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최고경영자에서 정치초년생이 된 홍정욱 의원이 13일 <시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던진 첫마디다.
대부분의 정치인에게 있어 학연, 지연 등의 연고는 정치적 자원에 속한다.
그러나 그의 해석은 달랐다.
‘빚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른 바 '줄과 끈' 등의 연고는 오히려 정치인의 소신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홍 의원은 인터뷰 내내 거침없는, 그러나 정제된 내공이 묻어나는 답변으로 다부진 속내의 일단을 드러냈다.
그와의 인터뷰는 그가 1년 남짓한 짧은 의정활동 기간에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쉽지 않은 초선’의 위치를 당당하게 구축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먼저 그에게 정치권 입성 소감을 물었다.
CEO 출신 정치인이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CEO 출신이 거의 없는 18대 국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의 생각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경영과 정치, 한국과 세계의 간극에서 바라보는 현실정치의 무대는 실망을 넘어 절망스러울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이 효율을 중시한다면 정치는 비효율을 첨가하는 리더십이다. 비전에서 성과까지 어떻게 하면 빨리 도달할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두는 게 경영이라면, 성과에 도달하기까지 수많은 여론과 변수를 감안하는 과정에서 애초 생각한 비전과는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정치다. 이는 경영자의 효율적 시각에서 바라보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될 것”이라며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를 멀리하는 입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는 이해가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또 “정치권에 들어와서 보니, 밖에서 본 것보다 대립과 갈등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좌우, 동서남북, 보혁, 빈부 등, 이 모든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어서 몸통은 없고 날개만 커다란 기형상태”라며 “몸통(중도)을 튼튼히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상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홍 의원은 “중도좌우 이념을 신봉하는 사람으로서 만일 미국에서 정치를 했더라면 보수가 아닌 민주적 영역에서 일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 친북이념의 정치세력이 남아있고 기본적으로 친북이념에 동의하지 않는 입장에서 보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조는 인정하지만 민노총이 주도하는 강성노조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북문제와 관련, 홍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소신 발언 등으로 비판에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대북 문제는 비핵과 개방의 문제인데, 비핵은 우리가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 공조를 통해서만 풀 수 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비핵을 전제로 한 개방과 대화를 내세우며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남북문제가 답보상태를 면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며 “핵문제는 별개로 다루더라도 남북간 공조는 유지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안정적인 한반도 구축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과 중국만 바라보는 수동적 위치에서 도발하는 북한을 제재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거듭 주문했다.
홍 의원은 오늘날 한국사회에 대해 “상대적 우월감과 전통적 열등감이 맞부딪히는 혼란과 변화의 과도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진국으로 가는 필연적 과정이지만 이 과정을 얼마나 짧게 무리 없이 잘 마무리 짓느냐에 따라 선진국을 넘어 존경받는 선도국으로 갈 수도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홍 의원은 “국내적으로 엄청난 경제, 사회, 문화적 발전을 이뤄냈고 IT, 한류문화 강국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지만, 3만3000여명의 어린이가 매일 점심을 굶고 있는가 하면, 2000명이 넘는 아동이 매년 해외로 수출되는 현실이다. 또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하고 아직까지 그늘진 곳을 밝히려는 노력이 부족한 나라”라며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경제 대국 11위의 군사대국이라고 하지만 30여개 OECD 국가 중 과거 유엔군 원조를 받았던 경험에도 불구하고 외국 파병 랭킹 27등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세계의 리더국가로 인정받고 싶어 하면서도 책임에는 지나치게 소홀하다”며 “국내적으로도 너무나 소외되고 그늘진 곳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풀어나가는 게 정치지도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진보진영을 향해 “우리가 무엇을 했느냐보다 못한 점에 대한 반성과 고민이 더 중요하다”며 “거창한 구호나 미래를 향한 긍정보다는 오늘의 부족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떨쳐내기 위해 노력하는 게 진보”라고 조언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미디어법과 관련, 국회 표결 과정에서 기권을 한 것으로 알려진 홍 의원은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처리 방침에 따라 일주일간 다른 의원들과 함께 본회의장을 지켰다.
