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 국민스포츠로 거듭나길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12-09 18:4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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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병 두 (국회의원) {ILINK:1} 엘지 씨름단의 해체 소식을 앞두고 우리민족과 천오백여년을 함께 해온 ‘씨름’의 존폐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현재 3개뿐인 프로 씨름팀이 엘지팀의 해체로 신창건설과 현대 두팀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두팀만 남게 되면 씨름선수들의 사기저하 실력 저하 그리고 스포츠 경기로써 씨름의 재미도 덜해질 것이 우려된다.

국어 사전을 찾아보면 나온 ‘씨름’의 사전적 의미는 두가지다.

하나는 민속 운동 ‘씨름’이고 다른하나는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하여 온 힘을 쏟거나 끈기 있게 달라 붙음. 또는 그러한 행동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씨름에 관계된 속담도 여러 개가 있는데 그 중 몇가지는 우리나라 씨름이 요즘 처한 현실을 절묘하게 대변하고 있다.

첫번째 속담 씨름은 잘해도 등허리에 흙 떨어지는 날 없다.

재간은 있지만 별수 없이 편히 살지 못하고 일만 하고 살아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뜻이다. 요즘 씨름 선수들은 씨름을 잘한다고 해도 옛날과 같은 주목을 받거나 스타 대접 받기 어렵다. 프로팀이 해체될 엘지 씨름단을 포함하여 3개밖에 안되는 현실에서 은퇴 후 지도자로 활동하는 방법도 묘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꿈나무들이 커서 씨름선수가 되려고 하겠는가?

두번째 속담 “씨름에 진 사람이 말이 많다.”

이는 일을 잘못하거나 또는 잘못을 범했을 때에 자꾸 변명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씨름이 지금과 같은 쇄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점차 현대화 서구화 되어온 한국의 사회 문화적인 분위기도 많이 작용했겠지만 팬들의 구미에 맞도록 변신을 소홀히 한 씨름인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90년대 초·중반 프로 씨름팀이 줄어들기 시작할 때부터 프로 씨름의 위기론은 심심치 않게 제기 되었다. 재미없다. 젊은이들의 관심이 없다. 볼거리가 부족하다 등등..이다. 하지만 그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씨름은 제대로 된 변화를 이루어내지 못했다. 어쩌면 지금의 쇄락은 위기론 이후 10여년의 시간을 알차게 쓰지 못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단시간 내에 확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참여하고 즐길 기회가 많았을 때, 그냥 좋아지고 애착이 생기고 즐거워 할 수 있는 것이다. 프로야구 선수 영입에 기업이 수십억을 들이는 이유는 한국 프로야구가 어린이 프로야구 교실 등을 통해서 팬층을 길러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린이 프로야구 교실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커서 표를 사서 경기를 보러 가는 것이다

따라서 씨름인들은 씨름의 쇄락을 전통문화의 쇠퇴라는 시대적 조류로 보기 보다는 씨름이 스포츠팬들에게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일본의 스모는 씨름과 유사한 전통 스포츠이지만 오히려 전통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일본의 국기(國技)로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스모 경기때 선수들은 촌마게상투를 쓰고 마와시라는 스모 고유의 복장을 입는다. 경기의식에서도 경기전 경기장내를 살균하고 악을 정화하는 뜻으로 소금을 뿌리고 신들을 부르는 등 전통적이고 종교적인 색채로 위엄을 살린다. 이에 비해 우리의 씨름은 소속사 이름이 크게 씌여진 신식 팬티에 옛날 분위기가 나는 청샅바와 홍샅바를 매어 그 복장이 조화롭지 못하며 진행방식 또한 심판이 호루라기로 경기를 시작하는 등 전통 스포츠의 색채를 풍기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씨름이 대중성 있는 국가 스포츠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흥미로운 볼거리와 시대에 맞는 한국색을 갖출 필요가 있다. 또 일년에 추석, 설 두번 뿐인 경기 횟수를 늘여 팬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하고 선수들이 기량을 향상시킬 기회도 늘려야 한다.

세번째 속담 “씨름하는 데 터럭만 다쳐 주어도 쉽다.”

서로 힘이 비슷할 때에는 조금만 도와주어도 큰 힘이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뜻이다.

씨름이 대중성 있는 국가 스포츠로 거듭나려면 씨름계만의 노력으로는 힘겨울 수 있다. 유구한 한민족의 전통 스포츠인 만큼 씨름을 사랑하는 팬들과 언론,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방법을 모색한다면 씨름이 다시 국민 스포츠로 우뚝 솟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또 소속된 팀이 갑자기 사라질 위기에 처한 엘지 선수단 선수들과 같이 겨룰 상대가 줄어든 신창 건설과 현대 씨름단 선수들의 사기를 드높이는데도 국민적 관심과 지원은 필수이다.

씨름과 스모는 여러면에서 비슷하지만 그 뜻은 천지 차이다. 씨름은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하여 온 힘을 쏟거나 끈기 있게 달라 붙음. 또는 그러한 행동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지만 스모는 ‘서로 해치다’라는 뜻이다.

스모와 비교해 볼 때 씨름의 뜻은 훨씬 생산적이며 또 인간적이다.

이렇게 좋은 의미가 담긴 씨름이 많은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을수 있도록 잘 살리고 즐기는 것은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다.

올해 겨울 엘지투자증권 씨름단의 해체위기를 맞으면서 씨름계는 시름 시름 앓고 있다. 엘지 씨름단은 거인 이봉걸과 현역 최고참 김경수, 그리고 신세대 최홍만까지 ‘천하장사의 산실’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씨름계의 충격이 더 크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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