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넘긴 태권도, 남은 과제는?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7-12 01: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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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민 석 국회의원 {ILINK:1}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17차 IOC 총회에 다녀왔습니다. 4박5일에 걸친 이번 총회는 태권도 퇴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어느 때보다 국민적 관심이 높았습니다. 다행히 태권도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포함(included)되었지만, 4년 후 2009년에 다시 평가를 받아야 하므로 안심할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가라데가 맹렬히 추격해 올 것이므로 더욱 긴장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을 계기로 지구촌에서 사랑받는 태권도로 거듭 날 수 있도록 태권도 개혁을 실천해야 합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종목을 결정하는 투표는 8일 오전에 실시되었다. 투표 직전까지 총회장 부근에는 태권도에 대한 두 가지 설이 나돌고 있었다. 첫번째는 28개 모든 종목이 그대로 남게 될 것이므로 태권도도 무사하리라는 설이다. 집행부에서 아무런 메시지가 없었으므로 특별한 변화가 없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몇몇 IOC 위원들의 해석은 그럴듯해 보였다.

두번째, 최소한 한두 종목은 퇴출되어야 IOC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고, 로게 위원장의 올림픽 개혁에 유리할 것이라는 설이었다. 여기에 태권도가 해당될지 모른다는 ‘싱가포르 괴담’이 떠돌고 있었다.

최종 발표까지는 결코 안심할 수 없었다. 8일 오전 10시30분경 시작된 존속여부를 결정하는 투표가 1시간가량 후에 종료되었고, 11시30분부터 로게 위원장이 경기종목명 알파벳 순으로 존속 여부를 발표하였다. 종목이 호명된 후 존속의 경우 ‘included’, 퇴출의 경우 ‘excluded’로 구분하는 방식으로 발표되었는데, 처음 몇 종목은 연이어 ‘included’로 발표되므로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로게 위원장이 ‘Baseball... ex cluded’라고 말하는 순간, 불안과 긴장이 고조되었다. 다시 ‘included’라는 발표가 이어졌으나 ‘Softball... excluded’라는 발표에 가슴이 철렁했다. ‘바로 다음 순서인데... 설마, 설마’ 하지만 즉시 ‘Taekwondo... included’라지 않는가! 천만 다행으로 태권도가 존속되는 순간이었다.

장 웅 북한 IOC 위원과 나는 지난 아테네 올림픽 이후 신뢰를 쌓아 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그분과 나는 이질화 되고 양분된 남북의 태권도를 걱정하며 태권도 통합에 대한 견해를 공유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태권도가 양분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IOC도 아는 바이고, 이는 IOC 위원들로 하여금 부정적인 평가를 가져올 개연성이 다분하였다.

사실 남북의 태권도 통합은 이미 2001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합의한 것이고,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도 WTF(세계태권도연맹) 총재였던 김운용씨와 ITF(국제태권도연맹) 총재인 장 웅씨가 서면으로 합의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TF, 더욱 정확히 표현하면 남측의 소극적인 자세로 인하여 통합 운동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이 ITF 측의 주장이다.

7일 밤늦은 시간, 나와 김정길 회장, 그리고 장 웅 위원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남북의 두 체육지도자들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로도 상당히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 이 자리에서 장 웅 위원은 태권도 통합에 남측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을 요청하였고, 올림픽 태권도 존속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약속하였다.

만약, 장 웅 위원이 종목존속 여부 투표 직전 양분된 세계의 태권도의 현실을 지적하며 WTF를 비난하는 발언을 하였더라면 IOC 위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서양 IOC위원들의 체구를 능가하는 거구의 장 웅 위원은 그야말로 호탕한 성격의 미남이다. 누가 봐도 통 큰 인물임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다.

태권도는 일단 2012년 올림픽에 채택되었지만 방심할 상황은 결코 아니다. 당장 9표차로 진입에 실패한 가라데의 경우 향후 4년간 태권도를 밀어내기 위해 거칠고 집요한 로비를 전개할 것이다. 태권도가 세계인들로부터 인정받아 안정적인 올림픽 종목으로 남기 위한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첫째, 태권도를 올림픽에 정착시키려면 외교력이 절실하다. 하루속히 스포츠 외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김운용 전 위원이 건재했던 지난 수십년간은 개인기로 한국 스포츠외교를 실현하여 왔다. 이제 그의 빈 공백을 메울 사람도 없고 향후 김운용씨와 같은 인물이 탄생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둘째, 남북의 태권도 통합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민족의 국기라고 일컫는 태권도가 남북으로 갈라진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태권도 분열은 과거 남북대결이 초래한 분단의 역사이다. 냉전이데올로기 시절 WTF는 남한정부의 지원을 ITF는 북한의 지원을 받으면서 현재까지 상이한 품새, 경기규칙을 각각 유지하고 있다.

태권도 통합은 민족정신의 통합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민족화해와 평화를 세계적으로 과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양측은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와 이해를 통해 태권도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
셋째, 태권도의 세계화를 실현해야 한다. 사실 지금까지 태권도가 현실에 안주하면서, 세계화 경쟁에 게을리한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태권도 세계기구인 WTF의 회장을 비롯한 대다수의 주요 임원들을 한국인들이 지배해온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세계의 태권도인의 목소리가 높다.

종주국 국민들에게도 인기 없고 참여율이 낮은 태권도를 다른 국가의 국민들이 인정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모순이다. 종주국답게 우리나라에서 태권도 저변확대를 위한 장단기 프로그램을 확립하고, 태권도를 사랑하고 수련하는 국민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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