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5 부동산 대책 1년> 버블세븐 ‘안정’ 서민들엔 ‘공황’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11-27 2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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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돈줄 막아 ‘내집마련’ 기회조차 박탈
인기지역 잡았지만 비강남권 오히려 상승



▲아무 소득없는 ‘피로스의 승리’
고대 그리스 에피로스의 왕 피로스(Pyrrhus)는 알렉산더 대왕 이래 최고의 강자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그는 로마군에 일시적 승리를 얻은 적이 있지만 너무 잦은 전투로 유능한 장졸들을 모두 잃어버려 패망하고 말았다.

이를 두고 후대에서는 득이 없는 무의미한 승리를 ‘피로스의 승리’라 부른다.

부동산 광풍을 잡겠다며 지난해 정부가 야심차게 내놨던 ‘11.15대책’이 결과적으로 서민의 돈줄을 막고, 내 집 마련 기회조차 박탈해 가 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들 가슴에 ‘대못질’을 한 것이다.

참여정부 이후 여덟 번째 부동산 대책인 ‘11.15 부동산시장 안정화방안’의 골자는 수요억제책은 지속하면서 신도시 등 주택공급을 확대해 주택난을 일부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공공택지 분양가 하락을 통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었다.

투기지역 및 비 은행권 대출 규제 강화 등도 담겼다.

부동산 담보대출규제의 경우 투기지역 6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만 원리금 상환액이 연간 소득의 40% 이내가 되도록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받았지만, 수도권 투기과열지구로 확대되면서 고가아파트 분양물량은 60%에서 40%대로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낮아졌다.

이러한 효과로 올 들어 서울 지역 집값이 연일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일부 노른자위 지역 집값을 잡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상호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도 주택 시가의 50%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여유자금이 부족한 서민의 경우는 내 집 마련 자체가 어려워지는 역효과를 낳았다.

▲고가 중대형 시장은 안정화
전통적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을 선도해 온 강남권, 목동, 분당 등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고가 중대형 아파트 시장의 안정세가 두드러졌다.

서울에선 강동, 송파, 양천구가 1년 동안 아파트 가격이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였고 강남, 서초를 비롯해 용인, 분당 등 주요 지역의 아파트값 변동률이 지역 평균에도 크게 미치지 못했다.

닥터아파트 조사에 따르면, 11.15대책 직후인 지난해 11월17일부터 지난 11월 9일까지 수도권 아파트 값은 평균 5.55% 오르는데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참여정부 들어 매해 수도권 아파트 값이 평균 10% 이상씩 오른 것을 감안한다면 오름 폭이 줄어든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도 해당 기간 1년 동안 1.93% 하락해 전년 동기간 급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도 1년 새 2.49% 하락해 재건축을 제외한 일반 아파트값 상승률에 비해 약세가 두드러졌다.

강남권 주요 단지의 경우 매수세가 실종돼 급매물이 나와도 거래 성사가 어려운 실정이다.


▲비인기지역 상승 ‘풍선효과’
반면 그 동안 가격 상승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던 비강남권과 수도권 외곽지역은 규제에 따른 반사이익과 함께 국지적인 개발 호재가 맞물리며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올랐다.

저가 소형 아파트 수요가 몰리면서 해당기간 시흥, 의정부 등지와 노원, 도봉 지역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

수도권 인기지역의 집값을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강북권, 시흥시 등 수도권 비인기지역 아파트 값은 오히려 상승하는 ‘풍선효과’만을 불러온 것이다.

실제로 서울은 강북에서 큰 폭으로 올랐다.

노원구가 20.09% 오르면서 가장 크게 올랐으며 도봉구가 18.10%, 강북구는 16.78%, 동대문구 12.92%, 성북구 11.86% 순이다.

경기도에서는 시흥시(39.30%), 의정부시(34.82%), 이천시(18.78%), 안산시(18.45%), 양주시(15.02%), 광주시(14.23%) 등에서 오름폭이 컸다.

인천도 많이 올랐다.

송도국제도시 개발과 2014년 아시안게임 개최지로 인천이 결정되면서 올해 연수동과 관교동 일대에서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팀장은 “아파트 규모별로 보면, 중소형이 강세를 보였고, 중대형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자금난과 보유세 부담 증가로 인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아진 고가 중대형 보다는 소형 아파트 중심으로 실수요 거래가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광풍을 잡겠다며 지난해 정부가 야심차게 내놨던 ‘11.15대책’이 결과적으로 서민의 돈줄을 막고, 내 집 마련 기회조차 박탈해 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봉천동에서 바라 본 한강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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