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과 ‘고무신’ 매표 행위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3-01 11:32:08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주필 고하승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속전속결로 밀어붙인 ‘가덕도 신공항특별법’이 결국 지난 2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주당이 지난해 11월 26일 한정애 당시 정책위의장을 대표 발의자로 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을 발의한 지 고작 92일 만이다. 법안 통과로 동남권 신공항의 입지는 부산 가덕도로 그냥 확정됐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데도 예비타당성(예타)조사를 하지 않아도 되고, 사전타당성 조사마저 간소화할 수 있다. 그야말로 민주당이 선거만 의식해 ‘괴물 법안’을 만든 것이다.


오죽하면 범여권 인사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이를 ‘선거공항’ ‘매표공항’으로 혹평했겠는가.
전두환 정권의 ‘평화의 댐’,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에 이은 최악의 토건 사업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는 건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신공항을 짓는데 필요한 재원은 국민 세금에서 충당할 것이고, 그 세금을 내는 국민은 당연히 예산이 얼마나 투입되는지 알 권리가 있다. 그런데 깜깜이다.


부산시는 7조 5000억 원이면 된다고 하지만, 공항 공사 전문가들은 국제선만 따로 만들어도 최소한 12조 8000억원은 들고, 국내선까지 설치할 경우 15조 8000억원은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가덕도 신공항' 사업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2월 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들에게 신공항 건설 소요 예산이 28조 6000억원에 달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결국, 여야 국회의원들은 가덕도 공항 건설에 정확히 얼마의 예산이 들어가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가덕도에 신공항을 만든다”라는 내용의 특별법을 ‘덜컥’ 통과부터 시켜버린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에 들어간 예산이 22조다.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가덕도 공항 사업에 예비타당성조사마저 하지 않으면, 그 사업은 단군 이래 최악의 ‘쓰레기 사업’으로 낙인찍힐지도 모른다.


더구나 전문가들은 안전성과 경제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선거만 의식해 ‘특정 지역’을 못 박은 ‘특별법’을 밀어붙이고 말았다.


‘특별법’은 특정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한시적으로 기존에 있던 관련 법령을 일거에 무력화하는 무소불위의 ‘불도저법’이기 때문에 신공항 건설은 자칫 되돌리기 힘든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걸 알기에 국민은 특별법에 부정적이다.


실제로 국민 과반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대해 '잘못된 일'이라고 평가한 여론조사 결과가 1일 나왔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월 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경제성 평가를 면제하는 특별법이 통과됐다. 잘된 일인가 아니면 잘못된 일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3.6%가 '잘못된 일'이라고 응답했다. '잘된 일'이라는 응답은 33.9%에 그쳤다. '잘 모르겠다'는 12.6%였다.


광주·전라(잘된 일 52.0%, 잘못된 일 30.7%)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잘못됐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잘못된 일'이라는 응답이 73.4%에 육박했다.


특히 신공항 수혜지역인 부산·울산·경남에서도 '잘된 일'이라는 응답은 38.5%에 그쳤고, '잘못된 일'이라는 답변은 54.0%로 전국 평균치를 상회했다.(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고하면 된다.)


민주당이 부산시장 선거에 이용하려다가 되레 역풍을 맞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도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3월 8일 대표직을 마치는데 바로 ‘가덕도특위’ 위원장을 맡아 이 이슈를 선거 때까지 끌고 갈 태세다. 이번 부산시장 보궐 선거는 물론 차기 대선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에 나타나듯, 국민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특히 PK 지역 민심을 보면, 그들의 의식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비록 자신들이 신공항 건설로 수혜를 입지만, 지금 민주당의 태도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는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과거 고무신을 주고 표를 얻었던 그 시절의 국민 수준으로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정치인들은 그 시절 그 수준에 머물러 있는지 몰라도 국민은 그런 당신들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음을 명심하라.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주요기사

+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