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냐 ‘야권 승리’냐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2-03 11: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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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3일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이 제안한 제3지대 경선을 전격 수용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장 야권후보 경선은 국민의힘 예비경선과 ‘제3지대’ 단일화 예비경선이라는 ‘투트랙’으로 진행된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태섭 후보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모든 범야권의 후보들이 함께 모여 1차 단일화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안 대표는 단일화 조건으로 "1차 단일화 경선에서 후보가 된 사람은 국민의힘 후보와 2차 단일화 경선을 통해 범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룬다"며 "단일화에 참여한 예비후보들은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고 단일화된 후보의 지지를 공개 선언해야 한다"고 밝혔다.


범야권 후보들과 1차 단일화부터 한 뒤 제1야당인 국민의힘 경선을 거친 후보와 2차 단일화를 하자는 것이다.


그 이후 안 대표는 ‘양당 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사실상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절차를 밟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제2의 유승민’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이는 안철수 대표가 독일에서 돌아올 때부터 생각했던 시나리오일 것이다. 바른미래당 내에서 유승민계가 당시 제1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에 좋은 조건으로 들어가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킬 당시 안철수계도 가담했다. 현재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과 이태규 의원도 쿠데타에 합류했다. 그런데도 안철수 대표는 그들을 저지하거나 만류하지 않았다. 아마도 유승민과 함께 꽃가마를 타고 한국당에 들어갈 좋은 기회라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쿠데타의 실패로 좋은 조건으로 한국당에 입당할 기회를 놓쳐버린 안철수 대표는 어쩔 수 없이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지금의 미니 정당인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물론 호시탐탐 제1야당에 들어갈 기회를 노렸을 것이다. 이른바 안철수계로 불리는 국회의원들을 대거 한국당에 보낸 것은 그런 노림수다. 그런데 이번에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통해 다시 한번 호조건으로 제1야당에 들어갈 기회를 포착한 것이다. 그의 숙원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제3지대’에 대한 불확실성 제거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안 대표가 국민의당 시절, 유승민의 바른정당과 합당할 때부터 그는 ‘제3지대’의 주축이 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 마치 자신이 ‘제3지대’의 주인인 것처럼 행세했고, 그로 인해 국민이 기대하는 새로운 제3지대는 만들어질 수 없었다.


하지만 안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국민의힘과 경선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제는 새로운 ‘제3지대’의 길이 활짝 열렸다.


그러면 누가 그 중심인물이 될 수 있을까?


사실 필자는 서울시장에 출마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는 안철수 대표와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이 추진하는 단일화에 참여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앞서 조 의원은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도 제3지대 경선이 국민의힘으로 가기 위한 중간 경로라면 의미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안 대표가 국민의힘으로 가기 위한 중간 경로로 ‘제3지대’ 경선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따라서 그는 자신이 ‘제3지대’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야무진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역시 ‘제3지대’의 깃발을 들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가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꼭두각시’ 노릇을 한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탓이다. 총선에서 그가 더불어시민당이 아니라 시대전환의 후보로 출마했더라면, 비록 금배지를 달지는 못했더라도 ‘꼭두각시’ 정당 출신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았을 것이란 점에서 아쉽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금태섭에 더 관심이 간다. 만일 그가 안 대표와의 경선에서 승리하더라도 국민의힘과 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고 독자 후보로 완주한다면, 비록 3등을 하더라도 그가 ‘제3지대’의 중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안철수나 유승민처럼 제1야당에 들어가기 위해 일시적으로 ‘제3지대’에 머무는 정치인이 아니라, ‘제3지대’로 다당제 시대를 완성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지닌 정치인이 나올 때가 됐다. 단언컨대 제3지대는 야권 승리보다도 더 값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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