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은 말하고 있다. 들리지 않을 뿐” [탐정학술칼럼 제35회]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6-09-21 14: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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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이 연재물은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kpisl) 김종식 소장이 40여년 간의 공·사직 정보업무를 통해 연구·개발해 온 독보적인 탐정 관련 학술을 ‘탐정(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탐정산업 기틀 마련’에 기여코자 매주 1회(연 50회) 연재하는 공익 도모 차원의 기획물이며, 연재물의 저작권은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에 있습니다.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 소장



간절함이 없으면 단서가 보여도 보이지 않고, 들려도 들리지 않는다

수사나 탐정 활동에 있어 ‘현장 관찰’은 단순히 사건이나 사고 현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건·사고의 흔적과 단서를 찾아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출발점이다. ‘현장은 증거의 보고(寶庫)’라는 말이 있듯 현장은 침묵하지만 모든 진실을 알고 있다. 수사관이나 탐정은 ‘현장에 없는 증거는 더 이상 없을지도 모른다’는 신념으로 현장을 마주해야 한다. 현장은 ‘답이 있는 곳’이자 ‘길을 제시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어떤 수사관은 ‘말없는 현장의 소리’를 꿈에서라도 듣기 위해 ‘밤마다 현장을 찾아 잠을 청하기도 했다’는 일화는 현장 관찰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시사하는 바 실로 크다.

1. ‘현장 관찰’의 정의 및 중요성·목적 등

(1) 현장 관찰의 정의

‘현장 관찰(現場 觀察)’이란 사건·사고 현장에서 문제의 발생과 직·간접으로 결부되어 있는 유·무형의 자료를 수집하고 현장보존을 위하여 현장에 있는 여러 물체의 존재 및 상태를 관찰하는 것을 말한다.

(2) 현장관찰의 중요성

-수사관과 탐정의 자질은 현장에서 발휘되는 관찰력에서 드러난다-

1) 모든 사건·사고의 결정적 단서는 현장에 있고, 변형된 현장은 두 번 다시 같은 상태로 복원할 수 없으므로 현장관찰과 현장의 보존이 사실관계 파악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2) 특히 탐정업 업무 가운데 비교적 비중이 큰 ‘가출인 등 실종자 추적 등 사람 찾기’나 ‘배우자 부정행위 포착’, ‘분쟁 관련 알리바이 조사’, ‘공익 도모 차원에서 시행되는 범죄 증거 수집’ 등에 적용되는 미행이나 잠복, 녹음이나 녹화·촬영·묘사 등의 수단은 공히 ‘현장 관찰’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현장 관찰은 탐정 활동의 전제이자 중추라 하겠다.

(3) 현장관찰의 목적

1) 사건 또는 사고의 존부(사실) 확인 - 현장 상태의 관찰을 통해 어떤 사건·사고가 실제 행해졌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2) 현장 보존 조치 및 조사 자료의 발견 - 현장 보존을 위한 촬영 및 현장 유류물 등 조사에 필요한 일체의 자료를 발견한다.

3) 진술의 진위 확인 - 현장은 혐의자나 목격자의 진술에 모순이 있을 경우 이를 확인하는 기준이 된다.

4) 추리의 근거 확보(유류물 및 ‘있어야 할 단서의 부재 발견’) - 현장에는 유형의 단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탐정의 촉과 추리력으로 ‘보이지 않는 이면의 사실(침묵하는 현장의 소리)’ 유추에도 힘써야 한다. 즉, 현장 관찰 시에는 보이는 것을 보는데 그치지 않고, 보이지 않는 단서와 있어야 할 단서의 부재까지 발견해야 한다.

5) 현장 관찰의 결과는 초동·후속 또는 보완 조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2. 현장 관찰 순서 및 관찰 요령과 유의사항

일반적으로 사건·사고와 관련된 현장 관찰의 패턴은 ①현장의 촬영·기록·스케치-> ②유류물의 체계적 관찰 -> ③증거물의 채집 및 보존 -> ④증거물 인수·인계(경찰 등 관계기관과 협조) 순으로 이루어 진다. 이 장에서는 현장 촬영 및 관찰 요령과 유의사항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1) 현장 촬영

1) 사진 촬영 순서 및 요령

① 사진촬영은 현장조사의 다른 어떤 절차보다도 앞서 진행되어야 한다.
② 사건·사고 현장 주변의 건물 및 도로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좌측에서 우측
으로 진행하며 촬영한다.
③ 중복해서 촬영하고 현장의 전, 후면 및 양 측면을 촬영한다.
④ 현장의 상황을 상세하게 전체적, 부분적으로 촬영한다.
⑤ 촬영 방향은 시계 방향으로 순차적으로 촬영하며 중요부분은 근접해 촬영한다.

