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정책은 청년정책이 되어야 한다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10-13 1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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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사단법인 청렴코리아 청년본부장


 

“청렴은 개인의 덕목이 아니라 사회의 설계도다.”
오늘의 청년은 노력해도 보상받지 못하는 구조 속에 살아간다.
불투명한 행정과 기득권 중심의 결정 구조는 청년에게 “이 사회는 이미 정해져 있다”는 체념을 학습시킨다. 그 결과 청렴은 ‘도덕’이 아니라 ‘사치’로 여겨진다.


그러나 청렴 정책이란 바로 이 구조를 바꾸는 사회적 공정성 복원 정책이다. 청년이 제도를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 그것이 진짜 청년정책의 출발점이다.

청렴을 들으면 우리는 흔히 ‘공직자의 윤리’나 반부패 운동을 떠올린다. 그러나 청렴은 단지 부패를 막는 수단이 아니라, 공정한 질서를 설계하고 국민의 신뢰를 복원하는 근본적 정책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야 할 주체가 바로 청년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1월 초까지 2025년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를 위한 대규모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약 30만 명의 국민과 공직자를 대상으로 ▲청렴체감도 ▲청렴노력도 ▲부패실태평가 등을 종합해 12월 최종 등급을 산출한다.


겉보기에는 행정 점검이지만, 그 속에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우리 사회의 제도는 청년이 신뢰할 수 있을 만큼 공정한가?”
‘청렴체감도 조사’는 단순한 부패 경험 조사가 아니라, 국민, 특히 청년이 제도를 얼마나 신뢰하는가를 묻는 사회의 거울이라고 볼 수 있다.


공공기관이 아무리 노력해도 국민이 청렴을 체감하지 못한다면 그 제도는 실패다.
따라서 청렴 정책은 청년이 사회를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공정성 복원 정책이어야 한다.

1. 청렴은 ‘기회’의 문제다
청년에게 청렴은 추상적 가치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매년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반복되는 현실은 이를 증명한다.
2024년 국민권익위 조사에서도 800건이 넘는 공공부문 부정사례가 적발됐다. 이는 단순한 규정 위반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는 사회적 범죄다.

따라서 청렴정책은 채용의 투명성과 절차적 공정성 강화로 나아가야 한다. 공공기관의 전형과정을 전면 공개하고, 평가위원 명단을 사후에라도 공개하며, 청년 대표가 감사위원회에 참여하는 구조 또한 필요하다.

청년이 공정함을 체감할 때 비로소 사회는 청렴의 성과를 얻는다.
따라서 청렴 정책은 행정의 투명성뿐 아니라 기회의 공정성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혁신해야 한다.

2. 청렴은 ‘참여’의 문제다
청렴은 감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민, 특히 청년이 제도의 공동 설계자로 참여할 때 신뢰가 생긴다.
최근 여러 지자체에서 청년이 참여하는 청렴 정책이 늘고 있다.
광주 동구는 청렴 구민감사관 제도에 청년 비율을 높였고, 부산 사상구는 청년 서포터즈를 운영해 지역행정의 부패취약분야를 함께 점검하고 있다.

청년이 감시자가 아니라 공동 설계자로 참여할 때, 청렴은 행정의 언어를 넘어 ‘청년정책의 언어’로 확장된다.
앞으로의 청렴 정책은 청년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내재화해야 한다.
청렴평가위원회나 권익위의 자문 구조에 청년 참여를 포함시키는 일은, 공공정책의 신뢰 기반을 강화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3. 청렴은 ‘제도’의 문제다
우리는 종종 청렴을 도덕의 언어로만 이해하지만, 청렴은 시스템의 문제다. 부패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불투명한 제도의 결과다. 진짜 청렴은 ‘윤리교육’이 보다 ‘정책 설계’로 완성된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청렴옴부즈맨 확대, 시민참여감사 도입, 반부패 교육 일상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의 강화, 청렴옴부즈맨 제도의 확대, 주민감사관 및 시민참여감사 시스템 도입, 그리고 반부패 교육의 일상화가 대표적이다. 한국농어촌공사, 강원랜드, 경기도교육청 등은 조직 전반의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외부전문가와 주민 참여 시스템을 정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내부감사로만 끝났던 절차에 이제는 ‘국민의 눈’이 들어왔다.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청렴 정책은 더 이상 ‘공직사회의 정화 운동’에 머물러선 안 된다. ‘청렴 정책’은 단지 부패를 방지하는 장치가 아니라, 청년이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희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청년정책’이어야 한다.

4. 청렴은 ‘문화’의 문제다
법과 제도만으로는 청렴이 지속되지 않는다. 청렴은 경험과 학습을 통해 문화로 뿌리내려야 한다.

국민권익위는 대학 청렴 교양과목을 확대하고, 교육·사범대에는 의무 이수를 추진 중이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한 청렴 윤리 교육을 넘어, ‘청렴 경험’, ‘청렴의 문화화’를 향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대학의 표절 방지 시스템, 윤리 인턴십, 청년 반부패 캠프 등이 그 실천 사례다.

청년이 제도 속에서 공정한 절차를 반복적으로 체험할 때, 청렴은 도덕이 아닌 문화적 습관이 된다. 이런 문화적 습관은 ‘법이 없더라도 지킬 수 있는 청렴’을 만들어낸다.
결국 청렴의 문화화는 세대 간 신뢰를 이어주는 사회적 기반이다.

5. 청렴은 ‘신뢰’의 문제다
국제투명성기구의 국가청렴도(CPI)에서 한국은 2024년 30위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그러나 청년이 “이 사회는 믿을 만하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그 청렴은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청렴한 사회의 기준은 법적 위반 건수가 아니라 “청년이 신뢰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청렴정책의 핵심은 규율이 아니라 신뢰이며, 제재가 아니라 설계다.


청년이 공정한 절차를 믿고 결과를 납득할 수 있을 때, 그 사회는 단단해지고 지속 가능해진다.

AI·빅데이터 기반 부패방지 시스템, 공익신고자 보호 강화 같은 제도는 그 설계의 일환이다.
이 제도들이 청년에게 신뢰로 체감되려면, 단순한 행정 혁신을 넘어 사회적 신뢰의 회복으로 이어져야 한다.

청렴을 행정의 언어에만 가두어서는 안 된다.
그것을 청년의 언어로 번역하고 참여의 경험으로 확장할 때, 청렴은 도덕이 아니라 미래를 세우는 정책이 된다.
청년의 신뢰는 청렴 정책의 최종 성적표다.


청렴 정책은 단순한 행정 과제가 아니라 청년이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시스템 정책이다.


공정한 절차, 투명한 행정, 열린 참여는 모두 청년의 삶과 맞닿아 있다.
청렴이 실현될수록 청년의 자부심은 커지고 사회의 신뢰는 깊어진다.
“청렴정책은 곧 청년정책이다.”


청년이 신뢰할 수 있는 사회는 청렴한 사회이고, 청렴한 사회는 청년이 머물고 싶은 나라다.
그 신뢰의 설계도를 그리는 첫 번째 손이 바로 오늘의 청년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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