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국민들의 기대는 컸다.
세상만사는 첫 출발이 중요하다. 처음이 매끄러우면 무리 없이 끝까지 가는 법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꼬이기 시작한 17대 국회는 정기국회의 폐회 시점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과거의 구태를 확대 재생산한 꼴불견 국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우선 우리 자신의 반성부터 하자면 17대 국회 초반 한나라당이 난데없는 예결위 상임위화를 들고 나옴으로써 국회공전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예결위의 상임위화는 대한민국 국회가 언젠가는 가야할 올바른 방향이지만 어느날 갑자기 이루어 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한나라당이 충분한 당내 여론수렴과 심도 있는 검토절차도 없이 불쑥 이를 당론화하여, ‘이것 안받으면 국회를 열수 없다’고까지 나간 것은 아무리 봐도 심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그럼에도 당시 당의 지도부는 야당이 손해 볼 것은 없다는 안이한 태도로 일관했다.
다음으로는 여당의 속 좁은 태도이다.
위기 속에서 총선을 그런 대로 치러낸 박근혜 대표는 내친김에 큰 정치를 하겠다며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 만나 상생의 정치를 굳게 다짐한 바 있다.
그러나 야당이 앞서서 주창하는 상생은 국민들을 향한 립서비스일 수밖에 없다는 원초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왜냐면 여당이 야당의 존재를 인정하고 국정의 파트너십으로 삼을 때 비로소 상생정치가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당은 야당을 정치의 상대가 아닌 무찔러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는 착각이 들게 만들기에 충분한 언행을 보여왔다.
앞으로는 상생하자면서 뒤로는 수도이전문제와 소위 4대 개혁법안을 들고 나와 야당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붙였고, 틈만 나면 수구골통당으로 매도하기가 일쑤였다.
과반수의 힘을 믿고 정치적으로 이용할 저의를 숨긴 채 들고 나온 친일규명법도 그렇다. 이 법안이 마치 애국적이고 민족적인 입법인양 밀어붙이다가 되레 부메랑을 맞아 당 의장이 정치적으로 좌초하는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부질없는 일이다. 해방 60년을 눈앞에 둔 지금에 와서 그것도 정치권이 나서서 역사를 바로 잡겠다고 하니 그 결과가 뻔할 것은 분명한 일 아닌가. 우여곡절 끝에 여야가 합의한 법이 조만간에 발효되겠지만 또 다른 분란을 일으킬 것은 자명하다.
수도이전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현 정권은 이를 장기집권전략의 한 축으로 써먹으려는 정치적 계산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노무현 대통령의 올인 전략에 여당이 머리 없는 발 역할을 자임하여 나섬으로써 나라가 거덜 날 지경까지 간 것 또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여야지도부의 리더십 부재 또한 대한민국 정치의 숙제로 남게 된 점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국론분열의 정점에 서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는 물론 언론법, 사학법, 과거사규명법 등 소위 4대 개혁입법안(4대 국론분열법)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국론을 통합하고 사회갈등을 조정해야 할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게 됨에 따라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이니셔티브를 갖고 문제 해결에 뛰어 들게 되었고, 이에 국회는 더더욱 외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게 됨으로써 더욱 위축되어가고 급기야 사회원로들까지 차가운 겨울 거리로 나서게 만들었다.
국민들의 차가운 눈총 때문이었는지 원탁회의까지 여는 시늉은 냈지만 무엇하나 제대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였고, 원탁회의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국보법 폐지법안의 억지 법안상정 시도로 몸싸움과 저질 막말들이 난무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연출되었다.
이런 지경에서도 여야지도부의 고민하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으니 참으로 슬픈 일이다. 어쩌면 지금 이 시간에도 반성은커녕 변명과 네 탓하기, 전략계산에 급급하지 않은지 모르겠다.
정치는 실종되었고 여야 원내사령탑은 신뢰 쌓기에 실패하였다. 여야의 의원총회도 더 이상 원내지도부를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꼬인 정국을 그때그때 풀어보려는 지도부의 의지도 없고, 정치선배의 지혜와 경륜보다는 자기만 옳다는 주장만 난무하는 효율성이 사상 최저인 정치판이 되었다.
여기에서 여야 지도부의 책임론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여당은 국민은 안중에 없는 듯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등 강자의 논리만 보여주었고, 야당은 제대로 대안도 못 내놓고 설왕설래만으로 허송세월하였다.
결국 17대 국회는 개원 초기부터 정치력이 실종된 모습을 보여왔다. 여태껏 의원친선협회 하나 제대로 결성 못시킨 직무유기의 국회,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문은 왜 필요한지 의문만 제기한 국회, 그래서 전국의 네티즌들로부터 지난 7개월 결산 결과 ‘무용지물 국회, 개판국회’ 소리를 듣는 지경까지 온 무능력한 국회가 오늘 대한민국 국회의 현주소이다.
양당의 지도부가 책임을 통감하길 바라고, 국론분열과 정치력 부재에 대해 국민 앞에 대오각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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