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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한 달가량 앞두고 '야권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각계각층의 지식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한목소리로 단일화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이번 대선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압도적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국민의 열망이 뜨겁다는 의미다.
실제 민변 창립 멤버인 박인제 변호사, 노무현 정부의 김진현 전 과기처 장관, 주대환 ‘제3의길’ 발행인 등 원로급 인사들이 참여한 ‘더 나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100인 선언’은 9일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지만 제1야당의 수권 능력에 대한 우려 또한 깊다”라며 “대통령 선거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야권의 모든 정당과 후보들이 대연합해줄 것을 요청한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 여의도 카페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 중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정치세력 간에도 대타협이 필요한 과제들이 많아서 더 넓은 연합의 정치가 필요하다”라며 이같이 촉구했다.
그러면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극복하고 여러 정파가 협력하는 연합의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뜻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같은 날 ‘단일화 및 연합정부 촉구 시민모임’도 보도자료를 통해 "문재인 정권 5년, 갈등과 분열은 심화 됐고 견제와 균형은 실종했다. 국민 갈라치기로 증오심을 부추겨 통치의 동력으로 삼았다"라며 "중도·보수를 대변하는 두 후보가 힘을 합치면 기울어진 정치 지형도 바꿔나갈 수 있다"라고 단일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들은 15대 대선에서 승리한 김대중 대통령은 김종필과의 연대로 권력을 나눴고 연합정부를 꾸려 국가적 역량을 키워냈다는 점을 예로 들며 “단일화는 대선 후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정치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게 민심이다.
이런 민심을 거스르는 정치인은 살아남을 수 없다.
국민의힘에서 ‘보수결집’만으로도 이길 수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이준석 대표가 단일화를 극구 반대하고 있지만, 이미 당내에선 단일화가 대세다.
국민일보가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단일화를 찬성했으며, 반대자는 고작 10명 중 한두 명 정도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판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이를 반대한 이준석 대표만 바보가 된 셈이다.
국민의당에서도 공개적으로 단일화를 촉구하는 발언이 나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통령 후보 지지를 선언한 인명진 목사는 “윤석열 후보가 단일화를 요구하는데도 안 후보가 응하지 않으면 안 후보 지지를 철회하겠다”라고 압박했다.
인 목사는 “나는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가 됐으면 좋겠지만, 그보다 더 우선하는 개념은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윤 후보가 먼저 단일화를 요구하는데도 안 후보가 응하지 않으면 나는 주저 없이 ‘사람 잘못 봤다’라면서 일어설 사람”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 목사는 “시민단체나 야권에서 단일화 압력을 넣어야 할 대상은 안철수 후보가 아니라 윤석열 후보”라며 “힘 있는 사람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연일 ‘완주’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선 가능성 5%도 나오지 않는 후보가 ‘정권교체’를 말하면서도 ‘완주’를 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데 왜 고집을 부리는 걸까?
아마도 정치적 명분·실리의 부재, 국민의힘과의 ‘자리 나누기’로 보이는 것에 대한 부담 탓일 게다.
그렇다면 이걸 누가 풀어야 할까?
제1야당의 대선 후보인 윤석열 후보가 풀어야 한다. 단일화를 반대하는 이준석 대표의 눈치를 보지 말고 먼저 안 후보에게 손을 내밀라는 말이다.
다행인 것은 윤 후보가 안 후보의 이런 처지를 이해하고 먼저 단일화 문제를 꺼냈다는 점이다.
실제 윤 후보는 이날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안 후보와 담판을 통해 단일화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구체적인 단일화 모델로는 1997년 DJP연합(김대중+김종필)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제 공은 안철수 후보에게 넘어갔다. 안 후보는 ‘압도적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하여 후보 단일화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건 권력 나눠 먹기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갈 ‘협치’의 모델로 권장할만한 일이니 안 후보는 이에 대해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제거하는 좋은 방안이기도 하다. 모쪼록 이번 야권 후보 단일화가 협치의 시대로 나아가는 징검다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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