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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원들이 뿔났다.
대선을 바로 코앞에 둔 시점에 이준석 대표가 2030 당원들의 탈당 현황을 공개하는가 하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전권을 줘야 한다고 압박하는 등 당내 주도권을 가지려는 태도를 보이는 탓이다.
실제 11일 오전 현재 국민의힘 게시판 발언대에는 “이준석을 끌어내리자”라며 당 대표 소환을 요구하는 글이 무려 200여 개나 올라왔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원은 윤리강령을 위반하거나 당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해당 행위를 한 당 대표 및 선출직 최고위원을 대상으로 소환을 요구할 수 있다.
당원소환 청구는 전체 책임당원 100분의 20 이상, 각 시·도당별 책임당원 100분의 10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이 요건이 충족해 당원소환이 발의되면 당무감사위원회 의결을 통해 당원소환 투표가 실시된다. 투표는 전체 책임당원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의 과반수 찬성으로 확정된다.
다만 피소환인의 임기 개시일부터 6개월이 지나지 않았을 때, 혹은 피소환인의 임기 만료일부터 6개월 미만일 때, 피소환인에 대한 당원소환 투표를 실시한 날부터 6개월 이내일 때는 당원소환 청구가 제한된다.
이 대표의 경우 6월 11일 선출됐으므로 12월 10일까지는 당원소환을 청구할 수 없다.
이에 일부 당원들은 “다음 달 10일 이후 이 대표를 소환해 대표직을 박탈시키자”, “어제 책임당원 첫 당비가 빠져나갔다. 이 대표 소환에 한 표 행사할 수 있어 기쁘다”, “자기 당 대선후보를 왜 저격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라는 글들을 올리며 “당원소환제를 통해 이준석 대표를 끌어내리자”라고 동참을 호소하고 있는 상태다.
전여옥 전 의원도 전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당원소환제 의견에 동참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 대표가 지방선거 공천권을 갖고 전국 팔도에 ‘도지사 내가 만들었다, 부산시장도 다 만들었다’ 이렇게 나오려고 하는 거다”라며 “정권 교체의 최대 장애물, 정권 교체의 훼방동이, 정권 교체의 김정은 같은 이준석을 몰아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9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이 대표의 휴대전화를 뺏어 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이 대표가) 스마트폰으로 대한민국 정치사에 끼친 해악은 어마어마하다”라며 “이 대표의 스마트폰을 압수하고 그의 모든 SNS 계정을 강제 탈퇴시켜 한국에 사는 2030 상식적인 젊은이들에게 더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막아달라”라고 요청했다.
사실 이준석 대표의 최근 행보를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너무나 많다.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선 후보가 선출된 후 2030 당원들이 집단 탈당을 했다”라며 그 현황을 공개한 것부터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마치 윤 후보에게 어떤 문제가 있어서 집단 탈당이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입당자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전당대회 이후 8일까지 탈당한 당원보다 신규 입당자가 두 배 이상 많았다.
특히 대구와 충남은 2030 입당자가 탈당자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강원과 충북, 경남북, 제주 등도 신규 입당이 1.5배에서 3.6배가량 많았다. 다만 신규 입당자들은 아직 당비를 내지 않아 책임당원 자격을 얻진 못했을 뿐,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책임당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이준석 대표는 의도적으로 탈당자 수만 부각한 셈이다. 그러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전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합류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선대위 전면 재구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준석 대표는 “김종인 위원장이 과거 전권을 부여받은 상황에서는 굉장히 좋은 성과를 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라며 “일부 권한만 부여받는 상황, 예를 들어 지난해 총선 때는 공천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선거 캠페인에만 나중에 들어와서 하도록 한 게 황교안 대표 체제였는데, 그때는 결과가 좋지 않았다”라고 거들었다.
하지만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윤 후보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에게 전권을 주면 ‘흥선대원군’ 김종인, ‘어린 고종’ 윤석열 이렇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를 여당 의원의 발언이라고 무시해선 안 된다. 유권자들도 ‘김종인 상왕론’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될 것이고, 윤석열 후보를 통해 압도적 정권 교체를 이루어야 한다는 국민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지금 이 대표의 역할은 자당 후보의 당선을 돕는 일이지, 김종인 전 위원장을 앞세워 당내 주도권을 쟁취하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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