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결정에 문화계를 비롯한 전 국민적 반발이 잇따랐고, 그 후 10년이 넘도록 한글날 지위 격상을 위한 국경일 지정운동이 전개되어 왔습니다. 정부도 1999년 3월 ‘한글 발전 종합 추진계획’과 2002년 10월 ‘국어발전 종합계획 시안’을 통해 한글날의 국경일 승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만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글날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국민의 뜻은 명확합니다. 지난 1999년 한글학회에서 실시한 ‘한글날의 국경일 제정에 관한 국민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체 응답자의 70.6%가 한글날을 국경일로 지정하는 데 대해 찬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올해 4월 브랜드가치 평가기관인 브랜드스톡에서 134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다시 제정해야 할 것 같은’ 공휴일로는 전체 응답자의 66.9%가 ‘한글날’을 꼽았습니다. 더 나아가 지난해 10월의 한길리서치 조사에서는 ‘한글날’ 하루뿐만 아니라 해당 주를 ‘국가 및 문화행사주간’으로 지정하자는 주장에 대해서 86.4%가 찬성하기도 했습니다. 이 외 많은 여론조사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은 국민들이 현재 한글날의 의미가 저평가되고 있어 ‘승격’이 필요한 기념일 중 첫째로 꼽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글은 인류의 문자 중 가장 과학적인 문자입니다. 세계의 석학들이 이러한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언어학자인 샘슨은 “인류가 쌓은 가장 위대한 지적 성취의 하나”로 꼽았고, 미국 시카고 대학의 맥콜리 교수와 하버드대학의 라이샤워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글자로 한글날은 세계인 모두가 축하해야 하는 날”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도 지난 1997년 훈민정음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고, 세계의 문맹퇴치에 애쓴 공로자들에게 주는 상의 이름이 바로 ‘세종대왕상’이라 명명하는 등 한글과 한글날에 대해 세계인은 찬사와 갈채를 보내고 있습니다.
더욱이 한글은 쉽고 편리하며 과학적이어서 21세기 정보화시대에 가장 적합한 문자 체계로 평가받고 있으며, 지식정보화가 진척될수록 더욱 한글의 우수성은 진가를 발휘하고 될 것입니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인터넷강국’의 저류에는 세계인이 흠모하는 한글이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문자 창제를 경축하는 국경일이 없다’는 사실은 1990년도에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하면서 그 근거 중 하나로 제시되었는데, 이는 오히려 한글날의 유일무이한 가치를 강조하는 데 인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즉 세계 어느 나라도 문자를 ‘언제, 누가’ 창제한 일이 없었기에 한글날과 같은 경축일을 가질 수 없는 것이며, 그만큼 한글 창제는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우리 민족만의 업적인 것입니다. 한글창제를 두고 ‘대지’의 작가 펄벅여사는 세종대왕을 ‘동양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했으며, 유네스코에서도 한글날을 기념하는 우리를 본받아 2000년부터 매년 2월 21일을 ‘모국어의 날’로 정하여 민족어와 민족 문화보존 활동을 하도록 각국 정부에 권유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한글날의 가치와 위상에 대한 이견은 사실상 없습니다. 그 동안 한글날 국경일 지정이 미뤄진 것은 공휴일 확대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경영계의 입장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글날을 국경일로 지정하는 것과 공휴일을 늘이는 것은 다르게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한글날을 국경일로 지정하더라도, 현재 정부에서 추진중인 방식처럼 국민적인 공감대를 모아 ‘관공서공휴일에관한규정’의 개정을 통해 공휴일 지정 여부를 판단하면 될 것입니다.
국가정책 측면에서도 한글날의 위상 재정립은 한글에 대한 체계적이고 조직적 연구를 활성화하여 정보화에 적합한 한글의 특성이 더욱 발전되고, 21세기 지식정보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금 세계 각국은 자국어를 고집하고 보급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1997년부터 프랑스는 프랑스어를 지키려 프랑스어사용국기구를 창설하고 전 유엔 사무총장 부트로스 갈리를 그 사무총장으로 임명하여 운영 중이며, 일본도 막대한 예산을 지원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일본어와 일본문화를 보급하고 있는 등 자국어의 국제화를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런 세계 각국의 움직임과 비교해 볼 때, 정작 우리는 세계인이 칭송하는 한글이라는 문화유산을 너무도 소홀하게 취급하고 있지 않느냐는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류열풍’을 비롯한 한국문화의 세계화와 함께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가 높아지고 있으나, 이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나 발전은 커녕, 외래어 남용이나 잘못된 사용으로 선조의 문화유산을 제대로 지키지도 못하고 있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한글날’은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의 근간이자 상징인 한글이 만들어진 날입니다.
개국기념일인 ‘개천절’과 국권을 되찾은 ‘광복절’에 견줄 만한 ‘국가의 경사스러운 날’입니다. 따라서 국가의 경사스런 날을 기리는 국경일로 한글날이 지정되는 것은 마땅하며, 1949년 제헌국회에서 제정한 ‘국경일에관한법률’의 입법 정신을 살리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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