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타선을 이끌 박정권(30)과 최형우(28)는 전주고 선후배 사이다.
승리 앞에서는 선후배도 없는 법. 박정권과 최형우는 24일 오후 대구 시민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날선 입심 대결을 펼치며 신경전을 벌였다.
최형우는 "지난해 완패했을 때에도 팀의 중심타선이었는데 한 것이 없다. 올해는 1위로 올라와 휴식을 취하면서 컨디션을 조절했다. 이번에는 내 손으로 삼성의 우승을 이끌겠다"고 굳은 각오를 드러냈다.
올 시즌 홈런왕을 차지한 최형우는 "이번 시리즈에서 홈런을 치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었다"며 "홈런 욕심을 부리면 밸런스가 무너져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 일단 팀이 이겨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안타, 볼넷으로 찬스를 만들도록 하겠다. 무조건 팀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권은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우리 팀은 완성됐다. 팀 분위기, 상황이 최고조다. 체력적 부담은 없을 것이다"라고 장담한 뒤, "우리는 힘들면 힘들수록 뭉치고, 강해지는 팀이여서 한국시리즈에서는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우리 팀은 원래부터 연습량이 많았던 팀이다. 다른 팀에서는 상상도 못할 만큼의 훈련으로 다져진 선수다"라고 말한 박정권은 "여기에 경험도 더해져서 체력적인 문제가 없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9경기는 페넌트레이스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힘들고 체력소모가 심하지만 그것을 견딜 체력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전주고 2년 선후배 사이인 박정권과 최형우는 서로를 칭찬하면서도 날을 세웠다.
박정권은 "최형우와 붙을 생각은 없다. 최형우에게 늘 배우는 입장이다. 30홈런 100타점을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시리즈에서 수비를 하지 않고 최형우가 치는 것을 보겠다. 그만큼 배우는 자세로 임할 것이다"고 말했다.
최형우도 "박정권 선배는 깜짝 놀랄 정도로 가을에 너무 잘 한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최우수선수(MVP)를 받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박정권은 "최형우가 페넌트레이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무서운 타자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시리즈 기억이 많이 남을 것이다. 최형우가 올해에도 지난해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에둘러 최형우의 부진을 바랐다.
최형우도 "박정권 선배가 이미 플레이오프에서 MVP를 받았으니 한국시리즈에서는 조용히 집으로 보내주겠다"고 받아쳐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전주고 시절 기억에 대해 질문하자 박정권은 황급히 "최형우는 좋은 후배다. 학교 생활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것이 없을 것 같다"며 말을 막았다.
그러자 최형우는 "좋은 선배이지만 학교 시절 이야기를 하면 내일부터 박정권 선배를 볼 수 없을 것이다"며 "엉덩이에 멍들지 않으면 내 엉덩이가 아닌 것 같았을 정도"라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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