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고수현 기자] 우리 정부가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망명을 공식 발표한지 사흘만에 북한이 태 공사를 범죄자로 매도하고 나섰다.
이는 앞서 장승길 주 이집트 대사가 미국으로 망명했을 때와 유사한 형태로 북한 내부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일 '동족대결의 새로운 모략극'이라는 제하의 논평을 통해 "최근 박근혜 역적 패당은 영국 주재 대표부에서 일하다가 자기가 저지른 범죄 행위가 폭로되자 법적 처벌이 두려워 가족과 함께 도주한 자를 남조선에 끌어들이는 비열한 놀음을 벌여놓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태 공사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으면서 "도주자는 많은 국가 자금을 횡령하고 국가 비밀을 팔아먹었으며 미성년 강간 범죄까지 감행한 것으로 하여 그에 대한 범죄수사를 위해 지난 6월 이미 소환지시를 받은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신은 "공화국 중앙검찰소는 이자의 범죄 자료를 료해(조사)하고 7월12일 고의적비밀누설죄, 국가재산횡령범죄, 미성년성교범죄에 대한 수사 시작 결정서를 발급했다"고 강조했다.
통신은 "놈은 마땅히 자기가 범한 범죄에 대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하겠으나 자기를 키워주고 내세워준 조국과 부모 형제들마저 버리고 저 혼자 살겠다고 도주함으로써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초보적인 의리도 티끌 만한 양심도 도덕도 없는 인간쓰레기라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 보였다"고 맹비난했다.
오히려 통신은 "남조선 괴뢰들이 도주자가 대표부에서 당사업을 하였다느니, 항일투사의 아들이라느니 하는 등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늘어놓으면서 도주자의 더러운 몸값을 조금이라도 올려보려고 무진애를 쓰고 있다"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한편 북한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태 공사를 범죄자로 몰아 귀순의 의미를 축소하고 우리 정부에 책임을 돌려 북한 내부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앞서 1997년 8월 당시 장승길 주 이집트 대사가 미국으로 망명했을 때도 그를 '범죄자'로 몰아 신변을 북한에 인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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