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제시 없는 미네르바는 종말론자”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11-25 20: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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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홍사덕 한나라당 의원 “통찰력 뛰어나도 염세적 비관론 안고치면 이 나라에 소용없어
경제위기는 잃어버린 10년과 무관… 美 달러화 병에 감염됐을뿐
한미FTA 이번 회기때 꼭 처리해야… 토 다는 것은 옳지 않다”



“현 상황에 대한 뚜렷한 대안제시 없는 미네르바는 일종의 종말론자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불똥이 한국 쪽으로 튈 것과 리먼브러더스 부실 사태를 정확하게 전망하면서 네티즌 및 현정부 관계자들로부터 폭발적 관심을 끌었던 사이버 논객 ‘미네르바’에 대해 홍사덕 의원은 25일 이같이 평가절하했다.

홍 의원은 이날 <시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상을 좋은 쪽으로 바꾸는 힘은 끊임없는 비관론에서 나오는 게 절대 아니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확신, 그 확신을 신뢰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대한 열정적인 연구, 그런 게 세상을 좋은 쪽으로 바꾸는 것이다. 미네르바한테서는 그런 확신이나 연구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남보다 조금 앞서가는 전문지식은 지금의 우리 사회의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정도다. 그 염세수준에 가까운 비관론자가 전문지식을 잘못 이용하고 전파하는 건 개탄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비관론자와 낙관론자의 차이는 똑같은 물을 먹고도 독을 만드는 파충류와 꽃을 만드는 화초처럼 큰 차이가 나는 법”이라며 “미네르바의 통찰력이 설사 뛰어나다 하더라도 가슴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염세적 비관론이 고쳐지지 않는 한 이 나라에 전혀 소용없는 사람이라는 게 내 생각”이라고 밝혔다.

홍 의원은 경제 위기 극복에 대한 해법으로 ‘일자리 창출’과 ‘국제공조 강화’를 제시했다.

그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중국 미국 일본 유럽이 모두 똑같은 방식을 쓰고 있다. 적자 재정을 무릅쓰고 투자를 늘려서 내수 진작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는 것과 29년 대공황때 미국이 저질렀던 실수, 즉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어리석은 짓을 그 누구도 범하지 않도록 국제공조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홍 의원은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요 국가들이 이와 같은 처방을 쓰고 있으니까 현재의 도전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극복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다만 정부는 이 모든 사실과 정부에서는 그 과정에서 겪어야할 고통을 정직하게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의 경제위기는 이른바 잃어버린 10년과는 관계없는 일”이라면서 “미국이 30여년동안 자신이 번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쓰는 바람에 달러화에 큰 병이 들었고 전 세계가 감염되었을 따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런 걸 놓고 자꾸 ‘잃어버린 10년’을 이야기 하니까 야당협조를 얻지 못하고 지식인들이 보기에 진단도 잘못 내려진 것으로 비치는 것 아닌가”하고 질책했다.

홍사덕 의원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힐러리 국무장관 기용과 관련, 세간에서 ‘통합의 정치’라고 평가하는 것에 대해 “통합의 정치를 통해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독일의 비스마르크다. 오바마는 아직 취임도 안한 사람이니까 차라리 비스마르크의 통합정치를 참고하는 게 나을 것이다. 흔히 비스마르크를 철혈 재상이라는 별칭 때문에 독선적이고 독단적인 사람으로 오해하는데 전혀 정반대였다”면서 “당시 제1당의 사회당 당수는 라살레였는데 이념도 다른 라살레와 개인적으로 거의 찰떡궁합을 만들었다. 비스마르크의 대저택은 매일밤 여야의원들과의 파티가 벌어지는 장소였고 그렇게 노력한 끝에 자신이 설정한 군비확충무력에 의한 독일통일 위업을 이룩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독선적으로 한 게 아니라 융화와 화합으로 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히려 오바마 당선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 홍 의원은 “오바마가 자동차산업에 특례적인 조치를 취하면 30년 전에 있었던 관세법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홍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주요 공공기관의 올해 신규인력 채용이 지난해 1/3 수준으로 떨어졌다. 청년실업 해법은 무엇인가.
▲ 전례 없는 적자 재정편성에 대해서는 이미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다. 그걸 어디에 쓰느냐를 놓고 아직 제대로 된 토론이 없었는데 나는 두가지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는 김대중 대통령이 만들어놓은 사회안전망을 더욱 보강 확충해야한다는 점과 둘째 단발적 효과밖에 없는 사회간접투자보다 지속적으로 고용과 내수 진작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 예컨대 문화산업 인프라 같은 부분에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시골에 가도 농로 빼고는 다 포장이 되다시피 했는데 억지로 길 내고 포장하는데 돈을 쓰기보다 공연이나 컨벤션 등 지속적인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부분에 돈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아까 말했던 청년실업 문제해결을 위한 공공부문에서의 단기 임시고용은 사회안전망의 일부이니까 굳이 따로 떼어서 말하지 않겠다.