그리고 표결 당일에도 여야 대치의 중심에서 당을 위해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참담했지만 한나라당 의원으로서 피해선 안 되는 의무라는 생각에서 동료의원들과 함께 했다”며 “그러나 정작 표결의 순간엔 방송법과 신문법 모두 기권표를 던졌다. 표결은 당과 무관한 제 몫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인으로서의 의무 그리고 의원으로서의 독자적 소신에 따른 고민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언론사 임원으로 미디어법의 당사자격인 입장을 고려할 때 기권이 가장 올바른 선택이라고 판단했다”고 투표 불참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 시장을 자율화 한다는 기본 취지에는 공감한다. 어찌됐든 보수 정권의 핵심은 국가적 영역의 축소, 즉 모든 규제를 자율화하는 것”이라며 “다만 미디어법이 경제 안보상 중대 기로에 와 있는 대한민국 정치를 일시에 중단시킬 만큼 중요한 가치가 있는 것이냐, 중요한 것으로 따지면 민생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비정규직법이 더 중요하지 않았느냐는 견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규제를 자율로 변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언론 독과점에 대한 부분이 우려된다. 자율성을 확보하되 독점에 의한 폐해로 퇴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독과점 부분에 대한 논의과정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 의원은 초선의원으로서는 드물게 소신에 강한 면모를 보여 갈채와 우려의 시선을 모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한나라당의 이념적 가치를 상당부분 공유하고 당인으로서의 의무 역시 존중한다”면서도 “그러나 의원 개인으로서의 표결, 입법, 정책 등 국가에 영향을 미치는 일에 대해서는 당연히 소신을 따른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생 해먹겠다는 사람일수록 한번만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일을 해야 한다.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여론과 당론의 눈치를 살피다 보면 제대로 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임하면 국민들이 알아 줄 거라고 생각한다. 다시 안해도 좋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엔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당론’보다는 ‘소신’을 선택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어 “국회의원을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수나 사회적 대우 등을 고려하면 정치는 혜택이 아닌 봉사라는 생각으로 한 번을 하더라도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으로 남고 싶다. 기회 잃으면 다른 영역에서 봉사할 기회를 찾겠다는 생각으로 연연하지 않는 자세로 의정활동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자신이 가장 존중해야 할 대상은 당론보다는 지역주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서 그는 “당에 대한 것보다는 23일을 남겨두고 상계동에 온 젊은이를 믿어주고 기대해 준 지역주민에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더 큰 게 사실”이라며 “그분들이 보여준 사랑을 엄청난 빚으로 여기는 측면에서 주민과의 약속사항은 다 이행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선거당시 주요공약으로 내걸었던 창동차량기지 이전에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차량기지 이전은 동북권 르네상스의 핵심사항으로 베드타운인 상계동을 변화시킬 동력이 될 것이다. 실제로 아침에 지하철에 인사차 나가보면 출근하는 인파는 엄청나게 많은데 들어오는 분은 없다. 지역에 자급자족형 산업이 형성되지 않은 탓”이라며 “차량기지 이전으로 공항터미널, 백화점 호텔과 같은 상권과 문화 공간이 형성되고, 수천여명의 일자리까지 창출된다. 이와 함께 동부간선로 확장과 지하화와 뉴타운, 경전철 연장 등이 더해지면 지역 전체가 거의 천지개벽 수준으로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이 과정에서 소외계층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뉴타운 개발과 관련해서 홍 의원은 “세입자 문제로 용산참사와 같은 사건이 재현되지 않아야 한다. 뉴타운의 원주민 재정착이나 세입자 대책 관련 부분은 현실적으로 분명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정착율을 높이거나 현실적인 보상이 이뤄져 개발과정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챙기는 일은 위정자들의 소중한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구청장, 시ㆍ구의원 등과 함께 이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홍 의원은 미국 영주권 소지자로서 병역을 면제받았음에도 31세 때 귀국하자마자 영주권을 포기하고 입대했다.
양친의 연세와 외아들이라는 점 등이 고려돼 6개월 공익근무로 병역을 마쳤지만 그의 이런 모습은 상당한 뉴스거리가 됐었다.
당시 기득권 세력의 자녀들이 영주권을 병역기피 수단으로 활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는데, 그는 정 반대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런 홍 의원에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예체능계 병역특례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그는 “아직 북한이라는 주적이 있는 상황에서 의무 징병제를 어떻게 점진적으로 손 봐야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지만, 국가 기여도가 확실하다면 예체능 젊은이들이 자기 영역에서 자기 자신의 재능을 키우고 다른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사회와 국가가 배려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다만 선별기준과 과정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홍정욱, 그는...
정치무대서도 군계일학 발휘
'무서운 초선' 닉네임 붙기도
그는 정치인 이전부터 가친이 유명 배우(남궁원)라는 점에서부터 잘생긴 외모, 밀리언셀러 ‘7막7장’의 저자, 하버드와 스탠퍼드를 거친 박사 학력, 성공한 최고경영인으로서의 경력 등으로 잘나가는 스타플레이어 못지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왔다.
정치인의 입장으로 보면 유리한 ‘인자’를 가지고 선점한 셈.
그러나 보다 중요한 건 그가 가지고 있는 이같은 선천적 자원에 기대기보다는 자신의 역량만으로 입문한지 얼마 안 되는 정치무대에서도 군계일학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그는 소신과 당론의 모호한 경계에도 불구하고 딱 부러지는 정치적 소신행보로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안마다 정치권 관행을 과감히 거부하는 ‘실천’을 통해 자신의 ‘싹수’를 검증받고 있는 그에게 ‘무서운 초선’이라는 닉네임이 붙기도 했다.
그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자녀들의 롤모델 대상으로도 높은 주가를 올리고 있다.
그 자신도 이 같은 현상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여성과 함께 여성을 위하며 사는 시대가 아니라 여성을 섬기며, 여성을 리더로 하는 시대가 도래 하고 있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 그로서는 그런 여성들이 추구하는 합리적인 중도의 정치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영광이고, 정치인으로서 큰 기쁨이라고 까지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그는 단점이 없는 완벽주의?
아니다.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스킨십이라는 게 단순한 접촉이 아닌 음주문화라면 그 부분은 체질적으로 약하다고 시인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명절 때마다 선거 때 처럼 가가호호를 방문해 인사를 하고 공약이기도 한 100회 특강 약속을 지키며 나름대로 스킨십을 실천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로컬거버넌스] 경기 부천시, 미디어아트 공간 '루미나래' 개장](/news/data/20251123/p1160271206724156_364_h2.jpg)
![[로컬거버넌스] 경남 합천군, 쌀 산업 위기 극복 팔걷어](/news/data/20251119/p1160278499965424_411_h2.jpg)
![[로컬거버넌스] 경남도교육청, 올해 ‘공동 수학여행’ 성공적 마무리](/news/data/20251118/p1160278826050924_127_h2.jpg)
![[로컬거버넌스] 부천시, 매력적인 도시공간 조성 박차](/news/data/20251117/p1160308292200179_732_h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