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파괴’ 저지는 국민의 몫이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3-02 14: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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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윤석열 검찰총장은 2019년 7월에 취임한 이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비리 수사,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 등 현 정권을 불편하게 만드는 수사를 지휘해 왔다.


정권은 그런 수사를 저지하기 위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앞세워 헌정 사상 처음으로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했을 뿐만 아니라. 또 처음으로 징계를 청구해 직무집행을 정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계략은 법원에 의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러자 정권은 윤 총장이 아니라 아예 검찰을 겨냥하고 나섰다.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로 식물검찰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위해 ‘중대범죄수사청 설립’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총장은 “갖은 압력에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칼을 빼앗고 쫓아내려 한다. 원칙대로 뚜벅뚜벅 길을 걸으니 아예 포크레인을 끌어와 길을 파내려 하는 격”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그러면서 “입법이 이뤄지면 치외법권의 영역은 확대될 것이다. 보통 시민들은 크게 위축되고 자유와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총장의 이런 비판과 우려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면 이 같은 다수당의 입법 횡포는 어떻게 저지해야 하는가.


검찰총장이 직을 걸고 이를 막을 수는 없는 것인가.


윤 총장은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야 100번이라도 걸겠다.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며 “검찰이 밉고 검찰총장이 미워서 추진되는 일을 무슨 재주로 대응하겠나”라고 한탄했다.


따라서 국민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혹시 여권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에 대해 잘 못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동안 검찰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해왔던 필자부터 되돌아봐야겠다.


민주당은 ‘한국 검찰만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졌다’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과연 사실일까?


알고 보니 사실이 아니었다.


윤 총장은 “어떤 경우에도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부정하는 입법례는 없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사법 선진국은 대부분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인정한다”라며 “심지어 사인소추(국가 기관이 아닌 일반 개인이 공소를 제기) 전통이 있는 영국조차 부패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수사·기소가 융합된 특별수사검찰청(SFO)을 만들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형사사법 제도라는 것은 한번 잘못 디자인되면 국가 자체가 흔들리고 국민 전체가 고통받게 된다”며 “법정에서 살아 있는 권력과 맞서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졸속 입법이 나라를 얼마나 혼란에 빠뜨리는지 모를 것”이라고 국민의 관심을 촉구했다.


윤 총장은 “권위주의 군사정부에서 문민정부로 가려 한 것이 과거의 민주화 운동이라면, 그다음 민주주의의 발전은 곧 법치주의의 발전”이라면서 “권력층의 반칙에 대응하지 못하면 공정과 민주주의가 무너진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우리 헌법상 민주주의는 법치주의를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결론에 동의한다면, 국민은 여당이 ‘검찰개혁’이라는 미명으로 사실상 ‘검찰 해체’를 추진하는 입법활동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졸속으로 법부터 만들 게 아니라 그 전에 공판중심주의가 강화되는 현실에 알맞은 시스템이 어떤 것인지 전문가 토론회나 국민 공청회 등을 통해 면밀하게 들여다보도록 국민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말이다.


국민이 침묵하면, ‘힘 있는 사람도 범죄를 저지를 경우, 똑같이 처벌받고, 법이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법치주의 원칙이 무너질 수도 있다.


거듭 말하거니와 비대한 검찰 조직을 쪼개고,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검찰개혁은 찬성이지만, 지금 여권이 추진하는 것처럼 ‘검찰파괴’를 목표로 하는 검찰개혁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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