2) 촬영시 주의사항

① 대상물체는 필요한 모든 각도에서 촬영이 끝난 후에야 옮기거나 세밀하게 검사
되어야 하며 촬영시 비디오카메라를 이용하여 병행 촬영하는 것이 좋다.
② 촬영 구도를 미리 구상하고 객관성 있게 그리고 전체적으로 촬영한다.
③ 적시성(適時性)과 증거능력이 인정되도록 촬영하고 물건의 크기나 길이 등을 참작할 수 있도록 알려진 물건(볼펜 등)을 함께 놓고 대비하여 촬영하면 효과적이다.
④ 넓은 범위를 파노라마식으로 촬영시 부분적으로 잘리지 않도록 중복 촬영한다.
⑤ 촬영시 촬영일지를 작성하여 촬영대상과 촬영장소를 기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⑥ 사진 촬영지점을 현장 도면을 이용하여 위치를 표시하는 방법도 있다.

3) 현장 사진의 효용

“1장의 사진은 천 마디의 말보다 낫다”는 말과 같이 현장 사진은 조사원 또는 재판관의 추측이나 주관적 편견으로 인한 사실인식의 왜곡을 배제하고, 사실에 입각한 보다 정확한 인식을 가능케 하며, 사람의 관찰 및 기억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하는 다음의 효능을 지닌다.

① 현장보존의 효과: 발견 시의 범죄현장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존하는데 기여한다.
② 수사자료적 효과: 현장사진은 임장(臨場)시 발견하지 못한 미세한 자료 및 상황 등을 후일에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③ 증거자료적 효과: 현장사진은 검증조서, 실황조사서 등에 첨부함으로써 범죄현장을 보지 못한 법관에게도 범죄사실에 관한 심증을 명확하게 형성시켜 준다.

(2) 현장 관찰 요령 및 유의사항

1) 현장 관찰의 요령

현장의 상태에 따라 순서는 달라질 수 있으나 통상적으로 다음과 같은 요령으로 실시 한다.

① 위에서 아래로(폭발이나 소훼 현장이 V자 형인 화재사고 현장은 아래에서 위로)
② 외부에서 내부로
③ 전체에서 부분으로
④ 좌에서 우로(다시 우에서 좌로)
⑤ 동종(同種)에서 이종(異種)으로
⑥ 정상상태에서 변동(변형)상태로
⑦ 약소부에서 강소부로
⑧ 방 전체를 관찰할 때에는 바닥면 -> 벽 -> 천장 면 -> 천방 내부 순으로 반복의 순서를 따르는 것이 좋다.

2) 유의사항

① [‘선(先) 현장촬영, 후(後) 관찰’] 현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현장을 그대로 사진촬영 해두어 원상의 훼손·멸실·변개 등의 대비해야 한다.
② [‘현장은 증거의 바다’. ‘현장은 증거의 보고’]범죄 현장에 증거물이 없다면 더 이상의 증거물이 없다는 신념으로, 현장의 모든 것을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
③ 고정관념이나 선입견 등 확증편향(確證偏向) 또는 주관적 관찰 자세를 탈피한다.
④ 특정 자리나 물체에 한정 짓지 말고 가능한 폭넓게 치밀하게 반복 관찰한다.
⑤ 관찰은 오관의 작용을 이용한 자연적 관찰에만 의존하지 말고 확대경이나 조명기구 등 보조수단을 이용한 완전한 관찰을 병행 실시한다.
⑥ 범행시와 동일한 조건하에서 관찰하고 모순점과 불합리한 점 발견에 노력한다.
⑦ 현장 관찰 시에는 보이는 것을 보는데 그치지 않고, ‘보이지 않는 단서’와 ‘있어야 할 단서의 부재까지 발견’해내야 한다(예: 짖어야 할 개가 왜 짖지 않았을까?).
⑦ 현장관찰 사항은 시간적 순서에 따라 빠짐없이 기록하고 물체의 크기나 거리, 무게 등은 실측해 두어야 한다. 목측(目測)인 경우 목측임을 명시해 두어야 한다.

3. 현장 자료의 채집·포장 요령 등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여러 유류품과 지문, DNA, 장문, 족문, 혈액형, 정액, 질액, 토사물, 대소변, 걸음걸이(팔자 또는 안짱걸음 등), 보폭, 족장, 족폭, 모발, 과일 등에 남은 치흔 등등 현장 자료는 사건·사고의 존부 확인과 범인 등 관련자를 추정하고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증거로서의 핵심적 가치를 지닌다.

(1) 자료 채취 전 반드시 사진 촬영

본래의 존재 상태 그대로 사진촬영을 해두되 채취일시, 장소, 채취자명, 입회인이 나타나게 표찰을 두고 촬영한다.

