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논술강화 입시 강력 반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5-11 21: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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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정봉주 {ILINK:1} 그동안 ‘서울대 폐지론’이 나오는 등 서울대에 쏟아진 각계각층의 비판에 대해 서울대가 여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대학들은 학생선발권을 대학 자율에 맡겨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당연한 주장이다. 기업이 훌륭한 인재를 뽑기 위해 스스로 다양한 입사시험을 개발하는 것과 같이 대학들도 다양한 입시전형 방법을 통해 학생들을 선발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선배들의 대학입시 결과로 인해 후배들의 능력을 추정하고 이른바 명문대에 입학한 실적이 더 좋다고 해서 그 학교 출신자 모두에게 가산점을 주자는 ‘고교등급제’는 어떠한 이유로도 납득할 수 없는 제도다.

아울러 개인의 능력보다는 집안의 재정적인 능력으로 입학이 결정되는 ‘기여 입학제’는 아직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제도이다. 특히 대가 없는 기부 문화가 거의 성장하지 않고 있는 우리 나라의 환경에서는 더더욱 국민적 합의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교과정만으로 도저히 소화할 수 없는 ‘본고사를 부활’시키거나 도입하겠다는 것은 고교 교과 과정 및 공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사교육을 번창케하는 반사회적이며 반 교육적 행위라고 하는 것은 더 이상 주장할 필요도 없다.

대학은 국가 교육의 미래를 담보한다는 의미에서 자신들이 택한 제도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현상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국민의 세금으로 유지되고 있는 국립 서울대가 담보해야 할 국가·사회적 책무는 한 대학의 몫을 훨씬 뛰어 넘는 막중한 것이다.

2008 대입제도 개선안은 ‘고등학교 교육(공교육)의 정상화’라는 교육 본래의 목적과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고등학교 교육이 대학입시에 얽매여 파행으로 치달았던 구조를 정상화시키고 점수 위주의 경쟁교육에서 탈피하겠다는 것이며, 사교육 비중을 줄여나가겠다는 공교육 정상화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즉, 고등학교 교육이 대학입시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대학입시가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기본 취지에 기초한 것이며, 어느날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98년도에 발표한 2002 대학입학제도 개선안을 보완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논술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정상적인 고교 교육 과정을 평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선행 학습자들이나 논술 풀이 기술자들을 가려 뽑겠다는 새로운 ‘편법’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대학들은 공교육의 강화라는 방향성을 망각한 채 또다시 공교육과는 무관한 무차별적인 ‘변별력’이라는 유혹의 늪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겨우 학생들이 학교수업에 충실해지는 등 내신 중심의 대입제도가 상대평가라는 ‘현실적 제약’ 속에서도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로 나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서울대 등의 논술 비중 강화는 학교 교육과정을 파행으로 몰고 가게 될 것이다.

학생들은 내신, 수능, 논술 등 3중고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물론 다양화 된 입시제도라는 측면에서는 일면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 수 있으나, 독서 이력철 등이 2007년에 도입되는 점을 감안하면 2008 대입에서의 논술 비중 강화는 과외를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현시점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본고사의 부활로 받아들일 것이며 공교육 정상화의 기틀은 또다시 무너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보다 더 큰 문제는 정책당국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1998년 교육부는 2002 대입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무시험 전형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고 수학능력 시험을 자격고사화 하며 ‘한 줄 세우기’에서 ‘여러 줄 세우기’로 대학입학 전형방식을 넓혀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서울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들은 ‘수능 영역별 합산’이라는 편법을 동원, 대학입학에서 수능의 영향력을 높여 정부의 ‘수능 총점제 폐지’와 ‘9등급제 시행’ 방침을 한 번에 무너뜨렸다. 물론 피해자는 정부 정책을 신뢰한 학생과 학부모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논술 반영비중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정상화로 가려고 노력하는 고교 교육을 다시 파행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서울대 등 일부 대학은 그것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싶겠지만 학원가를 중심으로 논술반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는 것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서울대 등 일부 대학이 요구하고 있는 논술 및 구술면접의 내용을 현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담아내거나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고 믿는 학생이나 학부모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동안 입시위주의 경쟁교육과 점수따기식의 파행으로 치닫던 교육이 정상화 되려면 일정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대학들이 불필요할 정도로 극단적인 변별력을 요구하며 학생 선발에만 신경 쓰는 동안 우리 학생들은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인재로 커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학들은 잘 알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고교 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지난해 고교등급제 논란으로 커다란 희생 비용을 치렀다. 그런데 또다시 지난해의 악몽이 되살아나려 하고 있다. 사회의 갈등은 아랑곳 하지 않는 대학들의 이기심으로 내신 중심의 2008 대입제도가 흔들리게 해서는 안된다.
지금은 내신반영 비중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것이 대학의 사회적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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