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려는 자가 범인이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9-28 11: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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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국민 모두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감추려는 자가 범인이다.”


이는 지난 2017년 진보성향의 문화연대 등 59개 문화예술단체로 구성된 '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문화예술대책위원회'라는 이름의 단체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적폐 몸통’으로 규정하며 내건 구호다.


그런데 지금은 이 구호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 특검을 결사반대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있다.


야당과 대한변협 등 법조계는 물론 국민도 과반이 특검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으나 이 지사는 여전히 “시간 끌기 꼼수”라는 황당한 논리로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러니 ‘감추려는 자가 범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실제 국민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은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 특검이나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여론조사 결과가 28일 나왔다.


여론조사업체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24~25일 이틀간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해소를 위해 다음 중 어느 방식이 국민의 의혹을 가장 잘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응답자의 44.4%가 “특검수사”, 16.2%는 “국정조사”라고 답했다. 총 60.6%가 특검-국조를 해야 한다는 야당과 대한변협의 주장을 지지하는 셈이다.


반면 “검찰수사”라는 답변은 13.6%, “경찰수사”라는 답변은 8.6%에 그쳤다.(이 조사는 100% 무선 ARS 방식으로 실시 됐으며, 응답률은 3.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야당도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 절대다수는 이 문제를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한다. 국민은 검찰·경찰 수사로 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며 "특검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의혹이 은폐돼 진상규명이 지연될 수 있다며 특검에 반대하는데 반대하는 이유가 조악하다"라며 "역대급 일확천금을 설계한 몸통 이재명에게 면죄부를 주겠다는 속내"라고 비판했다.


대한변협도 "여야 인사가 모두 연루된 만큼 특검 도입을 회피할 이유가 없다"라고 했다.


변협은 전날 성명을 내고 “(경찰과 검찰의) 부분적, 산발적 수사로 이 사건의 핵심 의혹에 접근하여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고 믿는 국민은 없다”라며 “신속하고 결기 있게 수사할 수 있는 특별검사 외에 달리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주요 관련자들이 주변과 연락을 끊고 핵심 당사자가 이미 출국하였다는 언론 보도도 있는 만큼 더 이상의 증거 인멸을 막기 위해서라도 신속한 강제수사가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재명 지사 측은 ‘이재명 게이트’가 아니라 ‘국민의힘 게이트’라면서도 특검에 대해선 완강하게 반대하는 모양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특검은 시간만 오래 걸린다며 검찰과 경찰 수사에 맡겨야 한다는 취지로 반대했다.


특검이 오래 걸린다는 건 사실일까?


아니다. 명백한 거짓이다.


이미 제도화된 상설특검법을 통해 8일 이내에 특별검사 임명이 가능하다. 더구나 신속성 측면에선 정해진 기간 내 결과를 내야 하는 특검이 훨씬 더 낫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장과 대장동을 관할하는 수원지검장, 성남지청장은 모두 박범계 장관이 임명한 인사들로, 객관성과 독립성 측면에서도 특검은 필요하다.


검찰과 경찰은 행정조직이기 때문에 국회가 임명한 특검이 훨씬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수사를 할 수 있다는 건 상식이다.


그런데도 이를 완강하게 반대한다면 ‘뭔가 감춰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라는 의구심만 더할 뿐이다.


사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전날 대장동 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씨를 소환 조사했다. 김씨 등을 둘러싼 수상한 자금 흐름이 담긴 자료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넘겨받은 지 무려 5개월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김 씨는 이번 의혹의 핵심 인물로, 늑장 조사란 비판이 제기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검찰과 경찰이 사건의 본체 규명에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과 변협은 물론 대한민국 주인인 국민이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몸통으로 지목되는 이재명 지사가 이를 반대한다면 ‘감추려는 자가 범인이다’라는 말이 있듯, 이 지사를 향한 의구심만 더욱 증폭될 뿐이라는 점을 명심하라.


특검으로 이재명 지사든 곽상도 의원이든 이 사건에 연루된 모든 자의 의혹을 낱낱이 파헤쳐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그게 국민의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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