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이 만일 장기집권 음모를 꾸미고 있다면 어떻게 할까?
필자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현 정권이 장기집권을 위한 시나리오를 가동시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왔었다.
곳곳에서 그런 흔적이 발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은 단지 외교권만 가지는 ‘얼굴마담’일 뿐이고, 국회에서 선출하는 총리가 사실상 실권을 쥐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을 하면 어찌될까?
MB가 비록 차기 대통령 선거에는 출마하지 못하지만, 실권을 가진 총리가 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래서 만일 장기집권 음모를 꾸미고 있다면, 분명히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왔었다.
그러자면 먼저, ‘지금의 대통령제는 문제가 있다’는 여론을 형성해야만 한다.
즉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지적하기 위해 어떤 명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명분만 만들어 진다면, 이 대통령은 속전속결로 개헌문제를 매듭지으려 할 것이 분명하다.
그 다음에는 어떤 일을 할 것인가.
MB가 실권을 가진 총리가 되려면 여당이 차기총선에서 반드시 다수당이 돼야만 한다.
그런데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하지만 방법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형 선거구제로 개편만 한다면, 여당이 원내 1당이 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따라서 어떻게든 선거구제를 개편하려 들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MB가 한나라당을 장악해야만 한다.
여당이 원내 1당이 되더라도 당을 장악하지 못하면, 실권을 가진 총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당권과 대권이 분리된 당헌당규를 개정해서라도 여당을 대통령 친정체제로 전환하려 할 것이다. 그러자면 명분이 필요한데 당내 쇄신을 위한 ‘당청소통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울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물론 개헌, 선거구제 개편, 당헌당규 개정이 반드시 순서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 당헌당규개정이 먼저 진행될 수도 있고, 아니면 선거구제 개편을 우선순위로 둘 지도 모른다. 어쩌면 동시다발적으로 이 문제들을 한꺼번에 진행시킬 가능성도 있다.
과연 이 같은 필자의 시각이 한탄 기우(杞憂)에 불과한 것인가.
◇개헌론 = 이명박 대통령의 ‘근원적 처방’ 언급 이후 다시 개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미 개헌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되고 말았다. 실제 국회에서도 개헌을 둘러싼 각종 토론회가 7월부터 봇물처럼 쏟아질 예정이다.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공동대표 이주영 이낙연 이상민 의원)는 다음달 창립 1주년을 맞이해 “대통령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7일에는 역대 국회의장(김수한 이만섭 박관용 김원기 임채정)들을 초청해 개헌 좌담회를 연다. 이 자리에는 이주영 이낙연 이상민 주성영 이종걸 권선택 의원 등이 지정토론자로 나서 역대 국회의장들과 함께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등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된 토론을 벌인다고 한다.
10일에는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개헌 문제를 놓고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는 황우여 한나라당 의원과 박상천 민주당 의원이 주제 발표자로 나서고 정진석 우윤근 박선영 의원이 지정토론자로 참여한다.
또한 제헌절 전 날인 16일에는 김형오 국회의장이 개헌 관련 국제학술대회를 주최한다.
이 대회에서는 대통령제의 권력구조 개편 및 상ㆍ하 양원제 도입 등 구체적인 개헌안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한다.
여야 각 의원들이 참석하는 이들 토론회 대부분이 사실상 분권형 대통령제를 염두에 둔 토론회인 셈이다.
그럼 분권형 대통령제란 무엇인가.
이론상으로는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을 분산시켜 대통령은 직접 선거로 뽑고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뽑아 권력을 나눠 (국정운영을)해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이 선출하는 대통령은 ‘얼굴마담’으로서 외국에서만 국가의 수반 노릇만 하고, 국내에서는 총리가 전권을 쥐고 국정을 운영해 나가는 방식으로 사실상 내각제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야 모두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 이처럼 찬성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즉 대통령제 폐해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무관치 않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즉 이명박 정권이 대통령제 폐해를 지적하기 위해 역사상 가장 깨끗한 정권이라고 평가받는 노무현 정권을 ‘먼지털이 식’으로 수사해 올가미를 씌우고, 그를 어떻게든 구속시켜 명분을 얻으려 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실제 검찰의 불구속 기소 방침에도 불구, 법무부의 지시를 받은 안양교도소에서 노 전 대통령 수감을 위한 별도의 방을 은밀하게 준비해 왔다는 사실이 한 방송에 의해 폭로되지 않았는가.
결국 이명박 정권은 ‘대통령제 폐해’라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을 희생양으로 삼은 셈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여당의 이런 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꼴이 우습다.
민주당은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그 자리에 어떤 사람이 앉느냐 하는 게 문제”라며 반대하는 게 옳다.
그런데 현재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만 반대하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박근혜 전 대표는 4년 중임제 개헌 이외에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이미 수년전부터 일관되게 밝혀오고 있다.
