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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를 착용한 40대 전과자가 20대 여성을 스토킹(Stalking)하다 끝내 여성을 거리에서 살해하는 끔찍하고 참담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과거에도 가해 남성은 피해 여성을 때리거나 위치를 추적하는 등 위험 행동을 반복했지만, 법원과 수사기관은 소극 대응으로 일관했을 뿐 가해자를 구속하는 등 적극 예방에 나서진 않아 통탄(痛歎)을 금할 수가 없다. 피해 여성은 숨지기 전까지 가해자의 스토킹 행위를 여러 번 신고했고 경찰의 신변 보호 대상이었음에도 안타깝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 스토킹 범죄는 기를 쓰고 피해자를 해치려는 극단적 돌발행동으로 이어지기 매우 쉬움에도, 국가의 대응은 여전히 더디고 수동적이어서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이렇듯 허술한 스토킹 범죄 대응 시스템과 사법당국의 소극적 조치가 부른 가슴 아픈 참극에 분통(憤痛)이 터질 수밖에 없다. 더는 이런 비극적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스토킹 범죄에 대한 감시·처벌시스템을 서둘러 대폭 강화해야만 한다.
지난 2016년 5월 17일 새벽에 발생한 “강남역 ‘묻지 마 살인’ 이후 10년간 변한 게 없다.”라는 각계의 분노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스토킹을 중범죄로 인식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2021년 10월 21일 시행되었지만, 안타깝게도 기대만큼 피해자를 보호해 주지 못하고 있다. 부부나 연인, 교제하던 사이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관계성 범죄’ 신고가 지난해 44만 건 가까이 발생하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관계성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피해자의 신고 의지가 높아진 결과로 해석되지만, 여전히 수면 아래 감춰진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가정폭력·교제 폭력·스토킹 등 3대 ‘관계성 범죄’에 대한 112 신고는 2025년도 43만 9,456건으로, 2024년(35만 6,988건)보다 23.1%(8만 2,468건)나 증가했다. 교제 폭력과 스토킹을 둘 다 별도의 범죄 유형으로 분류하기 시작한 2018년 3대 ‘관계성 범죄’ 신고는 29만 9,060건이었는데, 7년 만에 46.8%(약 14만 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112 신고는 약 1,873만 건에서 1,815만 건으로 3.1%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2025년도 ‘관계성 범죄’ 신고 현황을 유형별로 보면 가정폭력 신고가 28만 9,428건으로 65.9%를 차지했다. 교제 폭력은 10만 5,344건(24%), 스토킹은 4만 4,684건(10.2%)으로 각각 집계됐다. 교제 폭력과 스토킹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별도의 범죄 유형으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이를 범죄로 인식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관련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스토킹은 3대 ‘관계성 범죄’ 중 신고 건수로는 가장 적지만, 신고량 증가 폭이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2,921건에 그쳤던 스토킹 신고는 지난해 15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2021년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스토킹이 처벌 대상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관련 신고는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관계성 범죄 신고가 급증한 배경으로는 사회적 인식 변화와 적극적인 신고 분위기 확산이 꼽힌다. 과거에는 집안일이나 사적인 문제로 치부되던 가정 내 폭력이나 데이트 폭력 등이 명백한 범죄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피해자의 신고 문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14일 오전 8시 58분쯤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의 한 길거리에서 과거 사실혼 관계였던 20대 스토킹 피해 여성이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던 가운데 백주(白晝)에 도로 한복판에서 피해 여성이 탄 차의 창문을 깨고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당하는 참극이 벌어졌다니 황망(慌忙)하기 그지없다. 이들 두 사람은 과거 사실혼 관계였고, 여성의 출근 동선을 잘 알고 있던 남성이 길목에서 사전에 기다리다가 벌인 계획범죄였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네 차례나 신고하고 고소하는 등 모든 자기 보호 조처를 다 했지만, 국가는 결국 살인을 막지 못했다.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을 치러야만 이 참혹한 범죄의 고리를 끊어낼 것인가 국민의 가슴은 타들어만 간다. 가해 남성은 10개월 전 피해자를 칼로 위협해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고, 그 후에도 계속되는 스토킹으로 인해 구속수사 대상에까지 올랐으나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을 지체하던 중 참변을 당한 것이다. 경찰은 남성이 피해 여성의 차량에 설치한 위치추적 장치에 대한 감정 결과를 기다리느라 그랬다는데, 참으로 안일하기 짝이 없다.
