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의 ‘뒤통수치기’…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2-16 13: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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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정치인들 가운데 ‘뒤통수치기의 달인’을 꼽으라면 아마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단연 으뜸일 것이다.


우선 당장 대한민국 국민이 그로부터 보기 좋게 뒤통수를 맞았다.


박 장관이 지난 7일 단행한 ‘황당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지난 2일 오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만나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등을 협의했다. 윤 총장은 그 자리에서 자신에 대한 수사와 징계 등을 주도해온 이성윤 지검장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이종근 대검찰청 형사부장 등을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그날 기자들에게 “(윤 총장의) 의견을 듣는 것을 형식적으로 하진 않고, 두 번은 뵈야겠다”고 말했다.


검찰청법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 인사에 앞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는데, 그걸 형식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과의 협력을 주문하고, 박 장관이 이처럼 소통을 강조하면서 이번 인사에서는 윤 총장 의중이 일정 부분 반영되는 '타협안'이 나올 것으로 국민은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어디까지나 ‘쇼’에 불과했다.


윤석열 총장 징계를 무리하게 밀어붙여 결과적으로 청와대에 부담을 줬던 검찰·법무부 간부들에 대해 ‘문책성’ 인사가 있을 것이란 국민의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물론 윤 총장의 의견 역시 반영되지 않았다.


추미애 전 장관이 기존에 짜놓았던 ‘친정부 성향 검사’ 중심의 라인업(line-up)이 그대로 유지되는 황당한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실제로 윤석열 총장과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돼 전국 최대청을 계속 이끌게 됐다. 윤 총장 징계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심재철 검찰국장은 라임 사건 등 굵직한 수사가 진행 중인 남부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사실상 영전했다. 또 '추미애 라인'으로 꼽히는 이종근 대검찰청 형사부장도 자리를 유지했다.


총장을 상대로 반기를 들었던 이들을 그대로 둔다는 것 자체가 총장에게 어떤 힘도 실어주지 않겠다는 정권의 의중을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총장의 뒤통수만 친 게 아니라 이를 지켜보던 국민의 뒤통수까지 친 셈이다.


대체 왜 이런 황당 인사가 단행된 것일까?


월성 원전 수사팀의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검찰이 지난 4일 백 전 장관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그로부터 3일 뒤 법무부가 이례적으로 휴일인 일요일에 다급하게 검사장급 인사를 발표한 탓이다.


아마도 박 장관이 소통을 강조하고 윤 총장과 만나는 등 화해의 모습을 보이면, 권력 핵심부를 향한 검찰의 수사가 무뎌질 것이라 여겼는데, 백운규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걸 보고, 화들짝 놀라 ‘도로 추미애’의 길, 즉 ‘식물 총장 만들기’를 통해 정권의 비리 의혹 수사를 무디게 하는 쪽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게 국민의 뒤통수를 친 이유라면, 박 장관이 가는 길은 잘못된 길이다.


검찰을 무력화하고, 사법부를 장악하고, 언론에 재갈 물리기로 권력의 비리를 영원히 덮어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또 공수처가 정권을 수호하는 기관이 되어 줄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 역시 오판이다.


박범계가 윤석열의 뒤통수를 치고, 국민의 뒤통수를 쳤듯, 공수처가 박범계 장관을 비롯한 권력 핵심부의 뒤통수를 치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공수처의 역할이 그런 것이고, 그런 역할을 하라고 만든 기관인데, 어찌 아니 그러겠는가.


집권세력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공언하던 ‘20년 장기집권’의 망상을 버려야 한다. 그 망상에 사로잡혀 ‘개혁’이라는 가면을 쓰고 세상을 장악하려 든다면 국민이 용납지 않을 것이다. 더 큰 죄를 짓기 전에 지금까지 지은 죄를 자복하고,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함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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