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 단일화 발 빼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3-09 11: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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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 단일화를 추진 중인 국민의당이 상대인 국민의힘을 향해 “조직이 형편없다”고 폄훼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안 후보가 야권 후보 단일화에서 발을 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당 사무총장이면서 야권 단일화 실무협상단 논의를 진행하는 이태규 의원은 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이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국민의힘 당원들이 용납하기 어려운 발언을 마구 쏟아냈다.


그는 “시간 질질 끄는 야당의 고질병”이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심지어 "하는 짓거리가 여당과 다른 게 없다"는 막말을 하기도 했다.


급기야 그는 “국민의힘 조직이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서울시 조직이 얼마나 되나. 그 조직이 강하면 나경원 후보가 떨어졌겠나. 오세훈 후보의 당선이란 국민의힘 조직이 형편없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라고 ‘연대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해서는 안 될 말까지 하고 말았다.


이태규 의원이 이런 발언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는 이유가 뭘까?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이후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세를 타면서 다급하게 된 탓이다.


이 의원도 그런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오세훈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에 대해 ”그건 아무래도 LH 사태 때문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라며 "정권에 대한 심판 분위기가 점점 고조될수록 야권 후보 간 변별력은 약해질 수 있다. 그런 부분에서 안 대표가 불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니 안 후보가 더 불리해지기 전에 빨리 야권 후보 단일화를 매듭짓자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방식으로 후보 단일화를 하자는 것인가.


이태규 의원은 "국민의힘 단일화 실무협상단에 오늘 중으로 실무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주실 것을 요청한다"라면서도 단일화 방식에 대해선 “여론조사 외 다른 방식은 고려하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자신들이 유리한 방식을 아예 정해놓고, 그 방식대로 실무협상을 하자는 것이다. 세상이 이런 협상이 어디 있는가. 협상이라면 하나를 양보하고 하나를 받는 게 있어야지 ‘여론조사 ’외에는 없다고 못 박아 놓고, 협상을 하지니 그거 아니면 아예 판을 깨겠다고 협박하는 거 아니겠는가.


이태규 의원은 야권 단일후보의 정당 표기나 기호 문제에서도 어깃장을 놓았다.


만일 여론조사를 한다면 당연히 ‘기호 2번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기호 4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라고 명확하게 표기하고 누가 더 적합한지. 혹은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는지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의원은 반대다.


그는 “이름 석 자 가지고 시민들이 이분은 국민의힘 후보구나, 야당 후보구나, 이런 거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라면 그건 심각한 문제 아니냐”라며 이름만 가지고 여론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기호 4번’과 ‘국민의당’이 ‘기호 2번’과 ‘국민의힘’보다는 경쟁력이 없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그래놓고는 "안 대표에게 2번 달라는 건 이해한다. 그러면 우리가 오세훈 후보에게 단일화하면 4번 달라고 하면 수용이 되겠나. 자신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상대에게 요구하는 건 잘못"이라고 황당한 말을 하기도 했다.


대체 왜 안철수 후보는 이런 사람을 야권 단일화 실무협상단 대표로 내세운 것일까?


단순히 사람을 잘못 본 것이라면 모르되 거기에 안 후보의 의중이 실려 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실상 승산 없는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에서 발을 빼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탓이다. 현 정권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부디 그런 일이 없어야 할 텐데 이태규를 보면 괜스레 걱정이 앞선다.


야권 단일후보를 하면 누가 후보가 되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이긴다는 여론조사가 잇따르고 있다. 그게 민심이다. 안철수 후보는 그런 민심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급하게 서두르다 일을 그르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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