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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의 농사가 끝나는 지점에 이르렀다. “"자식 농사"라는 말이 있다. 이는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사회에서 자녀 양육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데 사용되어 왔다. 농사를 지을 때 씨앗을 뿌리고 정성껏 가꾸어 열매를 맺듯이, 자녀를 키우는 것 또한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농사”라는 말은 참으로 귀중한 것인데 오늘날 천덕꾸러기의 단어가 되었다. 필자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지점에서 1차산업의 중요성을 상기하고 농업이 주는 철학적 의미를 성찰하고자 한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은 농사의 가장 기본적인 진리를 담고 있다. 씨를 뿌리고 정성껏 가꾸면 그에 상응하는 결실을 얻는다는 자연의 이치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농부들은 이러한 자연의 순리를 몸소 체험하며 살아간다.
농부들은 매일같이 변화하는 자연 속에서 살아간다. 봄에는 싹이 트고, 여름에는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며, 가을에는 곡식이 익고, 겨울에는 땅이 잠드는 자연의 순환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연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에 맞춰 농사를 지어야 한다. 비가 많이 오면 걱정하고, 가뭄이 들면 안타까워하며, 해충이 발생하면 방제를 해야 한다.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농부들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려 하면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농약을 과다하게 사용하거나, 땅을 함부로 다루면 결국에는 땅이 힘을 잃고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다. 농부들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연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이제 농부의 지혜에서 농업에 대한 핵심 가치와 철학을 도출할 때이다.
첫째, 자연과의 공존과 조화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농사는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따르는 행위이다. 씨를 뿌리고 가꾸면 반드시 거두는 자연의 법칙을 존중하며, 자연과의 공존을 추구한다. 또한 농업은 단순히 식량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자원을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농부들은 지속 가능한 농업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둘째, 정직과 신뢰의 지혜를 배운다.
농사는 정직한 노동의 결과이다. 땀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자연과 소통하며 정성을 다해야 풍요로운 결실을 얻을 수 있다. 농부는 생산한 농작물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생산자이다. 농작물의 안전성과 품질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소비자와의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한다.
셋째, 생명의 존엄성을 배운다.
농부들은 농작물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소중함을 인식한다. 농작물을 키우면서 생명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죽음을 경험하며 생명의 순환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또한 농부는 자연과 인간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연과 인간이 서로에게 의존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이해한다.
넷째, 인내와 끈기를 알려준다.
농사는 기다림의 미학이다. 농사는 빠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작업이다. 씨앗을 뿌리고 싹이 나기까지,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까지 오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더하여 끊임없는 노력을 요구한다. 농부는 자연의 변화에 항상 대비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며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다섯째, 공동체 의식을 배운다.
농촌 공동체는 서로 돕고 협력하며 살아간다. 농부들은 이웃과 함께 일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어려움을 함께 극복한다. 이런 행위가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지역 문화를 보존하는 데 주용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농부의 삶은 단순한 농사짓기를 넘어, 깊은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 씨앗을 뿌리고 수확하는 과정은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이라는 우주의 근본적인 순환을 보여주며, 농부는 자연과의 일체감 속에서 삶의 유한함과 소중함을 깨닫는다. 농사는 노동의 가치를 일깨워주고,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농부의 삶은 현대 사회가 잃어버린 자연과의 연결, 진정한 행복, 그리고 공동체 의식의 회복을 위한 귀중한 교훈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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