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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틀 연속 보복과 재보복을 주고받으며 확전일로(擴戰一路)로 치닫는 듯했던 미국과 이란의 전황이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일인 지난 6월 11일(현지 시각) 급반전했다. 미국·이란 간 종전(終戰) 양해각서(MOU) 체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쟁 종식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이날“이란과의 전쟁에 관한 훌륭한 합의를 했다.”라며 “며칠 내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MOU에는 모든 전선에서 전쟁 중단과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재개,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완화 등이 담겼다. 양국이 이르면 이달 14일 종전 로드맵을 담은 합의서에 서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 외무부 역시 최종 결정 여부를 부인하면서도 합의안의 큰 부분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아직 불확실성이 크지만 올해 2월 28일 개전 이래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과 경제를 뒤흔들어 온 전쟁이 100여 일 만에 출구를 찾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남은 변수들만큼이나 큰 문제는 종전 이후에도 장기화할 전쟁의 후폭풍이다. 전쟁이 끝나도 에너지 수송과 공급망 정상화까지는 최소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훌쩍 넘어 1,500원 대가 일상처럼 ‘뉴노멀(New Normal │ 새로운 표준)’이 된 흐름인 가운데 지난 6월 13일(한국 시각) 새벽 2시 한국거래소(KRX)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서울 환시 종가 대비 10.60원 하락한 1,518.30원에 마감했다. 이번 장 주간 거래(9시~15시 30분)의 종가 1,519.80원과 비교하면 1.50원 떨어졌지만 여전히 고환율이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6월 2일 발표한 ‘2026년 5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3.1% 상승했다. 지난 2024년 3월(3.1%)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물가가 상당 기간 고공 행진할 가능성이 크다. 올 1분기 4인 가구의 식·주거비가 월 200만 원에 달했을 정도로 커진 물가 부담은 민생경제에 최대 압박 요인이다. 물가가 오르면 생활비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 국민 삶이 팍팍해진다. 빈곤층을 비롯해 취약계층일수록 그 피해가 더 크고 심각하다.
이에 대해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6월 12일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라며 금리 인상을 거듭 시사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28일 기준금리를 연 2.5%로 다시 동결했다. 8번째 금리 동결이다. 현재 진행 중인 중동 사태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무리한 정책 변화보다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먼저 관망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높여 이자 부담이 커지면 투자·소비가 위축되고 취약계층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빚투(빚내서 투자)’ 급증으로 2,000조 원에 육박한 가계대출이 부실화해 금융 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마저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신용(잠정) 잔액은 1,993조 1,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4조 원(0.7%) 늘었고 가계신용 가운데 가계대출 잔액은 1,865조 8,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12조 9,000억 원 증가했다.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는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12조 9,000억 원 늘어난다. 서민, 자영업·소상공인에게 주는 충격파가 더 크다. 일률적인 긴축으로 취약계층의 경제난이 가중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한편 이런 와중에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 못 하는 국내 ‘한계기업’ 비중이 40%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입이 많은 기업은 금리인상기 부실 위험이 더욱 커지고 이로 인한 금융권의 리스크 전이 가능성도 높아진다. 우리 경제에 켜진 ‘경고등’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10일 발표한 ‘2025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속보)’는 반도체 호황의 명과 암을 그대로 극명(克明)하게 드러냈다. 지난해 외부감사대상 비금융 영리법인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369.8%로 집계되며 전년 대비 64.0%포인트(p) 상승했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눠서 구한다. 높을수록 기업의 수익성과 안정성이 뛰어남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이 상승(5.4%→6.2%↑)하고 금융비용부담률(1.8%→1.7%↓)이 하락하면서 이자보상비율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반도체 대기업의 고(高)실적으로 전체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상승했으나 전체 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하락해 성장성 둔화의 뚜렷한 흐름을 보여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영업이익률 격차는 확대됐고, 한계기업 비중은 높아졌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 3만 4,456개의 지난해 매출액영업이익률은 6.2%로 전년도 5.4%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전체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전년과 동일한 4.9%였다. 대기업(5.6→6.6%↑)은 1.0%포인트 올랐지만, 중소기업(4.8→4.6%↓)은 오히려 0.2%포인트 떨어졌다. 전체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024년 4.2%에서 지난해 2.5%로 1.7%포인트 하락했으며, 한계기업 비중은 38.5%에서 39.9%로 1,4%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반도체 쏠림과 기업 규모·업종별 매출·영업이익 양극화라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에서 기인한다. 특히 기업 10곳 중 4곳이 영업활동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돈이 비생산적인 부문에 묶이는 산업·금융 구조의 비효율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당연히 전방위적인 구조 개혁이 화급한 급선무(急先務)다. 먼저 회생 가능 기업에는 신속한 재건 경로를, 존속 가능성이 없는 기업에는 명확한 퇴로를 열어주는 산업 구조조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기업의 옥석(玉石)을 가리는 정책금융의 선별성(選別性)도 강화해야만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보증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4.06%에 달하고 금액으로는 약 56조 원에 이른다. 이는 그리스(9.24%) 일본(5.68%)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정부가 중소기업 대출 보증을 선다. 자본시장의 상장·퇴출 기준도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대하고 성장·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엔 인공지능(AI) 전환 국가적 지원을 확대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유인하고 공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렇듯 고물가(5월 소비자물가 3.1%↑)·고환율(6월 13일 새벽 2시 기준 1,518.3원)·고금리(6월 11일 기준 5대 은행 주담대 금리 연 4.51~7.50%)의 ‘3고(高)’와의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리 경제를 덮치는 ‘3고(高)’의 파고(波高)에 휩쓸리지 않도록 치솟는 물가와 부채 급증, 환율 변동성에 선제 대응해 금융 리스크(Risk)를 관리하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정·통화 당국의 정교한 정책 조합이 필수다. 취약층에 대한 선별 지원은 강화하되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확장 재정 정책에는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6월 2일 국무회의에서 “물가 안정 없이는 경제 성장도, 양극화 개선도, 국가의 지속적 발전도 불가능하다.”라며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과 선제적 물가 관리로 상승 폭이 상당 부분 낮아진 점은 다행이지만 그럼에도 물가 부담은 상당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은“물가 상승이 계속되면 취약계층의 충격은 상대적으로 더 크고, 취약계층의 실질 소득이 감소하면 양극화가 확대되고 경제 활력도 뒷걸음질 친다.”라고 했다. 이어 “물가 안정 없이는 경제 성장도 양극화 개선도 국가의 지속적 발전도 불가능하다는 것은 분명하다.”라며 “실질적 대응책을 조속하게 가동해야 한다.”라고 했다.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누차 강조하지만, 매점매석(買占賣惜) 이나 담합(談合) 같은 시장 교란(攪亂) 행위는 한 번만 걸려도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철저하게 조사하고 엄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정책 역량이 ‘3고(高)’ 복합위기 관리의 시험대에 올랐음을 명확히 인식·통찰하고 민생 안정에 최우선을 두고 취약계층 지원에 만전을 기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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