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 흑색선전, 국회의원이 앵무새냐?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3-09 14: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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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집중 견제구를 날리는 모양새다.


그런데 그 방식이 너무나 치졸하다.


박 후보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천준호 민주당 의원이 이미 10년 전에 충분히 해명된 과거의 의혹을 다시 들고나온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것도 마치 새로운 의혹을 찾아낸 것처럼 거창하게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어가면서 흑색선전을 펼쳤다는 점에서 매우 악의적이다.


실제로 천준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오세훈 후보는 과거 본인 가족과 처가가 소유한 내곡동 땅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토해양부는 관계기관 검토를 거쳐 2009년 10월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가족과 처가가 소유한 4443㎡(약 1344평)의 땅이 대거 포함된 내곡동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했다”며 “오세훈 일가는 소유 땅을 전년도 대비 적게는 2배, 많게는 3배 비싸게 SH에 넘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같은 의혹은 이미 10년 전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명숙 당시 민주당 후보가 제기했던 것으로 그때 충분하게 소명됐음에도 천 의원이 앵무새처럼 토씨 몇 개만 바꾸고 다시 읊조린 것이다.


오죽하면 오세훈 후보가 “흑색선전을 똑같은 내용으로 다시 한번 우려먹는 ‘곰탕 흑색선전’”이라고 한탄했겠는가.


이건 사실 의혹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일이다.


물론 오세훈 후보와 가족이 소유한 토지가 내곡동에 일부 있었고, 내곡동이 보금자리주택으로 지정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지역은 이미 2006년 3월 노무현 정부 당시 국토부가 국민임대주택단지 후보지로 지정했으며, 이후에 법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이 바뀌게 됐고, 서울시는 그 법에 따라 다시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신청하는 형식적인 절차를 진행했을 뿐이다.


이런 사실은 민주당도 모를 리 없다. 그런 상식적인 절차와 법규도 모른다면 박영선 후보는 서울시를 이끌 능력이 없는 것이다.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비겁하게 자신의 비서실장을 내세워 90년대식 흑색선전을 해서라도 자신이 당선돼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면, 박영선 후보는 서울시장이 될 자격이 없다.


오세훈 후보는 천 의원에게 명예훼손을 비롯해 가능한 모든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만 선거판을 흙탕물로 만드는 세력을 심판하고 바로 잡을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민주당은 이번 선거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진행되는 보궐선거라는 점을 인식하고, 국민 앞에 겸허한 자세로 고개 숙이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그로 인해 국민 혈세가 693억원 가량이나 들어간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선거에서 빤히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10년 전 흑색선전을 곰탕처럼 우려먹는 태도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국회의원이 앵무새도 아니고, 10년 전 원고를 그대로 읽는 꼴이 우습기 짝이 없다.


아무리 오세훈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되는 것을 저지해야 할 다급함이 있더라도 그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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