◇선거구제 개편론= 이명박 대통령이 지역구도 타파를 명분으로 현행 소선거구제를 개편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19일 <문화일보>와 만나 "이 대통령이 최근 지역구도 타파와 관련해 내놓은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가 현재의 비례대표 의원제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호남에서 한나라당 의원, 영남에서 민주당 의원이 나올 수 있는 쿼터를 주는 방안을 연구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물론 명분은 ‘지역구도 타파’이지만, 사실은 개헌을 통해 자신이 실권을 가진 총리가 되기 위한 방편이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왜냐하면 총리는 원대 다수당의 대표가 맡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한나라당이 차기 총선에서 원대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 선거구제, 즉 한 선거구에서 2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제도로 바꾸면 한나라당이 원내 1당이 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쉽기 때문이다.
실제 한나라당은 영남이 아니더라도 전국에서 2등 당선자는 많이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에서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지방행정체제를 개편하겠다고 밝힌 것도 선거구제 개편과 무관하지 않다.
즉 선거구제 개편과 함께 대대적 지방행정단위 통합도 추진될 것이란 뜻이다.
사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영남은 박근혜 진영, 호남은 민주당, 충청은 자유선진당과 민주당이 양분하고, 수도권은 민주당에 의해 싹쓸이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한나라당 친이 지도부에 의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이 민주당 예상 후보들보다 지지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는 여론조사들이 나온 바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으로서는 어떻게든 지방행정체제를 개편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은 곧 차기 총선에서의 중대형 선거구제로의 개편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그런데 한나라당으로서는 중대형 선거구제로 개편하더라도 골치 아픈 존재가 있다.
바로 친박연대다.
어쩌면 서청원 친박연대 대표는 이 난관을 타개하기 위한 희생양일지도 모른다.
지난 20일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서 대표를 면회해 정치보복에 의해 옥중수감 된 서 대표를 위로한 것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서 대표는 “단 1원의, 조그만 잘못이라도 있다면 인정하고 있겠다. 하지만 백 번 생각해도 잘못이 없다. 근데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하는 거냐. 차라리 죽겠다.”고 측근들에게 이야기 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특히 서 대표 측은 “친박연대 해체는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한나라당의 시나리오에 일부 차질이 예상된다.
◇당헌.당규 개정론= 한나라당 내부에서 쇄신을 빌미로 ‘당총소통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연일 흘러나오고 있다.
비록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주춤해 지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아예 이 같은 목소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특히 청와대 정무라인이 다음 개각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전 의원과 한나라당 내 친박 의원들을 함께 입각시키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당권과 대권이 분리된 형행 당헌당규의 개정이 불가피해 질 것이고, 개정 과정에서 당청소통강화라는 명분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한나라당 총재 혹은 대표로 추대하고, 당내에 그 비서실장을 두거나 정무장관직을 신설할 지도 모른다.
문제는 친박 측이 당내에서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견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동안 친박계 정치인들은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밀린 이후 권력 분점 과정에서는 이렇다할 배려를 받지 못했고, 18대 총선을 앞두고는 공천 불이익을 받았다는 논란이 나올 정도로 시련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18대 총선에서 '친박 후보'라는 점을 내세워 무소속으로 한나라당 공천장을 받은 친이 후보들과 맞서 상당수 국회로 생환했고, 이후 주요 현안 고비마다 '친박'이라는 표제어가 언급될 정도로 당내의 한 물줄기로 여전히 영향력을 보존해 왔다.
그러나 그동안 개헌논의와 선거구제 개편 논의에서 사실상 친박 역할은 미미했다.
이런 행보가 지속되면, 친박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개헌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7월을 기점으로 본격적 행보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치적 이슈에 비교적 침묵하며 거리를 뒀던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계 정치인들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친박연대를 만들고 이끌었던 서청원 전 의원을 박 전 대표가 면담하고 나서, 정치권 전반에 대한 모종의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친박연대가 결성된 이후 그다지 챙기기에 나서지 않았던 박 전 대표가 공천 헌금 논란으로 서 전 대표가 구속, 정치보복이라며 단식투쟁을 하자 그를 방문해 건강을 챙길 것을 주문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친박 이름을 내건 정치인들이 한나라당 후보와 격전을 치를 때에도 뚜렷한 지원 의사를 내비치지 않았던 박 전 대표로서는 이례적이고도 적극적 행보인 셈이다.
또 지난 18일에는 이번 4월 재보선에서 친이 정종복 후보를 꺾고 무소속 당선된 정수성 의원(경주)에 대해 입당을 적극 옹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 뿐만 아니라 친박 의원들도 강경한 자세로 변화하고 있다.
실제 친박 이정현 의원은 홍준표 의원이 "박근혜 전 대표가 올바른 패자의 길을 가고 있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 장문의 '공개편지'를 띄워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이 같은 분위기가 점차 친박 의원들에게 폭넓게 전달되고 있다.
따라서 개헌, 선거구제 개편, 당헌당규 개정 문제가 MB의 장기집권 시나리오대로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gohs@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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