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21. 볼턴 원더러스)은 26일 밤 11시(이하 한국시간) 잉글랜드 버밍엄의 세인트 앤드류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9~201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7라운드 버밍엄 시티와의 경기에서 후반 9분 교체 투입돼 41분에 자신의 시즌 1호골을 터뜨렸다.
이반 클라스니치(29)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은 이청용은 활발한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교란했고, 팀이 1-1로 팽팽하게 맞선 후반 41분에 팀 승리에 쐐기를 박는 결승골을 꽂았다.
이청용의 EPL 데뷔 골이자 1군 경기 2연속 공격포인트가 터져 나오는 순간이었다.
이청용의 EPL 데뷔골은 동료들의 도움과 자신의 능력이 결합한 귀중한 작품이었다.
매튜 테일러(28)가 왼발로 프리킥 한 공이 상대 오른쪽 골 포스트를 맞고 흐르자 이청용은 재빨리 이를 리바운드해 가벼운 볼 터치로 단 번에 상대 수비 2명을 제쳤다.
상대 수비는 물론 골키퍼마저 자리를 비운 텅 빈 골문을 마주한 이청용은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볍게 왼발로 공을 밀어 넣어 자신의 EPL 데뷔골을 만들었다.
자신의 패스 미스에서 동점골이 나왔다는 죄책감을 씻어냄과 동시에 자신의 물 오른 기량을 동시에 자랑할 수 있는 값진 골이었다.
이청용의 시즌 1호 골은 그 동안 꾸준한 출전 기회를 잡은 것에서 나온 당연한 결과였다.
2009~2010시즌 개막전인 선더랜드와의 경기에 후반 23분 교체 투입돼 데뷔전을 치른 이청용은 3라운드 헐시티와의 경기에서도 후반 교체 출전해 자신감 있는 경기를 펼쳐 보였다.
자신감 있는 경기로 개리 멕슨 감독(50)의 눈을 사로잡은 이청용은 1군과 2군 무대를 가리지 않고 꾸준하게 출전시간을 보장받았다.
대표팀 소집을 위해 잠시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않았던 이청용은 지난 23일 칼링컵 32강에서 요한 엘만데르(28)의 추가골을 도와 자신의 1군 무대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이에 앞선 15일에는 2군 경기에서도 도움을 기록, 빠르게 잉글랜드 무대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침내 이청용은 자신의 EPL 3번째 출전에서 사고를 쳤다.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설기현(30. 풀럼), 조원희(26. 위건 애슬래틱) 등 선배들이 주전경쟁에서 밀리며 주춤하는 사이 '막내' 이청용이 시즌 첫 골을 뽑아낸 것이다.
꾸준하게 출전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선배들에 비해 이청용은 가장 많은 시간을 그라운드에서 보냈고, 결국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골로 연결하며 기회를 준 감독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 동안 EPL에서 활약했거나 현재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가운데 이청용 만큼 꾸준한 활약과 빠른 성장세, 감독의 신임을 받았던 선수는 없었다.
박지성이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를 대표하고 있지만, 올 시즌 들어 더욱 힘든 주전 경쟁으로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설기현과 조원희는 교체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경기가 많아지며 사실상 주전경쟁에서 밀려난 실정이다.
정든 한국을 떠나 모든 것이 낯선 잉글랜드로 옮긴 지 50일 가량 지난 이청용은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기는 멋진 골로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볼턴에 전형적인 측면공격수가 부족하다는 점도 이청용에게는 분명한 호재다.
시즌 초반에 터진 리그 데뷔골과 감독의 신임, 포지션 경쟁자의 절대 부족은 이청용에게 2009년을 자신이 기대했던 것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귀중한 재료들이다.
이청용은 지난 23일 도움을 기록한 뒤 구단과의 인터뷰에서 "팬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늘의 활약에 힘입어 이청용은 앞으로 자신의 바람처럼 스스로의 능력을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자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앞으로 볼턴의 유니폼을 입고 잉글랜드 무대에서 전 세계 정상급 수준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청용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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