-대북 인도적 지원의 확대를 정부에 요구하셨는데,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어떤 차이가 있나.
▲ 얼마 전 당에 대야 및 대북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한 적이 있었다. 대북기조는 지금부터라도 철학적인 성찰 위에서 수정돼야 한다. 특히 두 부문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째 오천년 역사를 함께 해왔던 동족이 굶주리고 심지어 굶어 죽기까지 한다는 데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건 우선 양식은 보내야한다. 나는 50년대 굶주렸던 시절을 기억하기 때문에 해결방안도 알고 있다. 돈 많이 드는 쌀이 아니라 옥수수와 밀을 보내야한다. 남쪽에서 비만치료 때문에 몇천억을 쓰고 정부가 캠페인을 벌이는 동안 북쪽에서 굶어 죽는 사람이 나온다는 것은 우리의 불명예이고 수치다. 둘째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말에 느닷없이 서명한 10.4공동선언은 그 과정도 진지하지 못했을 뿐더러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에는 부담이 너무나 크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실을 무 자르듯 말하는 것은 외교가 아니다. 그 가운데 일부를 받아들이거나 기간을 길게 잡으면서 천천히 추진하도록 요리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닌데, 쉬운 일을 어렵게 만들어놓았다. 그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할거다. 이와 같은 과오는 참모와 실무진들이 집권 초 경황없던 시절에 저질러놓은 일들이니까 그 부분을 좀 바꾸는 게 어떨까 싶다.

-개성관광 문제 등 경직된 남북 관계에 대한 해법이 있다면?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 컨트리리스크가 올라간다. 김정일은 그런 약점을 노리고 수시로 평화와 위기를 왕래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결코 서둘러서 봉합하려고 이런 저런 제안을 낼 필요는 없지만 남북간 실력차이가 워낙 크니까 김정일과 고통 받는 북한동포를 구분하는 바탕 위에서 그동안 소홀히 했던 일들은 확고하게 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최근 ‘쌀직불금’ 문제와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한창이다. 어떻게 보는가.
▲요즘 정치권의 주관심사로 꼽히는 것들을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화가 치민다. 폐렴으로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환자를 놓고 침대를 잘못 샀느니 벽지 색상을 잘못 골랐느니 다투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위기에 처한 경제와 쌀 직불금이 무슨 상관이며, 중국의 중경시보다 조금 더 큰 남한 땅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목숨 걸고 싸우다시피 하는 건 또 무슨 꼴인가. 정부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재정투자는 지방에 집중시키고 기업인들이 공장세우기 원하는 수도권은 풀어주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세시간 거리를 놓고 이렇게 싸운다고 얘기하면 중국 사람들은 말은 안 해도 속으로 뭐 이런 인종이 있나 하고 비웃을 거다.

-한미 FTA 비준 문제와 향후 한미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한미 FTA 비준은 이번 회기에 반드시 처리해야한다. 일이란 늘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두고 해야 하는 법인데 이 경우 최악은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 아닌가. 우리가 비준까지 마쳐놓고 재협상하는 것과 비준 안하고 재협상했을 때 양보의 폭이 어느 쪽이 더 크겠는가. 이런 빤한 이치를 외면한 채 비준 문제에 대해 토를 다는 것은 참으로 옳지 않은 태도다. 그러니까 야당도 지지율이 오르지 못하는 거다.

-6선 정치인으로서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는 사랑이다. 언젠가는 일류전체를 사랑하게 되는 경지에 까지 정치가 발전해야 되겠지만 지금 단계에서 말한다면 남북한 주민간의 사랑이 당면과제일 것이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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