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수석 사의…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2-18 14:06:26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주필 고하승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핵심 측근인 신현수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이 재직 40여 일 만에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의 표명의 배경은 검찰 인사를 둘러싼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이다.


즉 박범계 장관이 신현수 수석도 모르게 지난 7일 이른바 추미애 라인을 유지하는 검찰 고위인사를 기습적으로 발표한 게 원인이라는 거다.


실제로 인사 발표 약 1시간 전 법무부가 언론에 인사 발표를 예고했고, 이에 대검이 이런 사실을 신 수석에게 알리자, 신 수석은 그게 무슨 소리냐. 그런 일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법무부가 신 수석에게조차 인사 발표 사실을 숨겼다는 의미다.


박 장관이 신 수석을 통하지 않고, 직접 문재인 대통령에게 법무부 인사안을 재가받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박 장관과 신 수석의 갈등을 모르고 법무부 인사안을 재가한 것일까?
혹시 박 장관이 갈등 사실을 숨기고, 마치 신 수석과 조율이 끝난 것처럼 허위 보고하고 직접 인사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은 아닐까?


불가능하다. 지금과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아무리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하고 레임덕이 시작됐다고 해도 그에겐 여전히 제왕적 권한이 있다. 일개 장관이 제왕 같은 대통령을 속이는 건 자신의 정치생명이 걸린 일이기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신현수 수석 패싱(passing)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것은 사실상 신 수석에 대한 불신임이나 마찬가지다.


앞서 신 수석은 지난 12월 31일 임명되면서 문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부탁할 정도로 신망이 두터운 사람이다. 임명 당시 신 수석을 새로운 '왕수석'으로 보는 시각까지 있었다. 그런데 임명된 지 두 달도 안 돼 대통령으로부터 불신임을 받은 것이다.


그걸 알기에 신 수석이 여러 차례 사의를 표명했으며, 지금도 그 뜻을 굽히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문 대통령은 왜 자신의 오랜 측근인 신현수 수석을 불신임하고, 박범계 장관에게 힘을 실어준 것일까?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끄는 검찰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문 대통령이 격노(激怒)했다고 한다. 그 이후 불과 3일 만에 갑작스럽게, 그것도 이례적으로 휴일인 일요일에 전격적으로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보아 백운규 구속영장 청구가 원인인 것 같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월성 원전에 대한 검찰 수사에 격노했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박범계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었다는 의미가 되는데, 사실이라면 이는 심각한 국정농단으로 탄핵감이다.


아마도 신수현 수석은 그런 불길한 예감을 떨쳐버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민정수석이라는 자리가 원래 그런 자리다. 민정수석은 흔히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자리'라고 하지만, 박근혜정부 당시 우병우 사례에서 보듯, 정권이 몰락한 후에는 법정을 드나들 가능성이 큰 자리이기도 하다. 신 수석의 사의는 어쩌면 우병우와 같은 역할을 거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문 대통령은 일단 신 수석의 사의를 반려했다. 따라서 당장 그의 거취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정상출근은 하겠지만, 이미 그는 마음이 떠났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수사를 억지로 덮기 위한 정부의 검찰 인사에 동의하지 않는 그가 향후 이뤄질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다른 권력형 비리 의혹 수사를 덮기 위한 검찰 인사에는 동의할 리 만무하다. 그런 의미에서 제왕 같은 대통령 앞에서도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는 그가 참다운 참모다.


어쩌면 신현수 수석은 지금 자신의 역할에 한계를 느끼고 난파선에서 뛰어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저히 고쳐 쓸 수 없는 난파선이라면 그게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주요기사

+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