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권심판’ 여론…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3-24 1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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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 지역에선 '정권심판' 여론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24일 공개된 두 개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30%대마저 붕괴위기에 직면해 있고,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이미 20%대로 주저앉았다.


여론조사업체 <알앤써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20~21일 이틀간 서울 유권자 832명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긍정평가는 30.8%로 폭삭 내려앉았다. 반면에 부정평가는 64.8%로, 긍·부정간 격차는 34.2%p로 크게 벌어졌다.


정당지지율 역시 민주당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해 25.9%로 나타났으며, 국민의힘 지지율은 크게 올라 36.0%로, 양당 지지율 격차는 두 자릿수로 벌어졌다.(이 조사의 응답률은 8.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4%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 역시 비슷한 양상이다.


YTN과 TBS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22~23일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1042명을 대상으로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부정평가(67.0%)가 긍정평가(30.4%)보다 2배 이상 높았으며, 정당지지도 역시 국민의힘(32.7%)이 민주당(23.5%)을 크게 앞섰다.(이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0%p이고,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하면 된다.)

 

이번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은 ‘정권심판’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이 ‘귀책사유 무공천’ 당헌을 무리하게 바꾸고, 후보를 공천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민주당이 공천한 박원순-오거돈 등 전임시장들의 성범죄로 인해 치러지는 보궐선거인만큼 민주당은 당헌에 따른 ‘무공천’을 선언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옳았다.


반면 정의당은 이번 선거와 직접 연관이 없음에도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만일 민주당이 정의당과 같은 자세를 취했다면, 서울시민들의 분노도 상당히 가라앉았을 것이다.


그런데 여권 인사들을 보면 도무지 반성의 기색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연일 박원순 띄우기에 나선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그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그는 2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박 전 시장의 업적을 부각하는 글을 올렸다.


전날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라는 발언으로 성추행 피해자 ‘2차 가해’ 논란을 불러온 지 하루 만에 또다시 ‘박원순 띄우기’에 나선 것이다.


심지어 임 전 실장은 박원순 이름을 용산공원에 새기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가관인 것은 이 글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하승창 전 청와대 사회혁신수석, 조한기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문대림 전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 등 여권 인사들이 '좋아요' 혹은 '슬퍼요'를 누르며 공감을 표시했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이 이날 "민주당은 2차 가해가 선거전략이냐"고 비판했겠는가.


실제로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대통령비서실장까지 지낸 임종석씨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어떤 이유로 치러지는지 모르지 않을 터인데 선거를 목전에 두고 대놓고 2차 가해를 하는 것은 매우 악의적"이라며 "임종석 씨는 참으로 몹쓸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일상 복귀를 방해하는 정당이 1000만 서울시민들의 삶을 책임질 수 있다는 말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보다못해 같은 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마저 임 실장에게 자제를 당부했다.


실제 박 후보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피해 여성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상처를 건드리는 이러한 발언은 자제해주시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그는 '임 전 실장의 글을 지지층 결집용이라고 해석하던데, 박 후보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보는 것인가'라는 진행자의 물음에도 "그렇다"라고 잘라 말했다.


정작 선거 당사자인 박 후보도 반기지 않는 언행을 일삼는 정권 핵심 인사들의 안하무인(眼下無人) 식 태도가 ‘정권심판’ 여론을 부추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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