 민주당, 특히 이재명의 잘못이 크게 한몫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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