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청 갈등, ‘장·한 갈등’보다 심각하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6-03-03 13:5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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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친청계 최민희 의원도 정청래 대표, 이성윤 최고위원에 이어 세 번째로 이재명 대통령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서 강제 탈퇴(강퇴) 당했다.


대체 강퇴 이유가 무엇일까?


알고 보면 한편의 코미디 같은 일이다.


이번 사태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정책방송원(KTV)의 유튜브 채널 ‘이매진’에 올라온 이 대통령의 출국 영상이 발단이다.


해당 영상에서 이 대통령이 여러 사람들과 악수를 하는데 정청래 대표와 악수하는 장면이 보이지 않자, 정 대표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KTV가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무편집인데 정 대표랑 악수하는 건 왜 빼먹어. 나쁜 놈들', '국무총리실에서 운영하냐', '당 대표 무시하는 갈라치기', '김민석 총리가 시켰냐'는 등의 비난 댓글이 잇따랐다.


이에 최 의원은 커뮤니티 ‘딴지일보‘ 게시판에 글을 올려 “당 공조직이 나서기 어려운 사안이라 의원실에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최 의원은 미디어를 담당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다.


그러자 '재명이네 마을' 카페지기는 "이 대통령과 김 총리 등에 대한 악마화가 심각한 가운데, 고작 악수 장면이 담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상기록채널을 조사하고 대책을 세우겠다는 과방위원장의 행태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다"며 강퇴 투표에 돌입했다.


그 결과, 총투표수 1328표 중 찬성 1256표(94.6%), 반대 72표로 강퇴가 결정됐다. 이번 조치로 최 의원은 향후 해당 카페 재가입이 불가능해졌다.


'재명이네 마을'이 친청계 인사들을 강제 탈퇴 조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22일 카페 운영진은 "분란만 만들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청래 대표와 이성윤 최고위원을 투표에 부쳐 강제 탈퇴시켰었다.


사실 ‘재명이네 마을’은 당 공식 기구도 아니고 단지 이재명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민주당 책임 당원이 대다수인 이들이 모여 정치 현안과 관련한 게시글과 토론이 이뤄지는 공간인 만큼 당으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특히 오는 8월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둔 상황에서는 그 존재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총리로 발탁한 김민석을 당 대표 후보로 지지하고 있다.


단순히 지지를 보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김민석 총리와 맞대결이 예상되는 정청래 대표에게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이 대통령이 “우리는 하나”라며 단합을 외치고, 정청래 대표가 “나도 친명”이라며 당·청 간에 이견이 없다는 점을 강조해도 밑에서는 화합이 이루어질 수가 없다.
사실상 ‘명·천 대전’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상대를 죽여야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잔인한 ‘서바이벌 게임’의 막이 열린 것이다.


연임을 노리는 정청래 대표는 8월 전당대회에서 승리해야만 차기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고 그래야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전대에서 패배하면 측근들이 대거 제거될 것이고 자신도 공천을 받지 못하는 참담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전대에서 승리해야 하는 이유다.


반대로 이 대통령은 그의 당선을 저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 대표가 연임에 성공하는 순간, 조기 레임덕 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국정 장악력은 급속히 약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조그마한 틈이라도 보이거나 국정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면 정 대표는 ‘차별화’라는 카드를 들고 자신을 탄핵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어느 쪽이 승리하든 당이 둘로 쪼개질 가능성이 크다. 외형적인 분당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이미 심리적으로는 분당 사태가 이루어진 만큼 봉합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 ‘명·청 갈등’이 국민의힘 ‘장·한 갈등’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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