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제2 정몽준’인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12-26 20: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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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 범 (전 국회의원) {ILINK:1} 당선 2주년 되는 날이 12월19일인데 작년 이맘때 같은 지지자들의 기세도 찾아볼 수가 없고 시중에서도 역시 대통령은 잘 뽑았다는 말은 들을 수가 없다. 게다가 인사로 빚어진 최근의 일들을 보면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정권이라 내년에도 싹이 노래 보인다.

인사는 만사라고 한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사람을 바로 쓰면 나라를 흥하게 하고 잘 못쓰면 나라도 정권도 망친다고 해서 인사는 만사(萬事)이면서 망사(亡事)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집권자는 새기라고 했다.

인사로 빚어진 최근의 두 사건에서 이 경고를 정권이 어떻게 새기고 있는지 살필 수 있다. 군 검찰관 3인이 자신들의 보직을 해임해 달라는 건의서를 군 검찰단장에게 제출하기에까지 이른 사태와 언론사 사장이고 삼성재벌 가(家)의 한 축인 인사를 주미대사에 임명한 것은 엉망인 인사정책과 제멋대로 인사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애당초 익명의 투서는 들여다 보지도 말았어야 한다. 설혹 거기에 그럴듯해 보이는 내용이 있다 해도 조용히 내사하거나 관련부서에 감사를 하도록 하는 것조차도 신중에 신중을 기할 일이다.

사태가 이리 꼬이면서 장교 몇을 끌어가고 구속도 했는데, 꿩 대신 닭이냐, 태산을 뒤집을 듯 요란하더니 고작 이거냐, 무언가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퍼지는 것은 당연했다.

구속된 장교들의 동기생들이 변호인을 선임하는 경비 모금에 나서고 육군참모총장의 불복설도 나왔다.

뒤숭숭한 판에 대통령은 이쪽도 문제고 저쪽도 문제라는 식으로 양비론적인 이중적 경고를 내놓았다. 뭐가 뭔지 아리송한 발표에 국방장관은 의혹해소를 위해 수사하도록 했다고 해놓고는 장성에 대한 구속영장의 결재를 미루고 있다고 검사들이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가히 콩가루 형국이고 아리송한 대통령이다. 국방부 장관 등 수뇌부와 육군본부, 군 검찰이 티격태격하는 꼴이 예사롭지가 않다. 여기에다 검사들에 대한 징벌로 사법처리까지 검토한다고 하다가 결국 보직해임으로 귀결되었다.

익명의 괴문서로 한 몫 하려던 발상은 애당초 잘못 끼운 단추였는데 수사팀을 교체하여 다시 수사를 한다고 한다. 이렇게 마무리 지을 궁색한 모양 갖추기에 연연하면 일은 더 꼬일 것이다.

주미대사 내정자를 상대국의 아그레망도 받기 전에 공개하고 북새를 떤 것은 군 인사에 문제가 있다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 꼬이는 가운데 화제를 돌려보자는 저의도 있어 보인다.

한미관계는 좋다는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주미대사를 바꾼 것은 정권의 핵심에서도 한미관계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한 셈이다. 그런데 한미관계는 워싱턴에 보낸 대사의 외교능력 때문에 불편해진 것은 아니다.

김정일 정권에 대한 견해차이,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접근방법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얼마 전 일본 수상을 만난 자리에서도 자신은 김정일을 좋아할 수 없다고 하며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따라서 한미관계는 대사를 바꾼다고 달라질 정도의 문제는 아니다. 가게 주인이 문제인데 종업원을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미대사로 내정된 인물의 발탁 배경은 다른 데에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세간의 추측도 만만치 않다.

DJ정권의 남북 정상회담 추진에 비자금을 대다가 좌초한 현대를 떠올리며 최근 거론되는 정상회담 추진에 삼성의 역할을 기대한 인사가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온다.

노 정권판 동진정책 전략이라는 관측도 있다. 삼성의 경북과의 연고를 두고 하는 말이다. 꿈이 크다고 알려진 내정자가 지난 대선의 정몽준 후보 같은 역할을 준비하도록 짠 다목적 전략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다.

삼성과의 밀월이 적지 아니 감지되기에 이번 인사를 보는 항간의 추측은 단순한 억측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대사 내정자에 대한 정권의 설명과 일부 언론의 논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미화에 치우쳐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숨겨진 보물 같은 걸출한 인물이라면 권력은 그를 먹칠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파렴치한 혐의로 감옥에 넣어 형을 선고해 놓고 그를 나라를 대표하는 대사로 보내는 것도 모자라 나아가 유엔 사무총장 감이라고 미화하는데 이르러서는 아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더욱이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정부가 미는 경우에 다른 회원국들에게도 탈세사건은 조작된 것이었다고 설명할 것인가? 조선 동아 사주의 같은 혐의는 용서 못하고 그에게는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분단국가 출신으로 꿈은 좋으나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인가? 사무총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태국 외상에 대한 대통령의 지원 언질이나 클린턴과의 경쟁가능성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런 의문을 검토해 보면 정부의 설명과 일부 보도는 의도적으로 과대 포장된 것이다. 딱한 국민우롱 혹세무민(惑世誣民)의 논리이다.

언론이나 시민단체는 권력과 긴장관계에 있어야 한다. 꼭두각시 나팔수 노릇을 하며 영원히 정체를 감출 수는 없는 것이다.

내년부터 국정운영의 기조를 바꾼다고 하는데 이런 무원칙한 인사를 하고서 혹세무민하는 행태부터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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