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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7월 13일 ‘스토킹·교제폭력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법무부·성평등가족부·대검찰청·경찰청이 마련한 이번 대책에는 법·제도 강화, 기관 공동대응, 피해자 지원 확대, 인식 개선 등 4대 분야 20개 과제가 담겼다. 스토킹과 교제폭력이 국가가 개입해야 할 중대한 관계기반 범죄임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정부는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한 가해자가 접근하면 피해자에게 위치와 이동 방향을 알리고, 경찰과 보호관찰관이 동시에 출동하는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고위험 피해자에게는 민간경호원 2인의 밀착 경호와 주거지 지능형 CCTV를 지원한다.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접근금지 등을 신청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제도도 2027년 4월 시행될 예정이다.
분명 진일보한 대책이다. 그러나 제도가 촘촘해질수록 이를 작동시키는 최초의 위험 판단은 더욱 중요해진다. 밀착 경호와 접근금지, 전자감독과 잠정조치는 피해자가 처한 위험이 확인되고 관계기관에 전달돼야 비로소 가동된다. 위험 신호가 발견되지 않거나 흩어진 피해 사실이 정리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마련해도 보호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
교제폭력과 스토킹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된 범죄의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하루 수십 차례의 연락, 직장 앞 대기, 인간관계 통제, 계정 감시, 차량 위치추적, 주거지 배회, 살해를 암시하는 말이 반복되며 수위가 높아진다. 개별 행위만 보면 사소한 갈등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시간순으로 연결하면 폭력의 반복성과 위험의 상승 과정이 드러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민간 차원의 공익적 사실조사 기능이 필요하다. 탐정은 가해자를 응징하거나 수사기관을 대신하는 사람이 아니다. 피해자가 위험을 정확히 설명하고 경찰·상담기관·법률지원 등 공적 보호체계에 신속히 진입하도록 돕는 조력자가 돼야 한다. 탐정의 성과는 얼마나 많이 알아냈는지가 아니라 피해자가 얼마나 빨리 안전해졌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탐정의 첫 번째 책무는 피해자의 현재 신변안전과 긴급위험 여부를 조기에 확인하는 일이다. 피해자를 처음 만난 탐정의 질문은 “무엇을 조사해 드릴까요”가 아니라 “지금 안전한 상태입니까”여야 한다. 흉기 소지, 목을 조른 전력, 주거침입, 살해 협박, 접근금지 위반, 이별 뒤 폭력의 심화가 확인되면 자체 조사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 즉시 112 신고와 피해자 분리, 상담기관 연계가 우선이다. 위험한 사건은 조사 대상이 아니라 보호조치 대상이다.
두 번째 책무는 피해자가 보유한 피해자료와 안전 관련 위험 신호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문자와 메신저, 부재중 전화, 직장 앞 대기, 주거지 접근, SNS 사칭, 진단서와 상처 사진 등을 일시·장소·행위·자료별로 분류해야 한다. 수백 장의 화면 갈무리를 그대로 제시하기보다 사실관계 정리표와 보유자료 목록을 만들어 반복성과 위험의 상승 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동현관 출입기록, CCTV, 차량 블랙박스처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 있는 자료는 신속한 보존이 필요하다. 탐정은 이를 불법적으로 취득하는 사람이 아니라, 피해자가 관리기관이나 수사기관 등 적법한 절차를 통해 자료의 보존을 요청하도록 안내하는 조력자가 돼야 한다. 흩어진 기록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작업은 피해 상황의 반복성과 위험의 상승 과정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세 번째 책무는 피해자 안전계획을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출퇴근 동선을 조정하고 도어록과 계정 비밀번호를 변경하며, 휴대전화·차량 앱의 위치공유 설정과 로그인 기기를 점검해야 한다. 직장이나 학교에 비상연락 방법을 알리고 가족·동료와 비상암호를 정해 두는 것도 현실적인 안전대책이다.
네 번째 책무는 피해자를 공적 지원체계로 연결하는 일이다. 탐정은 피해자를 112, 여성긴급전화 1366, 가정폭력상담소, 의료기관, 변호사 등과 연계하고 필요하면 신고와 상담 과정에 동행할 수 있다. 피해자가 사실관계 정리표와 보유자료 목록을 활용해 관계기관에 직접 설명하고 제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진술해야 하는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다만 탐정의 역할은 피해자가 보유한 사실자료의 적법한 보존과 분류, 생활안전 지원 및 관계기관 연계에 한정돼야 한다. 범죄 성립 여부에 관한 법률판단, 고소장·신청서 등 법률관계 문서 작성, 사건 대리와 합의·중재는 변호사 등 법률상 자격을 가진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정부도 잠정조치 신청 때 피해상담 사실확인서와 모니터링 자료의 활용을 확대하고, 경찰서와 가정폭력상담소 간 공동대응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민간의 객관적 기록이 공적 위험 판단과 피해자 보호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의 보호대책과 민간의 사실조사 기능은 대립이 아니라 상호 보완 관계다.