이번 사건의 경찰의 대응은 안일(安逸)함을 넘어 직무유기(職務遺棄)에 가깝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네 차례 신고했을 뿐 아니라, 가해자가 설치한 위치추적 장치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해 경찰에 넘겼다. 가해자는 이미 피해자 특수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고, 경찰의 두 차례 소환 통보도 무시했다. 하지만 경찰은 잠정조치 3의 2호(전자장치 부착)와 4호(국가경찰관서의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의 유치) 등의 조치를 신청하지 않았다. 심지어 상급 기관인 경기북부경찰청이 가해자 유치장 구금과 구속영장 신청을 지시했지만, 관할 구리경찰서는 한 달이 넘도록 이러한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3월 16일 이재명 대통령은 “관계 당국의 대응이 더뎠고 국민의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라며 책임자 감찰을 지시했고, 경찰청은 즉시 감찰 조사에 착수했다. 엄정하고 준엄한 조처가 반드시 이뤄져야만 할 것이다.
스마트워치(Smart watch)도 범행을 막지 못했다. 가해 남성은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9조(스토킹 행위자에 대한 잠정조치) 제1항의 잠정조치 1호(피해자에 대한 스토킹 범죄 중단에 관한 서면경고)·2호(피해자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이나 그 주거 등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접근금지)·3호(피해자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한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적용 대상자였다. 하지만 경찰은 가해자가 접근하면 경보가 울리도록 하는 ‘3의 2호’ 조치까진 취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피습 직전 스마트워치 버튼을 눌렀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실시간 추적이 가능한 전자발찌 역시 무용지물이었다. 이 남성이 성범죄 전력으로 부착한 전자발찌는 법무부 소관이라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와는 연동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리 전자발찌(법무부)와 스마트워치(경찰) 감독 주체가 다르더라도, 치안 당국의 전자장비 감독 주체가 달라서 범죄를 막지 못했다니 기가 막힐 뿐만 아니라 억척이 무너진다. 살인 전조(前兆)가 이어졌는데도 국가는 범죄 피해자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성범죄 전과자와 스토킹 우범자 관리 체계에 여전히 큰 구멍이 뚫려 있다는 게 여실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스토킹 살인에서는 어떤 후환이 닥쳐도 피해자 목숨만 노리겠다는 가해자의 원한·집착·반복이 나타난다. 적극적 구속수사로 대응하지 않는 한 아무리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전자발찌를 채워봐야 이런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법원도 책임을 면키 어려워만 보이는 판단이다. 가정폭력으로 이미 접근·연락 금지 명령을 받았음에도, 위험한 스토킹 가해자에게 똑같은 조치를 중복해 발령했다. 법원 재량으로 유치(구속)할 기회를 놓쳤다는 점이 참으로 뼈아프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은 제도가 없어서 사전에 막지 못한 것이 아니다. 이미 마련된 잠정조치 4호(국가경찰관서의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의 유치)나 구속 같은 강력한 격리 수단을 제대로 쓰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지난 2월 2일 피해자가 가해자를 스토킹 혐의로 고소했을 때, 법원은 위치추적 장치로 추정되는 물체까지 발견됐음에도 잠정조치 1호(서면경고), 2호(접근금지), 3호(연락 금지)에만 그쳤다. 법원은 피의자 ‘방어권 침해’를 이유로 구금·구속에 인색하고, 경찰·검찰은 법원의 인용률이 낮다며 신청·청구에 소극적이다. 2022년 서울 구로구 신변 보호 여성 살인과 신당역 역무원 살인 등 이전 스토킹 사건 때도 같은 문제가 지적됐으나, 여전히 참극은 되풀이되고 반복해 발생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수사·사법기관의 안이한 대처와 제도 허점이 낳은 비극이다. 반복적으로 지적된 문제였지만,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피해 여성들이 아무리 신고를 해대도 가해자와의 ‘분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범행을 막긴 참으로 어렵다. 재발·보복 위험이 큰 스토킹 범죄 특성을 감안해 보면 구금·구속수사 등 피해자 보호 중심의 실효적 조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가해자는 다른 성범죄로 법무부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지만, 경찰의 스마트워치와 연동되지 않았다는 대목은 참으로 개탄(慨嘆)스럽기 짝이 없다. 성범죄 전과자가 스토킹 가해자가 될 경우, 기존 전자발찌를 스토킹 피해자 정보와 연동해 실시간 경보 역할을 하도록 개선할 필요가 촌각(寸刻)을 다투는 화급(火急)한 급선무(急先務)다. 무엇보다 스토킹은 초기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강력범죄에 이르기 쉬운 범죄다. 강력범죄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피해자의 현재와 미래에 큰 고통을 주기도 한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스토킹에서 가해자 격리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라는 인식을 굳건히 갖고 선제 대응에 적극 나서야만 한다. 살인 사건이 발생할 때 그때그때 반짝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일과성 전시행정은 이번이 진정으로 마지막이 되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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