(2) 시료의 채취

① 증거물은 현장에서 발견한 순간부터 재판과정에서 증거로서의 자격과 가치가 인정될 때까지 증거물로서의 무결점성이 유지 되어야 한다.
② 증거물은 확대경이나 과학적 방법으로 가능한 원형을 채취 한다.
③ 증거물은 전량을 채집, 감정의뢰시 충분한 시료가 제공되어야 한다.
④ 채취한 자료에는 반드시 사건명, 채취품명, 채취 일시‧장소, 채취자, 입회인 등 채취경위를 명확히 기록할 것.
⑤ 혈액·모발·섬유·흙먼지 등과 같은 미세증거물은 천·흉기 등 원래 붙어(묻어) 있던 물체에서 분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⑥ 작은 물체를 잡는데에는 핀셋 혹은 이와 유사한 도구를 사용함이 좋고, 모발, 유리, 섬유 등과 같은 미세 증거물은 플라스틱 병류에 담는 것이 좋다.
⑦ ‘훌륭한 증거물 채취자’란 ‘증거물 채취 지침에 충실한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현장 정황에 맞게 채취 방법을 바꾸어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라는 법과학자 ‘리처드 세이퍼스타인’의 말이 시사하 듯 사고의 종류와 현장에 따라 증거물은 기상천외의 형태로 존재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⑧ 혈액, 정액 등이 포함된 증거물 포장에는 종이 봉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혈흔을 밀봉 용기에 담을 경우 습기가 차서 곰팡이가 생겨 혈흔의 증거 가치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 마닐라봉투 또는 종이봉투로 포장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분말의 경우 입자가 새어 나갈 수 있으므로 봉투를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⑨ 극소량의 미세증거물은 종이에 올려 놓고 약을 조제해 포장하듯 포장하면 좋다.

☞현장에서 발견된 작은 흔적 하나가 30여년 뒤 사건 해결의 열쇄가 된 사례

1978년 미국 오마하 살인 사건에서 수사관들은 피해자의 집 화장실에서 잠재지문과 손바닥 지문을 채취했다. 범인이 혈흔 등을 닦으려 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였다. 당시에는 지문이 신원을 특정하지 못했지만, 수십년 뒤 FBI의 지문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면서 용의자가 특정되었고, 이후 DNA 검사까지 일치하면서 사건이 해결되었다.

4. 현장 자료의 보존 및 가치 확보

(1) 변질 방지

① 다른 종류의 증거물 또는 같은 종류의 증거물이라 하더라도 다른 부위에서 채취한 증거물은 상호 접촉에 의한 손상 및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분리·개별 포장한다.
② 채집한 증거물은 깨끗이 세척하여 말린 유리병이나 플라스틱병 또는 비닐팩 등을 이용하여 담고. 코르크 마개나 비닐종이 등으로 이중 밀봉하여 냉장 보관하되 즉시 감정을 의뢰해야 한다(이 과정에서 맨손으로 만지거나 더럽히지 말아야 함).
③ 현장감정물 중 인체조직일 경우에는 10%포르말린 용액 또는 에틸알콜에 보관해야 하나, 혈액형이나 독극물 분석시료에는 방부제인 알코올이나 포르말린 용액을 첨가해서는 안된다.

(2) 증거 가치의 유지

① 현장자료를 채취할 때에는 반드시 제3자를 참여시켜 자료의 위치, 존부 상태 등을 확인시킨 다음 채취하고, 원상태로 보존할 수 없는 자료는 사진촬영을 해둔다.
② 또한 증명력(증거의 가치) 유지를 위해 증거의 변형·변질·파괴·멸실 등에 주의하고 필요한 검사·대조·감식에 만전을 기한다.
③ 일반적으로 수사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증거물이 법적으로 가치가 없어 법정에 제출되지 못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은 증거물 채취과정의 적정성 결여나 인수·인계과정 등이 사리에 맞지 않을 때 자주 발생한다.

5. 탐정이 ‘현장지문’을 발견한 경우 어떻게 하는 것이 비람직한 조치가 될까?

탐정이 현장 관찰 활동을 통해 현장지문(現場指紋, 범죄현장에 있는 지문)을 발견한 경우 이를 임의로 현출하거나 채취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여기서 지문 현출(顯出)’이란 지문을 두드러지게 드러내는 것이고, 지문 채취(採取)란 드러난 지문을 채집하는 것을 말한다.

탐정의 역할은 현장지문의 발견과 보존만으로 충분하고, 그 지문의 현출이나 채취, 대조, 확인, 감정 등은 수사의 주체인 경찰이 직접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즉, 탐정이 ‘현장 지문’을 발견한 경우 직접 지문을 현출하거나 채취하지 말고, 현장 보존과 함께 경찰에 알려 경찰로 하여금 현출·채취토록 하는 것이 정석이라는 얘기다.

탐정 등 사인이 현출·채취한 지문이라는 이유만으로 증거능력이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나 지문이 재판상 증거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그 확보 과정의 적법성, 증거의 동일성 및 진정 성립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인에 의한 지문 현출이나 채취는 자칫 증거능력에 문제가 따를 수 있음은 물론, 본의 아니게 증거를 훼손하거나 수사 기밀이 누설되는 등 수사에 혼선을 초래할 소지가 있는 바, 탐정 등 사인의 지문 현출이나 채취는 삼가해야 한다.
 



□필자/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한국범죄정보학회민간조사학술위원장,공익정보탐정단고문,한북신문논설위원,前경찰청치안정책평가위원,前국가기록원민간기록조사위원,경찰학개론강의10년,치안정보업무20년(1999’경감)/저서:탐정실무총람,탐정학술편람,탐정학술요론,탐정학,정보론,경찰학개론,경호학外/치안·국민안전·탐정업·탐정법·공인탐정明暗등 700여편 칼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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