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말 바꾸기 달인’인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10-05 12: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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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말이 자꾸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재명 지사는 지난달 19일 경선 토론에서 대장동 개발에 대해 “단군 이래 최대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한 사업”이라고 했지만, 여론이 부정적으로 돌아가자 이어진 지난달 30일 토론에선 “저로서는 막으려고 노력했다”라면서 제가 떠난 다음에 생긴 문제에 대해서도 제게 왜 문제를 제기하는가”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자신이 단군 이래 최대 치적으로 내세운 사업에 대해 사실상 일부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수사에 대한 언급도 달라졌다.


추석 연휴 전 대장동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모든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야당의 특별검사 요구가 이어지자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특검 반대 의사를 밝혔다.


특히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한 이 후보의 말이 바뀌면서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의구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30일 경선 토론에서 “그 사람(유 전 본부장)이 제 선거를 도와줬다, 아니면 저의 사무실 집기 사는 것을 도왔다. 그런 것을 한 적이 없지 않으냐”고 했다가 나중엔 “이분이 원래 리모델링하던 분인데 선거를 도와줬고, 도시개발공사 이전에 시설관리공단에서 직원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았는데 직원 관리를 매우 잘했다”라고 상반된 말을 했다.


그러다가 지난 3일 경기지역 공약 발표 뒤엔 기자들과 만나 “성남시장 선거를 도운 것은 맞지만, 경기도에 와선 딴 길을 갔다”라며 측근 인사라는 의혹을 부인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 지사가 성남시장 재임 당시 직접 설계한 대장동 개발사업을 실무적으로 집행한 핵심인물은 유동규 전 본부장이다.


그는 서울의 한 설계사무소에서 두 달가량 '운전기사'로 일했지만,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에 임명된 이후에는 해당 경력을 '건축 관련 3년 경력'이라고 부풀린 정황이 드러났다.


그는 이 지사가 2010년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하자 지지 성명을 냈고, 당선된 후에는 시장 인수위 도시건설분과 간사를 거쳐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처음 공무원에 임용됐다.


이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옮겨가 대장동 개발사업 전반을 집행했으며,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자 경기관광공사 사장(차관급)으로 중용됐다.


운전기사 두 달 경력으로 차관급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이재명이라 배경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이 지사가 그를 챙기고 뒤를 봐주었다는 의미다.


그 대가로 유동규 전 본부장은 이재명 지사에게 무엇을 주었는지 아직 밝혀진 게 없다.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데도 이재명 지사는 유동규 전 본부장에 대해 “측근이 아니다”라며 발뺌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죽하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유씨는) 항상 이 지사의 ‘장비’로 얘기됐던 분인데, 그 말을 믿어줄 사람은 없다”라며 “유비가 지금 장비를 모른다고 하는 격”이라고 꼬집었겠는가.


이재명 지사의 잦은 말 바꾸기와 앞뒤가 맞지 말은 너무나 많다.


이 지사는 자신이 직접 대장동 개발을 설계했다며 단군 이래 최대의 치적이라고 했다가, 요즘은 자신이 설계한 것이 아니라 유동규가 설계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최대의 치적은 이재명이 아니라 유동규의 치적이라는 것인가. 남의 치적을 자신의 치적으로 가로채려 했다는 것인가.


아니면 치적은 이재명의 것이고, 책임은 유동규의 몫이라는 건가.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물론 이재명 지사가 “1원도 받지 않았다”라고 장담하듯 이 지사가 직접 돈을 챙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건 잡범들이라 하는 짓이지, 정치 도둑은 직권남용을 통해 자신의 측근들이 마음껏 도둑질하게 만들어 그들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수법을 쓰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 지사가 대장동 개발과정에서 직권남용을 한 것이 있느냐 여부가 핵심이다.


그게 있다면, 이 지사는 유동규와 공범이다. 그런데 그런 흔적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수익환수 장치를 없애버리거나 임대주택 비율을 절반으로 줄여버리는 방식으로 특정인들이 엄청난 폭리를 취하게 하는 것은 유동규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나는 책임 없다”라는 식으로 빠져나가려 해선 안 된다. 정말 억울하다면, 특검을 반대할 게 아니라 특검을 통해 진실을 밝히자고 오히려 이 지사가 앞장서야 하는 거 아닌가.


무엇인가를 숨기기 위해 자주 말을 바꾸는 자가 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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