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확 달라졌다. 롯데는 시즌 개막 후 4연승을 질주하는 등 올해 초반 프로야구를 주도하고 있다. 롯데는 13일까지 13경기를 치르는 동안 10승 3패로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롯데 돌풍의 중심에는 국내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인 제리 로이스터 김독(56, 미국)이 있다. 롯데가 사상 처음 외국인 감독을 영입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주변에선 ‘기대반 우려반’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외국인 감독 영입으로 분위기 반전을 노린 롯데의 승부수는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다.
◆로이스터 식 ‘빅볼 야구’
2008시즌 롯데가 가장 달라진 점은 ‘소총’에서 ‘대포’로 변신한 화끈한 타선이다.
14일 현재 롯데의 팀 타율은 0.289다. 8개 구단 가운데 2위다. 13경기를 치르는 동안 롯데는 무려 78득점을 올렸다. 게임당 평균 6점을 올릴 정도로 강력한 화력이 불을 뿜고 있다.
특히 이대호는 16타점을 올리며 팀 간판타자로 맹위를 떨치고 있고, 멕시칸 용병 카림 가르시아는 벌써 4개의 홈런을 뽑아내며 ‘제2의 호세’로 부산 팬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정수근, 김주찬 등 테이블세터들도 매 게임 안타를 쏟아내며 착실하게 밥상을 차려내 팀승리에 일조하고 있다.
시원하게 휘두르고 화끈하게 점수를 뽑아내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강조하는 로이스터식 ‘빅볼’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빅볼’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로이스터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끈질긴 승부근성과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요구했고, 선수들은 감독의 적극적인 주문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가을에도 야구하자’는 8년 한(恨)을 풀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쏟고 있다.
◆ML식 지도방식 통했다
지난 1월 9일 롯데 사령탑 취임식에서 로이스터 감독은 “메이저리그 경험을 롯데에 쏟아 붓겠다”고 밝혔다.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에서 로이스터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신을 ‘제리’라고 편하게 부르도록 하는 등 그동안 국내감독들에게 볼 수 없었던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왔고, 양보다는 질을 중시하는 메이저리그식 훈련으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메이저리그식 비디오 분석을 통해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를 지적해주고, 여러 상황에서 선수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조를 했다.
또 선수들에게 자율적인 야구를 강조하며 훈련을 맡겼다. 훈련 시간을 지난 해의 절반 수준으로 파격적으로 줄이는 대신 선수들에게 집중력을 갖고 훈련에 나서라고 당부했다.
이런 지도방식에 모래알 같던 선수들이 확 바뀌었다. 롯데 선수들에게 로이스터 감독이 어떻냐고 물어보면 이구동성으로 대답한다. “로이스터 감독님요? 감독님만 따라가면 가을에도 꼭 야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부산의 히딩크’ 로이스터
“로이스터 감독은요, 롯데의 구세줍니더.” 구도(球都) 부산에, 야구 열기는 그 어느 해보다 뜨겁다.
특히 로이스터 감독은 요즘 부산에서 최고 인기인이다.
부산역에서 사직구장으로 가는 택시를 타자, 택시기사는 묻지도 않은 야구 이야기를 꺼낸다. “사실 매년 롯데가 시즌 초반에는 잘 나갔지 예. 근데 올해만은 다를낍니더. 왜냐면 로이스터 감독이 있기 때문이지예.”
로이스터 감독은 이같은 롯데 팬들의 성화(?)에 한 가지 약속을 내걸었다. 바로 롯데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롯데 공식 응원가 인 ‘부산 갈매기’를 부르겠다는 것이었다.
◆외국 언론도 뜨거운 관심
그는 외국 언론으로부터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로이스터 감독은 지난 6일 잠실 LG전에 앞서 AP통신 셜리 스미스 기자 등, 외신기자와의 장시간 인터뷰를 통해 한국야구에서 느낀 점을 비롯해 최근 돌풍 이유 등을 상세하게 털어놨고,‘로이스터 열풍’은 서울발 기사로 전 세계에 타전됐다.
앞으로 약 6개월의 페넌트레이스 대장정이 남아 있어 아직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하지만 시즌 초반 로이스터 야구는 분명히 부산의 동백꽃처럼 활짝 꽃을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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