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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년에 시작된 술도가의 주인은, 생각보다 훨씬 특별한 여자였다. 김미전.
동그란 얼굴에 동그란 웃음.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얼굴.
그녀를 보자 뜬금없이 ‘고디바’가 떠올랐다.
세계 최고의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
1926년, 벨기에에서 태어난 이 브랜드는, 사실 한 영국 여자의 이름에서 시작되었다.
고다이버(Lady Godiva). 지방 영주의 아내였던 그녀는, 폭정에 가까운 세금에 고통받는 백성들을 위해 남편에게 감세를 요청했다가 모욕적인 말을 듣는다.
“네가 나체로 말을 타고 영지를 한 바퀴 돌 용기가 있다면 그렇게 하지.”
그녀는 그의 말을 받아들였다.
날짜를 잡았고, 소식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그날 모든 창문에 커튼을 치고 밖에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고다이버는, 말 위에 올라 영지를 돌았다.
1897년, 사실주의 화가 존 콜리어를 비롯한 수많은 화가들이 이 장면을 그렸고,
1926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피에르 드랍스는 이 여인의 이름을 미국식 발음으로 바꿔
‘고디바(Godiva)’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 이야기가 떠오른 이유는 단순했다.
김미전 대표가 가진 브랜드, “수원100년도가”는 고디바보다 무려 18년이나 더 오래된 시간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고디바' 보다 더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물었다.
“100년이 넘은 술도가를 인수한 특별한 사연이 있겠지요?”
1907년, 총 대신 술을 빚던 사람들
118년 전인 그날, 조선이 무너지고, 군대마저 해산되던 해.수원은 의병과 일본군이 뒤엉킨 전쟁터였다.
그 한복판에서, 수원도가는 술을 빚기 시작했다.
그들은 총 대신 술잔을 들었고, 절망 대신 가족의 생계를 택했고,분노 대신 눈물 젖은 술밥을 지었을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수원도가는 일제강점기 를 버텼고,1945년, 해방을 맞았다.
김미전 대표는 말한다.
“술 공부를 하다가 수원도가를 알게 됐어요.
그 끔찍한 시대를 견디며 어떤 사람들이 이 술을 빚었을까 그게 너무 궁금했죠.”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다만 마지막까지 수원도가를 지켜냈던 사람들에 대한, 전설 같은 이야기만 남아 있었다.
“조선의 군대가 해산되고, 왕이 주권을 잃고 허둥대던 그 시절,
이름 없는 민초들이 술을 빚어 푼돈을 모으고, 그 분노를 숙성시켜 수원의 3·1운동을 준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곳이 바로 수원도가였다는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정해졌죠.”
'고디바'처럼 서정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훨씬 장엄하고, 진지하다.
100년의 시간이 말을 걸어왔다
“처음으로 '수원100년도가'의 이름으로 술을 담그던 날, 제방에서 숙성을 시켰어요.
잠결에 누군가 말을 거는 것 같더라고요.”
보글보글 끓는 소리. 아이 숨소리처럼 달콤하고, 숲속 맹수의 발걸음처럼 진중하고,얼룩말의 걸음처럼 경쾌한 소리.
“그때 계속 이런 질문이 들리는 것 같았어요.
‘네가 아느냐? 수원 100년의 시간을.’”
그날 밤, 그녀는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 시간의 무게를 감당하겠다고.
“주변에선 다들 두렵지 않냐고 했죠.
근데 저는… 힘이 났어요.
역사의 한 자락을 쥐고 미래로 간다는 느낌.
그제야 진짜 사업을 시작한다는 자부심이 들었어요.”
“고디바는 남의 나라 이야기를 빌려온 거고, '수원100년도가'는 그대로 역사잖아요. 꼭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 겁니다.”
네 아들의 엄마, 그리고 그녀 인생의 후반전 치열해 질듯 하다.
스물셋에 결혼.
네 명의 사내아이를 키웠다.
막내가 어느 정도 크자, 그녀는 현장으로 나왔다.
‘정선수제비’, 그리고 프랜차이즈 ‘수수한가’를 창업했다.
삼청동에서 대통령과 장관들이 줄 서는 ‘삼청동수제비’ 집안의 DNA는 숨길 수 없었다.
처음엔 우아하게 해보려 했다. 하지만 현실은 우아하지 않았다.
“석 달 동안 거의 매일 집에 와서 울었어요.”
손님이 몰리면 주방장이 갑자기 휴가를 내고,직원들은 싸우고, 연락도 대책도 없이 결근하고, 다음 날 아무 일 없다는 듯 출근하는 일들이 반복되자 그녀는 ‘우아’를 버리고 ‘우직’을 택했다.
주방에 들어가, 반죽 수십 킬로를 버리며 수제비를 떼어 손을 단련했다.
그리고 코로나와의 전면전,
“수수한가가 스산한가가 되어가던 시절,돌파구를 찾기위해 OEM으로 막걸리를 만들었는데…그때부터 술에 빠져버렸어요.”
그 인연이, 폐업 위기의 수원양조법인을 인수하게 만들었다.
그녀에게 술은, 시간을 빚는 일이다.그냥 시간이 아니라 수원100년의 시간을 빚는 일이다.
지금 그녀는탁주, 약주, 증류주를 만들고 있다.
60년대 수원도가의 히트 브랜드 ‘샛별’을 복원해냈고, 출시전시 행사에서 “아버지 생신 선물로 꼭 이 술을 드리고 싶다”는 젊은이의 말에 조용히 울기도 했다. 그녀는 말했다.
“'수원100년도가'랑 한 몸이 돼 버렸어요."
브랜드는 결국, 사람이다
" '수원100년도가' 는 그냥 오래된 술공장이 아니라 118년 이라는 시간을 숙성시켜 기쁨을 빚는 원천이 되게 할 겁니다."
과한 듯 한 자존감을 좀 흔들었다.
"100년 전에 태어난 "고디바"가 세계를 제패 했다고 해서 118년 된 "수원100년도가" 가 저절로 명품브랜드가 되지는
않을 것" 이라고 말하자.
"수제비 하나로도 대한민국 최고브랜드를 만든 DNA가 내 안에 있다." 고 말했다.
김미전은 그런 여자다.
"수원100년도가"는 이미 그녀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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