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논란에 대한 소고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11-09 19: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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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근식 {ILINK:1}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한 관심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누구나 동의하는 바였고, 이를 비판하면서 상황 개선을 요구한 것은 오래 전부터 지속되어왔다. 해마다 유엔인권위원회에서는 대북 인권결의안이 채택되고 있고 급기야 최근에는 유엔총회에서도 북한인권 결의안이 제출되었다. 이와 관련해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북한 인권을 놓고 남남갈등이 지속되고 있고 특히 우리 정부의 명확한 태도 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연 우리는 지금의 현실에서 북한인권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할까?

인권이라는 가치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인류 보편의 명제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북한의 경우에도 인권이 신장되어야 함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논란거리가 되는 것은 북한의 인권 향상이라는 보편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실제 내포하고 있는 불순한 ‘정치적 의도성’ 그리고 실질적인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효율성’ 측면이다.

우선 인권개선을 요구하는 이면에 혹여라도 북한붕괴를 노린 대북압박의 정치적 목적이 개입되는 것은 곤란하다. 우리가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그야말로 북한주민의 보편적 인권 역시 소중한 것이기에 그들의 인권이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인권문제가 본래의 목적인 인권의 개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북한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고 공격함으로써 북한 내부의 분란을 조장하고 이를 통해 체제 붕괴나 정권 교체를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려는 것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마땅하다.

안타깝게도 작년에 미국이 통과시킨 북한인권법은 사실상 대북 정권 교체의 기대를 실현하기 위한 압박카드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1998년에 통과된 이라크 해방법과 2003년에 통과된 이란민주주의법이 명시적으로 후세인의 축출과 이란 정권의 교체를 목적으로 하고 있고 실제로 미국은 이 법의 제정 이후 이라크 전쟁을 수행함으로써 후세인 정권을 몰락시켰을 뿐 아니라 이란에 대해서도 지금 민주화를 위한 각종 제재와 군사적 조치를 거론하고 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이 이처럼 특정국가의 붕괴를 노린 정치적 압박카드임은 부시 행정부에 의해 이들 세 국가가 ‘악의 축’으로 지목되었던 데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유엔인권위나 유엔총회에서 제출된 대북 인권 결의안의 경우 북한에 대한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기에는 힘든 것이므로 우리 정부로서는 북한인권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미 정부가 내세운 북한인권의 4원칙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 주민의 실질적인 인권 개선을 도모한다는 입장에서 기권을 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고, 혹은 북한 인권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정확히 반영하는 우리의 안을 가지고 수정제안하는 것도 하나의 적극적 대응이 될 것이다.

지고지순의 가치인 인권을 거론하면서 실상은 맹복적 반북의식의 고취와 김정일 정권의 교체를 이루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이를 이용하는 것은 반대하되, 선의를 가지고 북한인권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우리의 일관된 입장을 정확히 밝히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효율성의 측면에서 북한의 인권 개선 요구는 실제로 북한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은 단순히 구호가 아니라 현실적인 측면에서 북한사회의 전체적인 삶의 질 향상을 통해 인권상황의 점진적 개선을 유도하는 것이 보다 실효성 있는 방식일 수 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절대적 기준을 충족하는 인권보장은 하루아침에 실현되지 않았고 또 그렇게 실현될 수도 없다. 서구의 경우에도 시민적 정치적 권리의 보장을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었고 우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따라서 북한의 인권문제 역시 이제는 북한체제의 안정과 사회전체의 삶의 질 향상을 통해 인권향상을 도모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정권이 불안정하면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국가안보와 인권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고 보면 북한체제의 안정이 오히려 인권 향상의 조건이 될 수 있다. 탈북자의 인권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방법 역시 수십 명 정도의 기획망명의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경제를 회생시켜 탈북의 유혹을 봉쇄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일일 것이다.

북한의 민주화를 앞당기는 효율성의 측면도 마찬가지이다. 민주화 요구는 일정한 경제성장과 자발적인 시민사회의 성장에 기초해서 분출한다는 것이 정치학의 정설이다. 밖으로부터의 민주화 압력이 일정하게 특정 국가의 민주화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필요충분조건이 아님은 우리의 민주화 역사에서도 충분히 반추할 수 있다. 특히 남북대치와 북미대결이 온존하고 있는 지금의 분단 상황에서 남측과 미국이 북측의 민주화를 공개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북한 체제의 단결과 통합에 기여할 수 있음도 인식해야 한다. 1980년대 군사독재 하에서 북한의 관영매체가 연일 군사파쇼정권 타도를 외치며 반파쇼 투쟁에 나설 것을 요구한 것이 과연 남쪽의 민주화에 기여했는지 그리고 북한의 선동 때문에 남한에서 민주화 요구가 일어난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인권의 향상과 장기적인 민주화를 위해 북한은 발전된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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