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오세훈이 두렵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3-10 14: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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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 측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콕’ 집어서 집단린치를 가하는 형국이다.


오세훈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야권후보 단일화를 논의 중인 가운데, 벌어진 일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아마도 집권당 박영선 후보는 제1야당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오 후보와의 경쟁만큼은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기피 심리가 오 후보에 대한 집중 견제로 나타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선거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를 견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로 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런데 그 방식이 너무나 치졸하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로 박 후보 캠프의 핵심 인사들은 오세훈 후보를 겨냥해 10여 년 전에 이미 소명된 의혹을, 그것도 이틀이나 연속 꺼내 들고나왔다.


노골적으로 네거티브 선거를 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 같아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다.


박영선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은 천준호 의원은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과 관련해 "공직자가 자기 권한, 내부정보를 이용해 투기해온 사례는 3기 신도시뿐만 아니다"라며 그 예로 오 후보를 콕 집었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한 국민 불만이 문재인 대통령과 변창흠 국토부 장관을 향하고 있는 가운데 오세훈 후보를 슬쩍 끼워 넣어 소위 ‘물타기’ 하려는 것이다.


천 의원은 "오 후보는 (서울시장 재임 당시) 자신의 가족, 처가 소유의 4443㎡ 땅이 대거 포함된 내곡동을 보금자리지구로 지정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당시 서울시는 서울도시주택공사(SH) 검토를 거쳐 2009년 8월 국토부에 내곡동 보금자리지구 요청 공문을 보냈다. 국토부는 2009년 10월 내곡동 주택지구를 승인했다. (주택지구) 지정 이후 오 후보 가족과 처가는 개발제한구역 땅을 넘기는 대가로 36억 5000만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SH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영선 후보 캠프의 대변인을 맡은 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다음날 오 후보의 비판대열에 합류했다.


고 의원은 해당 의혹을 거론하면서 "오 후보의 가족이 해당 지역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음에도 이와 같은 행정조치를 취한 것은 심각한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천 의원이나 고 의원의 의혹 제기는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고작 토씨 몇 개를 바꾼 걸 제외하면, 10년 전 지방선거 당시 오 후보의 경쟁자였던 한명숙 캠프의 대변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제기했던 의혹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하지만 잘못 짚었다.


당시 시민일보 등 많은 언론이 그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집중 취재까지 했으나 오세훈 후보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시장의 권한을 행사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 났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오 후보의 처가 소유한 토지가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된 내곡동에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 땅은 오 후보의 장인이 오래전에 매입한 토지로 장인이 작고한 후에는 장모와 처 등 가족에게 상속된 땅으로 일단 투기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면 보금자리지구 지정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


보금자리 주택지정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진행되는 국책사업으로 서울시가 지정하는 것이 아니다. 보금자리주택 사업은 국토해양부 산하 공기업인 토지주택공사가 주도하며, 건설지역 선택과 지구지역 결정도 국토해양부가 한다. 서울시 산하 SH공사는 부분적으로 참여하는 사실상 하청업체 정도의 역할만 할 뿐이다. 한마디로 보금자리지구 지정은 시장 권한 밖의 일이란 것이다.


이런 사실을 성추행 사건으로 물러난 고(故) 박원순 시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천준호 의원이 모를 리 없다.


정말 몰랐다면 대단히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그런 것이라면 전형적인 ‘흑색선전’으로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는 게 맞다. 그나저나 박 후보 캠프의 이런 모습을 보니 오세훈 후보가 두렵긴 두려운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다급한 심정에서 네거티브라도 해야겠다는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을 것이지만, 그런 행태가 되레 박 후보를 수렁으로 몰아넣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라. 서울시민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정책으로 승부를 거는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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