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 전용혁 기자] 감사원은 서울선관위 등 7개 시도선관위에서 전 사무총장 등이 가족·친척채용 청탁과 면접점수 조작·인사 서류 조작 등 다수의 비위를 통해 특혜채용을 진행한 사실을 적발하고 총 32명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27일 이 같은 '선거관리위원회 채용 등 인력관리실태' 감사결과를 공개하면서 선관위 인사담당자들이 다양한 위법·편법적인 방법으로 합격시키거나 특정인을 특혜·배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선관위 특혜채용은 주로 경력경쟁채용에서 이뤄졌으며, 2013년 이후 총 167회의 경력 채용을 전수 점검한 결과 규정 위반은 총 662건에 달했다. 중앙선관위도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실시한 총 124회의 경력 채용에서 규정과 절차를 위반한 사례가 총 216건 확인됐다.
중앙선관위 김세환 전 사무총장(장관급)은 2019년 아들이 인천 강화군 선관위에 8급 공무원으로 채용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 결원이 없는데도 경력채용 인원을 배정하고, 아들의 신상과 일치하는 공고와 다른 기준으로 서류 심사하도록 유도했으며, 시험위원도 자신과 근무한 적이 있는 내부위원만으로 구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만 아니라 인천선관위는 김 전 사무총장 아들의 전보를 위해 재직기간 요건을 축소하고, 관사 제공 대상이 아닌데도 지원했다.
중앙선관위 송봉섭 전 사무차장(차관급)은 2018년 딸로부터 충북선관위로 가고 싶다는 말을 듣고 충북선관위 담당자에 전화해 본인 신분을 밝힌 뒤 단양군선관위에 추천해달라고 자녀채용을 청탁한 사실도 밝혀졌다. 충북선관위가 응시자 나이가 많다는 사유 등으로 거절하자 단양군선관위의 단독 응시자로 하는 비다수인경쟁채용을 실시해 결국 합격시켰다.
중앙선관위 박찬진 전 사무총장은 사무차장이었던 2022년 당시 자녀가 경력 채용에 합격해 직접 전입 승인 결정을 하고도 중앙선관위에 알리지 않았다가, 자녀채용 특혜 의혹 보도가 나오고 나서야 사실을 시인했다.
경남선관위와 서울선관위는 2021년 경력 채용에서 면접 시 점수란을 내부위원에게 연필로만 작성토록 하고 이후 점수를 변경해 정당한 순위자를 탈락시키고 자녀 등을 합격시키도록 했다.
감사원은 "중앙선관위는 인사 관련 법령과 기준을 느슨하고 허술하게 마련해 가족채용 등을 알면서 안이하게 대응했다"며 "국가공무원법령을 위배해 채용하도록 불법과 편법을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선관위가 이런 비리를 저지르더라도 감사원이 감사를 할 수 없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현직 고위직 자녀의 특혜채용 의혹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에 반발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사건에 대해 감사원의 직무감찰이 헌법에 보장된 선관위의 독립 업무수행권을 침해한다는 결정을 내린 탓이다.
실제로 헌재는 이날 선관위가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인용을 결정했다. 헌재는 “감사원이 2023년 6월 1일부터 2025년 2월 25일까지 실시한 ‘선관위 채용 등 인력관리실태’에 대한 직무감찰은 헌법과 선관위법에 의해 부여받은 선관위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에 관한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권한쟁의심판은 헌재가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간에 권한의 범위나 충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판단을 내리는 제도다.
앞서 감사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 직무감찰을 벌인 것이 적법했는지를 두고 선관위와 헌법재판소에서 공방을 벌였다.
사건의 쟁점은 감사원이 지난해 6월부터 선관위에 대해 실시하고 있는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에 관한 직무감찰이 헌법과 법률에 부여된 선관위의 권한 침해 여부다.
선관위 측은 "선거절차 보장의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선관위의 독립성 보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행정부 소속 기관인 감사원에 의한 직무감찰이 선관위의 독립성과 독립적 업무수행 권한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감사원 측은 "위법한 업무처리에 대한 감사였을 뿐, 선관위의 독립성과 본질적인 업무 수행을 방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선관위의 독립성과 중립성 훼손은 선관위 내부 구성원들이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용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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