다만 이러한 활동에는 엄격한 법적·윤리적 경계가 필요하다. 타인의 차량에 위치추적장치를 몰래 부착하거나 상대방의 계정에 침입하고, 상대가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데도 미행을 계속하는 행위는 사실조사가 아니라 위법행위다. “헤어진 연인의 주소를 찾아 달라”는 의뢰도 스토킹이나 보복을 준비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사람이 피해자의 이사한 주소나 직장을 찾는 데 민간조사를 이용한다면 탐정의 조사는 보호의 수단이 아니라 범죄의 도구가 된다. 의뢰 목적 심사, 피해자 소재 파악 의뢰의 수임 거절, 개인정보 최소수집과 사건 종결 후 파기 원칙을 엄격히 적용해야 하는 이유다. 탐정의 전문성은 무엇이든 알아내는 능력이 아니라 알아내서는 안 될 정보 앞에서 멈추는 절제에 있다.
현장의 공권력에도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일선 경찰관이 수많은 신고를 처리하면서 장기간의 관계사와 디지털 기록, 반복되는 통제와 위협까지 정밀하게 구조화하기는 어렵다. 이는 경찰을 탓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기관과 민간 전문영역의 합리적인 역할 분담을 고민해야 할 문제다.
강제수사와 가해자 격리, 혐의 판단과 처벌은 국가기관의 몫이다. 반면 신고 전후 피해자 곁에서 위험 신호를 확인하고 증거를 보존하며 안전계획을 마련하는 일은 전문교육을 받은 민간 조사자가 보완할 수 있다. 탐정은 경찰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경찰의 강제력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작동하도록 사실과 기록을 연결하는 민관 치안의 조력자여야 한다.
필자가 학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에서는 「공익탐정론」을 비롯해 「범죄심리학」, 「디지털포렌식」, 「디지털AI탐정론」 등 관계기반 범죄 대응에 필요한 교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탐정학 학사학위 과정으로서 피해자 면담, 위험성 평가, 증거보존, 개인정보보호, 관계기관 연계와 조사윤리를 교육하고 있다.
피해자를 대하는 조사는 기술 이전에 태도의 문제다. 피해자의 불안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중대한 위험이 발견되면 조사보다 신고와 보호를 우선하며,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의뢰는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 이를 개인의 양심에만 맡길 수는 없다. 체계적인 교육과 자격관리, 표준업무절차와 윤리규정이 필요하다.
결국 근본적인 대안은 공인탐정업법 제정이다. 국회 발의 준비중인 가칭 「공인탐정업의 관리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탐정에게 특별한 수사권이나 특권을 주는 법이 돼서는 안 된다. 등록요건과 자격기준, 교육훈련, 업무범위와 금지행위, 개인정보보호, 수임 거절 사유, 감독과 징계절차를 명확히 규정한 국민보호법이어야 한다.
동시에 위험자료 정리, 증거보존 지원, 사건 경과표 작성, 안전계획 수립, 관계기관 연계 같은 공익적 업무를 탐정의 합법적 직무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법률이 없으면 선량한 탐정과 불법 심부름센터를 구분하기 어렵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조사와 가해자의 스토킹을 돕는 조사를 걸러낼 기준도 세울 수 없다.
경찰의 강제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강제력이 작동하기 전과 이후, 피해자의 위험을 확인하고 증거와 안전계획을 관리할 전문적인 민간 조력체계도 필요하다. 피해자를 지키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부당한 의뢰를 거절하고, 합법적인 범위에서 사실을 확인하며, 공적 보호체계와 연결할 수 있는 탐정의 기준부터 세워야 한다.
공인탐정업법 제정은 탐정업계를 위한 특혜가 아니다. 교제폭력과 스토킹 피해자의 생명과 일상을 지키고, 불법 조사와 개인정보 침해를 통제하며, 국가와 민간이 함께 작동하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국민보호 입법이다.
<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학과장 ▲경찰학박사, 美경영학박사 ▲경찰청 총경 퇴임 ▲前대통령실 행정관 ▲K-탐정연구소장 및 K-탐정단장 ▲공인탐정법 등 민간조사업 관련 논문·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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