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이재명, 잠 못 드는 文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2-25 14: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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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주류인 친문은 차라리 야당을 할망정 대권과 당권을 이재명 쪽에 넘겨주지는 않을 거다.”


이는 민주당 차기 대권 주자 가운데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민주당 주류인 친문계와의 관계를 보는 전문가들의 보편적 시각이다.


실제로 민주당 내에서 최근 나타나는 친문계의 움직임은 ‘이재명 방출’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1월 초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서는 ‘이재명 출당을 위한 권리당원 투표’ 글이 게시됐으며, 투표에 참여한 이들의 95%가 이 지사 탈당에 ‘찬성’했다. 노골적인 탈당 요구다.


최근에는 포털사이트에 ‘#이재명_나가라’ ‘#이재명_나가라_민주당에서’ ‘#이재명은-기본소득당으로’ 등의 해시태그가 잇달아 등장하기도 했다. 민주당 친문 성향 지지자들이 집단으로 ‘이재명 탈당’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지율 선두 주자인 이재명 지사 앞에 현역 국회의원들이 앞다퉈 줄을 설만도 한데 그런 일조차 일어나지 않는다. 그나마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그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다.


이재명 지사가 ‘친문 적자’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납작 엎드려 “우리는 원팀”이라고 강조했지만, 돌아온 반응은 싸늘했다. 이 지사와는 결코 함께 갈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최근 친문계 의원들 사이에서 경선연기론이 부쩍 힘을 얻어가는 것 역시 이재명 퇴출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친문계는 당헌을 개정해 ‘대선 180일 전’ 후보를 선출하도록 한 규정을 ‘대선 120일 전’으로 바꾸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마도 친문계 ‘제3후보’를 키울 시간을 얻겠다는 전략일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지사 측에서는 “유불리에 따른 판 흔들기”라고 항변하지만, 그런 반발은 무의미하다. 전당원투표로 당헌 개정을 시도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미 친문계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후보 무공천을 백지화할 때 전당원투표를 내세워 당헌 개정을 속전속결로 처리한 경험이 있다.


민주당 친문은 왜 이처럼 이재명 지사와 화합하지 못하고 각을 세우는 것일까?


어쩌면 문재인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것인지도 모른다.


울산 선거 공작,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옵티머스·라임 사기 같은 정권 비리 의혹이 잇따라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차기 대선주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지금은 비록 제왕적 대통령의 힘과 거대한 집권당의 힘으로 이런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를 틀어막을 수 있지만, 임기가 끝나고 물러난 이후에는 화산이 폭발하듯 일순간에 분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문 대통령은 퇴임 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당연히 민주당의 재집권을 소망하겠지만, 그 대상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퇴임 후 안전을 보장해줄 친문이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같은 당 전임 대통령인 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했듯, 같은 당 후임 대통령에 의해 자신이 구속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잠 못 드는 밤을 지새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친문계가 이재명의 탈당을 촉구하고, 경선연기론을 ‘솔솔’ 지피면서 친문 성향의 ‘제3후보’가 등장할 시간을 벌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배경에는 그런 문 대통령의 절박한 심정이 담겨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지사는 어떤 선택을 할까?


친문 진영의 경선연기론에 대해 이 지사 측은 “내전(內戰)을 각오하라”라며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했다.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계속해서 그를 짓누르면, 반발해 튀어나갈 수도 있다. 이 지사가 탈당을 결행하면, 야권 주자가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고, 탈당한 이 지사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정계개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문재인 대통령, 봄이 성큼 다가왔지만, 그가 지새우는 밤은 여전히 동짓날 밤처럼 길고도 긴 어둠의 연속일 것이다.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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