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1동은 데이터센터 부지가 아니다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6-07-28 14: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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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이익보다 주민의 삶이 먼저다”

 
구로구의회 김철수 의원 (국민의힘)

 

최근 구로1동 주거지역 한복판에 두 곳의 데이터센터 건립이 추진되면서 주민들의 불안과 반대가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구로구는 "22.9kV 전력을 사용하고 공랭식 냉동기를 적용하기 때문에 전자파와 환경 문제는 크지 않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주민들이 제기하는 근본적인 의문에 대한 답이 아니다. 주민들이 묻는 것은 전압이 얼마인지, 냉각 방식이 무엇인지가 아니다. "왜 하필 수천 명의 주민이 살아가는 주거지역이어야 하는가." 바로 이 질문에 행정은 끝내 답하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일반 건축물이 아니다. 24시간, 365일 멈추지 않는 초대형 정보통신 기반시설이다. 수많은 서버와 대규모 전력설비, 냉각시설, 비상발전기, UPS 배터리 등이 함께 운영되는 시설이다.

법률상 방송통신시설로 분류될 수는 있지만, 실제 운영 형태는 산업시설에 가깝다. 이처럼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는 시설을 주거지역 중심에 배치하면서 "법적 기준을 충족한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은 행정의 책임을 다하는 태도가 아니다. 법은 최소한의 기준일 뿐이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기준치 이하라는 숫자가 아니라, 아이들이 안심하고 뛰어놀고 주민들이 평온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다.

전자파의 장기적인 영향은 지금도 국제적으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소음 역시 마찬가지다. 공랭식 냉동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소음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냉각팬은 하루 24시간 가동되고, 비상발전기는 정기적으로 시험 운전을 실시한다. 특히 심야 저주파 소음은 주민들의 수면과 삶의 질을 장기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행정은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주민들은 "불안하다"고 말한다. 행정이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할 대상은 기업이 아니라 주민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도시계획의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주거지역은 사람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산업시설은 산업지역에, 업무시설은 업무지역에 배치하는 것이 도시계획의 기본이다. 이러한 원칙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앞으로도 유사한 시설은 계속 주거지역으로 들어오게 된다. 한 번의 허가는 끝이 아니다.

첫 번째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면 두 번째가 들어오고, 두 번째가 들어오면 세 번째도 추진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특정 지역은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공간으로 변할 수 있다. 이것이 주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이유다.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사업 추진 과정이다.

주민설명회는 충분했는가. 주민 의견은 실질적으로 반영되었는가. 독립적인 전문가 검증은 이루어졌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면 지금과 같은 거센 반대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행정은 절차를 지켰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절차를 지키는 것과 주민의 신뢰를 얻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구로1동은 이미 철도와 남부순환로, 서부간선도로 등으로 오랫동안 생활환경의 불편을 감내해 온 지역이다. 도시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수십 년 동안 희생을 감수해 온 주민들에게 이제는 데이터센터까지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는 것은 과연 공정한 도시정책인가. 지역의 희생에도 한계가 있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가 있다.

데이터센터는 사람을 거의 고용하지 않는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효과도 제한적이다. 반면 주민들이 감내해야 할 생활환경 변화와 불안은 장기간 지속된다. 결국 지역사회가 부담하는 비용에 비해 주민이 체감하는 편익은 매우 제한적일 수 있다.

이러한 사업일수록 더욱 엄격한 입지 기준과 충분한 주민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기업의 투자도 중요하다. AI 산업도 중요하다. 그러나 주민의 건강권과 생활환경권보다 앞설 수는 없다.

기업은 다른 부지를 선택할 수 있지만, 주민은 평생 살아온 삶의 터전을 쉽게 옮길 수 없다. 그래서 행정은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업을 서두르는 행정이 아니라 주민을 먼저 생각하는 행정이다.

구로구는 지금이라도 주거지역 내 데이터센터 입지의 적정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주민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공개 검증 절차를 마련하고, 서울시와 협력해 주거지역 데이터센터 입지 기준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구로1동은 데이터센터를 위한 공간이 아니다. 구로1동은 아이들이 자라고, 부모를 모시며,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공간이다. 도시의 경쟁력은 데이터센터의 숫자가 아니라 주민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에서 나온다. 기업의 이익보다 주민의 삶이 먼저다.

이 원칙만큼은 어떤 개발 논리로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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